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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대학원생 절반 “인권 열악해”…4명 중 1명, 자살 충동 느껴

조선일보 DB


대학원 재학 경험자들의 절반 가까이가 학창시절 자신의 인권을 보장받지 못했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4명 중 1명은 자살 충동까지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취업 포털 업체와 대학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학원생 인권 보장 실태 조사’를 주제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인크루트는 최근 245명의 대학원 재학 경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46%가 수학했던 대학원의 인권 상황에 대해 “열악했다”고 답했다. “좋았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24%에 불과했다.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드러난 사제폭탄테러이나 제자 논문 표절 등과 관련, ‘교수와의 경험’에 관한 질문에선 ‘비자율적 노동을 지시받았다’는 답변이 29%로 가장 높았다. 이어 ‘교육이나 연구상의 권한 남용’(28%), ‘넓은 의미에서의 차별 경험’(20%) 등이 이어졌다. 특히 ‘비자율적 노동을 지시받았다’는 의견에 대해선 ‘일을 하고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수를 받지 못했다’(36%)와 ‘업무량이 과도하거나 근무시간이 지나치게 길다’(33%) 등을 구체적인 피해 상황으로 지적했다.

‘교육이나 연구상의 권한 남용’과 관련해선 ‘졸업 논문 지도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것’(20%)과 ‘지나치게 준비가 안 된 수업을 들었다(15%)’,‘조교ㆍ프로젝트ㆍ실험실 업무로 인해 수업에 들어가지 못했다’(13%)거나 ‘교수의 논문작성, 연구 수행의 전체 또는 일부를 대신했다(13%)’ 등을 불만사항으로 꼽았다. 보이지 않는 차별 또한 심각했다. 교수들의 차별 이유는 ‘학부 또는 고등학교 등의 출신학교(25%)’부터 ‘성별(20%)’,‘소속 또는 출신학과(15%)’ 등의 순이었다. 이밖에 ‘나이(10%)’나 ‘외모(9%)’, ‘사상 및 정치적 입장이나 종교적 신념(8%)’ 등도 뒤따랐다. 

앞서 서울대 역시 비슷한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난달 15일 서울대 인권센터와 대학원 총학생회가 공동으로 실시한 ‘서울대 대학원생 인권실태 및 교육환경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서울대 대학원생 1222명 중 299명이 지난 1년 사이에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다고 답했다. 대학원생 4명 중 1명은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 셈이다.

서울대 대학원생의 자살 충동 비율은 국내 20대 남녀의 평균치(2.3~5.3%)보다 최대 10배나 높은 수치다. 조사에서 자살 생각을 해봤다는 응답자 중 8.7%인 26명은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거나 구체적인 자살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중에 외부의 도움이나 상담을 받은 비율은 절반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서울대 대학원생의 정신건강 상태가 평균적인 인구집단에 비해 상당히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관리 프로그램과 함께 스트레스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살 충동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우울감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784명(64.2%)이 “현재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그중 여학생의 우울 정도는 더 심각해 전체 응답자 중 69.2%가 우울감을 호소했다. 지난 2014년에 비슷한 연구를 진행했던 미국의 UC버클리 대학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한 대학원생 중 40%만이 우울감을 호소했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대학원생은 학생임에도 연구조교 등 근로자에 놓이기도 하는 위치”라며, “이들을 보호하는 강제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대학원들의 문화가 바뀌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원생의 인권 침해를 예방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서강대는 지난 15일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제정해 대학원생의 인권보장과 건전한 연구문화를 정착할 것을 다짐했다. 권리장전에는 학생들이 성별, 국적, 종교, 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평등권을 비롯해 학업 및 연구에 관한 권리, 공정한 심사를 받을 권리 등이 포함됐다. 박종구 서강대 총장은 “권리장전은 새로운 세대들이 기성세대에게 드디어 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이화여대는 김혜숙 총장의 공약이기도 했던 학생인권센터 설치와 권리장전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 총장은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주변에서 지도교수에 대한 불평을 듣는 경우가 있어 같은 교수로서 민망했다”며 “제3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조정하고 갈등을 이완하는 완충지대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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