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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팍팍한 현실 속 ‘예쁜 쓰레기’에 지갑 여는 청년들

“불투명한 미래 투자하기보다 지금 행복에 만족하고 싶어”

          '예쁜쓰레기' 해시태그 캡처.


‘빨대 안경, 선풍기 목걸이, 프로듀스 IOI 스티커, 지방이 인형…’

최근 대학생 이지아(23)씨가 집안에 들여온 ‘예쁜 쓰레기’들이다. “스티커는 샀지만 아까워서 못 붙이겠고, 빨대 안경이나 선풍기 목걸이는 아직 사용한 적은 없지만 언젠가 사용할 것 같긴 해요. 지방이 인형은 너무 귀엽지 않나요?”

팍팍한 일상 속에 실용성이 떨어져도 아기자기한 물품을 사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일명 ‘예쁜 쓰레기’에 지갑을 여는 추세는 이를 대변한다. 예쁜 쓰레기는 ‘자취생 필수품’과는 거리가 멀다. 모양이 예쁘면서 ‘이런 걸 다 파나’ 싶을 정도로 특이한 상품을 뜻한다.

90여만 원의 월급 중 월세와 공과금을 제하고 남은 40만원가량으로 생활하는 이씨에게 구매한 용품들은 어찌 보면 사치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씨는 단 한 번도 이러한 구매를 후회하거나 돈이 아깝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실용성은 없을지라도 이씨의 감성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감각적인 디자인이나 제품 특유의 ‘감성값(감성을 구매하는 데 쓰는 비용)’으로도 그에겐 충분한 구매의 이유가 된다. “아이들(예쁜 쓰레기)은 예쁘고 귀여운 것 자체로 제 쓸모를 다하면 돼요.”

3일 오전 기준 인스타그램에 ‘예쁜 쓰레기’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1만6000여 개에 달한다. 페이스북 ‘예쁜 쓰레기’ 페이지의 ‘쓸데없지만 넌 이미 갖고 싶지’ ‘예쁜 쓰레기는 예쁨으로써 쓸모를 다한 거야’란 문구는 이미 페이스북 사용자들에게 유명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 유튜브의 ‘천하제일 예쁜 쓰레기 선발대회’ 영상은 32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영상엔 빨대 안경, 금관, 꽃 머리띠 등 실용성 제로의 예쁜 물건이 수없이 등장한다. “저런 게 방에 있는 게 신기” “우와, 빨대 안경 좋아요! 어디서 샀습니까?” 등 댓글 창에는 그의 ‘예쁜 쓰레기’를 부러워하거나 구매정보를 묻는 내용의 글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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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예쁜쓰레기' 페이지 캡처.
◇미래에 대한 불신…현재 행복이 중요한 ‘청년 소비 트렌드’ 반영

‘예쁜 쓰레기’에 ‘감성값’을 투자하는 20대의 모습은 팍팍한 사회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이씨는 “갈수록 실업률이 높아지는 마당에 불투명한 미래에 투자하기보단 지금 행복하게 사는 것이 나에겐 더 가치 있는 행위”라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5월 청년실업률은 9.3%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실업률 3.6%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다. 취업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까지 포함한 청년 체감실업률은 22.9%로 심각한 수준이다.

그는 “사치를 부리고 싶어도 돈을 쓸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이 정도면 괜찮겠지’ 싶은 것들을 사면서 스스로 위안한다”라며 “가뜩이나 없는 돈 최대한 아끼면서 사는데, 모든 소비활동이 실용적인 부분에만 맞춰지면 인생이 너무 불행하지 않겠는가”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이러한 소비행위가 가난한 사치로서 나타난 것이라 진단한다. 이재흔 대학내일20대연구소 연구원은 “우리나라 청년들은 어느 때보다 경기침체와 취업난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시발비용(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 ‘탕진잼(소소하게 낭비하는 재미)’ 등 신조어도 이를 대변하듯 즉각적으로 스트레스를 없애려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즉, 돈을 아끼기보단 오늘의 행복에 돈을 쓰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쁜 쓰레기’는 청년세대의 미래인식, 가치관 변화로 일종의 ‘가난한 사치’로서의 소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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