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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글파티’로 한글 세계화! 한글플래닛 대표 홍지숙·박병철 작가

“참여하는 문화행사로 아름다운 한글의 가치 더 높일 거예요”

해외 입양아와 이들의 현지인 가족, 교민, 외국인을 상대로 ‘한글파티’가 열린다. 어학교육과는 다른 문화예술 행사인 한글파티는 한글이라는 언어를 더 쉽게, 더 아름답게 만든다. 사단법인 한글플래닛의 홍지숙 대표와 박병철 캘리그래피 작가는 수년째 이 일을 즐기고 있다.

시작은 입양아 봉사활동이었다. 미국 미네소타 주 ‘한국의 날’ 행사에서 해외 입양아 가족과 함께 한글을 써보는 재능기부 활동이었다. 지인의 부탁으로 행사기획을 도운 것이 계기가 됐다. 행사는 끝났지만 그냥 헤어지긴 싫었다. 함께했던 지인끼리 그 감동의 경험을 이어가기로 의기투합했다.

‘한글플래닛’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2013년 미네소타 주에서 벌인 한글 클래스를 단초로 매년 두어 차례씩 같은 행사를 이어갔다. 2015년엔 국내에도 입소문이 나 서울 종로구의 골목축제에 초청돼 ‘시민과 함께하는 한글파티’를 열고, 같은 해 연말엔 경기 포천군 한 포병여단에서 ‘찾아가는 한글파티’ 행사를 열기도 했다. 2016년엔 미국 앨라배마 주 오번대학 초청행사에 이어 미네소타 주가 정한 ‘한국의 해’ 공식행사로 채택돼 수년째 이어온 ‘한글파티’의 저변을 더 확대해나갔다. 그해 5월 마침내 ‘한글플래닛’은 장태평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이사장으로 하는 사단법인으로 출범하게 된다.

“한글을 가르치는 어학교육과는 다른 일이에요. ‘한글파티’는 아름다운 한글을 이미지로 보여주는 행사죠. 그림처럼 보고 느끼고 그 아름다움을 알게 하는 문화콘텐츠 행사입니다. 입양아들이나 외국인들에게 한글을 가장 쉽게 전달하는 방법이기도 하죠.”(홍지숙)

박병철 작가 홍지숙.(사진=C영상미디어)
박병철·홍지숙 작가.(사진=C영상미디어)

글씨의 미학, 언어가 주는 감동에 취하다

‘한글파티’의 메인 프로그램은 한글 써보기다. 먹물을 품은 붓으로 써도 좋고, 사인펜으로 써도 좋다. 글씨예술가 박병철 작가(한글플래닛 이사)의 참여 이후 함께 쓰는 한글의 아름다움이 입소문으로 점점 더 번지고 있다. 캘리그래피로 그림처럼 써 내려가는 다양한 글씨 중엔 사랑과 꿈, 희망, 우정, 엄마 등 서정적인 단어들부터 행사 참여자 전원의 이름까지 모두 망라된다. 한글이 서툰 입양아들과 외국인 가족들은 한글을 직접 써봄으로써 글씨의 아름다움에 취하고 그 언어가 주는 감동에 다시 취한다.

“최근에 제가 이름붙인 ‘한글매직’이라는 놀이가 있어요. 참석자들이 나와 큰 종이에 한 번씩 번갈아서 획을 계속 그어봅니다. 나중에 종이를 들어 보여주면 무슨 글씨를 쓴 건지 아무도 모르죠. 마지막에 검정색 말고 흰 여백을 읽으라고 힌트를 주는 순간 ‘봄’이라는 글자가 보이게 됩니다. 문자를 교육하고 이해시키는 게 아니라 참여와 재미를 통해 각인시키는 거죠. 문자예술, 글씨예술에 가까워요.”(박병철)

홍지숙 대표는 이외에도 한글을 응용한 콘텐츠를 더 다양하게 개발하고자 힘쓴다. “한글 공학을 승계해 좀더 IT적인 방향까지 딥러닝하고 싶다”는 게 요즘 그가 가진 포부. 예컨대 길거리에 흔한 주소나 간판이 알파벳 일색이 아니라 한글로 디자인되는 풍경, 모션인식기를 활용해 무용과 음악으로 한글을 표현하는 퍼포먼스 등이 항상 머릿속에 차 있다. 이를 위해 틈틈이 언어조경학, 특히 한글조경학 공부도 마다하지 않는다.

2016년 6월 30일 한글플래닛 창립파티. 가운데 있는 이가 장태평 이사장. 박병철 작가의 한글 캘리그래피 작품.(사진=한글플래닛)
2016년 6월 30일 한글플래닛 창립파티. 가운데 있는 이가 장태평 이사장. 박병철 작가의 한글 캘리그래피 작품.(사진=한글플래닛)

관심과 노력이 결실을 이루어낸 것인지, 이태 전 한글파티에서 미국 대학에서 언어조경학을 가르치는 한국인 교수와 인연이 되기도 했다. 그들의 도움으로 미국 내 한국학 교수들을 알게 되면서 한글파티의 지평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지난 4월 한글플래닛은 앨라배마 주 5개 대학 순회 한글파티 행사를 치러내기도 했다.

“한류 영향 등으로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어요. 흑인 학생이 PPT에 띄워놓은 한글을 서슴없이 읽을 때 그 감동은 현장에서 직접 느껴봐야 알아요. 한글을 직접 써가며 아름답다고 말할 때 너무 흐뭇하죠. 한글로 문신한 애들도 참 많아요. 그에 비하면 우리는 우리 것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덜 느끼는 것 같아요. 밖에서 봐야 소중한 걸 안다고 하잖아요?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한글입니다.”(박병철)

‘엄마’에선 아기를 등에 업은 엄마가, ‘인간’에선 해맑게 웃는 선한 사람 얼굴이 보인다.

한글플래닛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점은 또 있다. 외국인 대상 국제행사에서 기획되는 공연들이 대체로 ‘보여주는’ 일방적 퍼포먼스에 그친다는 것이다. 한글파티처럼 함께 참여하는 행사를 더 육성해야 하지 않을까 싶단다.

“언어가 갖는 문화적 힘은 대단하잖아요. 사실 ‘한글파티’가 한글을 감성적, 예술적 콘텐츠로 포장한 거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언어인 한글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목적이에요. 쓰기뿐 아니라 몸으로 표현하는 것도 가능한 이유죠.”(홍지숙)

한글플래닛은 이사장과 대표, 그리고 소수의 이사들로 구성된 아직은 작은 모임이다. 저마다 현업이 있다 보니 ‘큰일’을 지속적으로 치러내기엔 버겁다. 그보다 더 버거운 것은 재정 문제. 아이디어는 많은데 예산 문제가 걸림돌이 될 때가 많다. 2개월에 한 번씩 정기모임, 연 2회 국내 또는 국외에서 한글파티를 연다. 미국 외 베트남 등 다른 나라 행사도 기획 중이나 예산 수급에 따라 계획은 늘 유동적이다.

“정책 지원이나 스폰서가 있으면 좋지만, 우선은 우리가 열심히 일하고 많이 벌어야죠. 5년 내에 상근 대표와 정규직 직원이 있는 법인으로 만들 거예요.”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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