취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이력서에 출신 대학 안 쓴다는데…

취준생 65.5% “스펙 초월 채용, 신뢰 안해”

           인사담당자가 구직자 이력서에서 출신 대학을 유심히 들여다 보고 있다./조선일보 DB


“블라인드 채용과 함께 지역할당채용제까지 시행한다면 굳이 힘들게 공부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갈 필요가 있나요. 나중에 취업 면접만 잘 보면 되지요.” (연세대 경영학과·오석태·가명)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공무원이나 공공부문 채용 시 ‘블라인드 채용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이력서에 학벌이나 학력, 출신지나 신체조건 등 차별적 요인들은 일체 기재하지 않도록 하고, 민간 영역도 법제화되기 전까지 자발적으로 참여를 권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부의 채용 방식 변화에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대상은 단연 취업준비생들이다. 이들은 대체로 공정한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했지만 일부에서는 역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특히 혁신도시 공공기관들에 ‘30%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를 제대로 준수하라고 강조한 부분에는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취업준비생 A씨는 “지방 고등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 소재 대학교에 합격했다. 등록금에 생활비까지 충당해 졸업을 했는데, 이제와서 공공기관 채용에서 지방대 학생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정책은 불공평하다”고 토로했다.

취준생들 절반 이상이 ‘스펙 초월 채용’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 또한 재조명되고 있다. 일각에서 학력·출신 등을 기재하지 않는 ‘3 無 이력서’로 알려진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 공공부문 전체로 확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그러나 NCS 역시 취준생들에게는 ‘또 다른 스펙’으로 인식돼 있다. 기업들이 ‘스펙 초월’을 내세우며 NCS 기반 채용방식을 늘려가고 있지만, 오히려 이를 대비하기 위한 또 다른 스펙 준비 부담에 취준생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업준비생들은 NCS 채용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 취업포털은 지난해 구직활동을 한 취업준비생 1255명을 대상으로 ‘스펙 초월 채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취업 준비생의 66.5%가 이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 이들이 스펙 초월 채용을 신뢰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NCS는 실무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또 다른 스펙을 쌓아야 하는 걱정이 생기기 때문’이 꼽혔다. 

전문가 역시 블라인드 채용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 꼬집었다.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장은 “상대적으로 공부에 많은 투자를 한 명문대 학생들의 시간과 노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좋은 직장이나 취업면에서 보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의 땀과 노력이 ‘블라인드’로 가려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량이 있는 교수와 질 높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기업에 이바지해 그에 맞는 월급을 받는 것이 교육시장의 메커니즘”이라며 “물론 블라인드 채용 도입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교육시장의 메커니즘이 무너지면 교육시장이 무너지고 나아가 국가의 지식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직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엄영호 연세대 경영대학장은 “아직 긍정적 효과와 역효과를 논할 만큼 왈가왈부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블라인드 평가의 성공을 위해서는 차별 없이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제 확대 방안’ 종합 대책을 6월 중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당장 행정자치부 등은 차별적 요소를 삭제한 ‘표준 이력서’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민간 기업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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