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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공학계의 유리천장을 깨는 ‘걸스로봇’ 이진주 대표

“이공계 여성들의 네트워크 통해 여성 경력단절 막아야”

‘여성 1호’라는 타이틀은 이제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현재 여성이 진출하지 못하는 분야는 거의 없다. 눈에 보이는 차별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넘을 수 없는 유리천장이 아직까지 존재한다. 여성이 진출하기 힘든 영역 중에 하나가 이공계다. 이러한 이공계의 유리천장을 없애기 위한 여성들의 네트워크가 걸스로봇이다.

걸스로봇 이진주 대표.(사진=C영상미디어)
걸스로봇 이진주 대표.(사진=C영상미디어)

유리천장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여성이라서 못하는 일은 거의 없다. 여성의 진출이 적었던 공학 분야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공계에 더 많은 여성이 진출하고 끝까지 살아남도록 지원하는 캠페인을 추진 중인 소셜벤처 ‘걸스로봇’은 2015년 11월 창립됐다. 여성 이공계 학생들이 서로 격려하고 공학도의 꿈을 잃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걸스로봇을 조직한 이진주(38) 대표는 여성 공학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여성 공학을 지원하는 걸스로봇을 조직한 이유에 대해 “아버지가 공대를 나온 엔지니어였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기계를 보고 자란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더욱이 공과대학에 진학했지만 자퇴하고 사범대학으로 옮기는 바람에 공학자의 꿈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작용했다.

이공계 여성 경력단절, 국가시스템이 도와야

이 대표는 여성가족부의  ‘2017년 청년여성 멘토링 사업’의 대표멘토 20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됐다. 청년 멘토링은 성공한 여성 지도자가 취업준비생이나 사회초년생 등 젊은 여성들의 진로를 조언하는 사업이다.

걸스로봇은 서울 역삼동에 둥지를 틀고 여성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6월 초 역삼동 사무실에서 이 대표는 ‘로봇 하는 여자들의 네트워크’를 만든 이유를 설명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여성의 이공계 진출을 가로막는 다양한 장벽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너무 어린 나이부터 성 역할을 규정해서는 안 됩니다. (남녀 구별 없이)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 직업을 탐색해야 해요.”

여자아이가 분홍색 공주 물건, 부엌놀이, 아기 돌보기 장난감만을 가지고 놀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에 입사해 해외영업을 담당하다 국회방송·중앙일보 기자를 거쳤다. 언론사 입사 전에 이미 한 아이의 엄마였던 이 대표는 아이가 두 돌 때 입사시험을 봤다. 이러한 경험 때문에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생활을 하는 어려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듯했다.

“대학원 이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해야 하는 시점에 여성에게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생애주기별 과제가 주어져요. 결혼과 출산, 양육을 무조건 해야 하는 숙제라고 당연히 여길 것이 아니라, 왜 해야 하고 언제 할 수 있는지 철저히 분석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대표는 여성이 자신의 꿈을 펼치는 데 필요한 정부의 지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국가 보육 시스템을 정비하고 학교나 연구소 내부의 환경이 바뀌어야 합니다. (환경이 바뀌면) 이공계에 진학해 살아남은 여성 연구자가 중간에 경력단절을 겪고 사라지거나 숨지 않게 될 것입니다.”

공학 전체를 아우르는 네트워크, 걸스로봇

이러한 사회적 노력과 더불어 이 대표는 여성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병상련이라고 이공계라는 꿈을 꾸는 여성들이 서로 소통하고 돕는다면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한 것이다. 걸스로봇이라는 단체를 만든 이유에 대해 “로봇 하는 여자들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었다”며 “로봇뿐만 아니라 수학, 물리학, 화학 같은 기초과학부터 전기전자공학, 전산학, 기계공학 같은 공학 전 분야를 아우르는 이공계 여성들의 네트워크”라고 설명했다. 2015년 이후 걸스로봇은 여성 이공계 학생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진로에 대해 조언하는 행사를 꾸준히 열고 있다.

걸스로봇은 단순한 로봇이 아닌 공학 전체를 아우르는 네트워크다. 그런데 굳이 단체명에 ‘로봇’을 붙인 이유가 궁금했다. 이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로봇은 제가 좋아하는 금속성을 가진 기계적이고 복잡하며 아름다운 물건이에요. 제 인생을 돌아보고 제가 누군지 탐구하게 만들어준 상징이기도 하죠. ‘로봇’이 여성 공학을 상징하는 단어라고 생각해 걸스로봇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 대표의 목표는 남성도 운동에 동참시키는 것이다. “여성의 문제는 결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상의 변화에 민감한 ‘딸 바보’ 아빠들이 중요한 결정을 내려줄 때 사회는 더 빨리 좋은 방향으로 바뀔 거라고 믿습니다.”

유리천장 깬 여성 1호들 멘토로 나서 청년여성 7월 7일까지 인터넷으로 멘티 신청 가능

여성가족부는 6월 7일 ‘2017년 청년여성 멘토링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의 대표 멘토로 사회 각 분야의 여성 지도자 20명을 선정했다. ‘청년여성 멘토링’은 취업준비생이나 사회초년생 등 젊은 여성들에게 경력개발의 바람직한 롤모델을 제시하고 실질적인 경력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대표 멘토는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유리천장을 깬 ‘여성 1호’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청년여성들에게 길을 안내한다. 여성 최초 국립대 병원장을 역임한 김봉옥 충남대 교수, 한국은행 여성 임원 1호 서영경 고려대 교수, 금융업계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손병옥 전 푸르덴셜생명 회장, 현대중공업그룹 첫 여성 임원인 이진철 상무보, 한국전력공사의 최초 여성 기획관리실장인 이경숙 실장 등이 참여한다.

대표 멘토 1인당 멘티 15명 정도가 연결되며, 오는 11월 말까지 약 5개월간 멘토 소속기관 현장 방문, 직무 체험, 멘토와 함께하는 경력개발 목표 설계, 각종 공모전 참여 등 맞춤형 상담과 지도를 진행한다. 대학(원)생,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등 경력개발이나 진로 설계에 고민이 있는 대한민국 청년여성이라면 누구나 멘티에 지원할 수 있다. 지원자 가운데 희망하는 멘토, 지원자의 적극적 참여의지 등을 고려해 총 300명을 선정할 예정이다. 7월 7일까지 여성인재아카데미 누리집(http://kwla.kigepe.or.kr)에서 지원서를 내려받아 이메일(c_mentoring@kigepe.or.kr)로 신청하면 된다.

[위클리공감]

2017.06.30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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