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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초등

"아이의 마음을 읽는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인터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저자 최은경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6월 28일 서울 사당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은경 오마이뉴스 기자가 자신의 첫 책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을 품에 안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직장맘은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직장일에 치이고 집안이에 치이고 늘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다. 아이와 친해지고 싶어서 "오늘 어린이집 재미있었어?" 하고 물으면, 돌아오는 건 "네!" 단답형 대답이 끝. 직장맘이라면, 이런 허탈한 경험을 한 번쯤 해봤을 거다. 엄마와 아이 사이 대화를 이어줄 매개체가 절실히 필요하다. 또한 짧은 시간, 귀하게 쓸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최근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덴스토리) 책을 낸 오마이뉴스 최은경 기자는 그림책 함께 읽기를 권한다. "그림책 한 권을 읽는데 10분이면 충분하다. 그림책에는 육아서에 없는 감동이 있고 아이 마음을 읽는 비법이 숨어 있다. 그림책을 통해 아이와 친밀해지고 나까지 위로 받는 느낌이 든다." 과연 그림책에는 어떤 마력이 있을까. 지난 6월 28일 서울 사당동의 한 카페에서 최 기자를 만나 '최고의 육아서=그림책'인 이유를 들어봤다.


다음은 최은경 기자와의 일문일답이다.

 

- 어떻게 책을 쓰게 됐나.


"나는 14년 차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로 일하면서 두 딸아이를 키우는 직장맘이다. 10년 차 이후부터 기사 검토하는 일도 좋지만 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오전 10시 출근, 오후 7시 퇴근, 출퇴근에 3시간 소요, 아이들이랑 보내는 시간은 고작 1~2시간, 그 시간에 무엇인가를 한다는 게 불가능했다. 어느 날 집 근처 도서관에 갔다가 책을 휙휙 넘기는 아이를 보고 뭘보나 하고 봤더니, 그림책을 보는 것이었다. 아이들 따라 그림책을 보다 보니 다른 책과는 다르게 다가와 좋았다. '그림책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읽은 그림책에 대해 공감하고 이야기 나누면서 아이들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돼 좋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에 대한 죄책감도 줄고, 글도 쓸 수 있으니 그림책이야 말로 환상적인 소재였다. 글을 꾸준히 써야 할 이유를 만들기 위해 <베이비뉴스>에 칼럼을 연재하기로 하고, 1주 1회, 적어도 한 달에 2번 정도 규칙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칼럼 연재 중에 출판사 제안을 받아 칼럼을 묶어 출판하게 됐다."
 
- 무슨 일이든 지속적으로 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시간에 쫓기는 직장맘이라 책을 쓰는 과정이 더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어떤가.


"물론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일은 쉽지 않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중 엄마들은 중간에 글쓰기를 중단하는 분들이 실제로 많다. 다행히 나는 <베이비뉴스>에 연재한 칼럼에 공감해주는 엄마들의 피드백 덕분에 계속 쓸 수 있었다. 내가 쓰고 싶어 쓴 글인데 ‘아이 엄마에게 필요한 일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니 즐거웠다. 아이도 엄마가 책을 쓰는 걸 알고 좋아했다."


- 그림책이 최고의 육아서라고 했는데 어떤 이유 때문인가. 


"그림책에는 감동이 있다. 한 그림책을 예를 들어 얘기하면, <고함쟁이 엄마>라는 책에 엄마가 소리를 지르면 아기 펭귄 몸이 분해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중에 엄마는 분해된 펭귄 몸을 하나씩 꿰매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는 일은 빈번한 일이다. '펭귄 몸이 분해된 것처럼 아이들 상처받고 긴장하는 건 몰랐구나' 미안했다. 구구절절 심리를 설명하는 것보다 몇 줄 안 되는 문장과 그림만으로도 나와 아이를 돌아볼 수 있었다. 또 있다.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라는 책도 그렇다. '엄마는 회사에서 뭐 했어?'라고 묻는 딸아이 질문에 '뭐 하긴 회사에서 열심히 일했지'라고 말하는 나와 달리 책에 나온 엄마는 '우리 은비 생각했지' 하고 말한다. '나는 왜 은비엄마처럼 센스 있게 말하지 못했을까. 다음엔 꼭 저렇게 말해줘야지.' 그림책은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을 일깨워 준다."


- 아이들과 같은 그림책을 보고 얘길 나눠보면 서로 생각이 비슷한가, 어떤가.
 
"분명 같은 그림책을 함께 읽었는데 아이가 본 걸 나는 못 보고, 내가 본 걸 아이는 못 보는 경험을 하곤 했다. 아이가 느낀 걸 나는 못 느끼고, 내가 느낀 걸 아이는 느끼지 못하기도 했다. 생각해 보니 아이들은 그림을 먼저 보고난 다음 글을 보고, 나는 글을 보고 그림 보는 게 차이인 것 같았다. 내가 보지 못한 것, 느끼지 못한 것을 아이와 대화를 통해 배우면서 같이 성장해가는 느낌을 받는다."

 

최은경 오마이뉴스 기자는 "하루 11분이면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기 충분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어떤 그림책을 읽으면 좋을지 궁금해 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 같은데 조언을 해 달라.


"내가 육아전문가가 아니라 조언하는 게 좀 조심스럽다. 감안하고 들어주시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그림책을 고를 때 유명 작가, 잘 알려진 외국 작가, 그림상을 수상한 책 위주로 고르는 것 같다. 그런데 경험상 외국 작가가 쓴 책을 읽다보면 문화가 달라서 그런지 이해가 잘 안 되거나 공감이 어려울 때가 있다. 우리나라 창작 그림책이 아이디어도 재미있고 문화적으로 친숙해서 좋다. 그림책은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으니 먼저 읽어보고 우리 아이에게 맞는 내용을 담고 있고, 우리 아이가 봤으면 하는, 엄마 마음이 담긴 책을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 무엇보다 아이와 같이 보는 게 중요하다."


- 최근에 발표를 두려워하는 큰딸 다은이를 위해 큰 도전을 했다고 들었다. 어떤 일이 있었나.


"다은이 독서록을 보고 발표를 두려워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어느날 아침 공개수업을 앞두고 다은이가 울었다. 사실 내가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기도 하고 학창시절 발표력이 좋지 않았던 터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침 그날 회사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평소 같으면 절대 안 한다. 그런데 아침에 울던 다은이가 생각났다. '그래, 내가 다은이를 위해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고 다짐하고, 14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주 강의를 했다. 강의 준비할 때부터 긴장이 됐다. 불구덩이 안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강의 준비를 하는데 얘가 옆에 와서 뭐하냐고 물었다. '엄마가 너무 떨리고 긴장되지만 강의를 해보려고 해. 너무 떨려, 엄마 어떡해'란 내 말에, 딸이 '엄마, 연습이라고 생각해. 강의실에 엄마만 있다고 생각해', 라고 하는데 가슴이 뭉클했다. '나의 도전 자체만으로도 아이한테 무엇인가 줄 수 있구나'란 생각에 도전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드디어 강의 날. 정신없이 강의를 마치고 보니 딸아이가 다섯 번이나 전화를 한 게 아닌가. '무슨 일일까?, 강의 간 엄마가 걱정돼서 전화를 한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딸아이는 '엄마, 언제와?'(웃음), 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정말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 책이 나오고 주변 반응은 어떤가.


"책에 다룬 아이들과의 에피소드가 비슷한 사례가 많다고 했다. 책에 나온 그림책을 찾아 다시 한 번 더 읽게 만든다, 그림책 하나에 대한 내용이 짧아 짬짬이 읽을 수 있어 좋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 직장맘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육아 방식은 다양하다. 어르신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혼자 육아를 도맡아 하는 친구들도 있다. 너무 잘하려고 하면 힘들다. '이 시간은 놓아버리자' 하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우리는 부모 세대랑 차이가 있어 무조건적인 희생을 바라는 세대는 아니지 않나. 힘든 육아에도 '이것 하나면 버틸 수 있다'라고 하는 자기 자아를 챙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필요하다. 예를 들면, 한 엄마의 육아 돌파구는 여행이다. 방학 때 아이들을 시골에 맡기고 혼자 여행을 한다. 힘든 육아를 여행으로 버티는 거다. 그 외에도 남편과의 역할 분담, 한쪽의 희생으로 관계가 유지되는 게 아닌 시스템적으로 역할을 나누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다보면 우리 아이는 왜 저러지, 나랑 왜 이렇게 다르지, 아빠 닮았나, 등 비교를 많이 한다. 비교하지 말고 생활 속에서 아이의 입장이 돼 보면 어떨까."


- 첫 책을 출간했는데 앞으로의 출간 계획이 있다면? 또 독자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처음 100일은 나를 위해, 이후 100일은 아이들을 위해, 나머지 100일은 다른 엄마들도 쓰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이 책을 보고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어떤 독자 한 분이 SNS에 '이런 글은 나도 일기장에 끄적였던 글이었던 것 같다'고 적어 둔 댓글을 봤다. '글을 꼭 쓰고 싶을 때가 있을 거다. 그 타이밍을 놓치질 말고 쓰셔라'고 댓글을 남겼다. 나도 써볼까 하는 마음을 가진 베이비뉴스 독자분들도 많을 것 같다. 일단 쓰셔라! 나도 계속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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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경 기자(hk.kwon@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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