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2021 수능①]주요 대학 “수능 절대평가 땐 정시에 ‘新 전형’ 도입할지도”

[인터뷰]백광진 서울 9개 대학 입학처장협의회장(중앙대 입학처장)
"수능 현행 유지해야 공정한 선발 가능…사교육 확산 막을 수 있어”

   조선일보 DB


서울 주요 대학들이 수능 절대평가 도입 시 정시에서 기존 전형을 결합한 형태인 ‘신(新) 전형’을 도입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밝혀 수능 절대평가 전환 가시화에 브레이크가 걸릴지 주목된다.

최근 경희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 등 9개 대학 입학처장협의회(이하 협의회, 회장 백광진 중앙대 입학처장)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하며 ‘단계적(또는 점진적) 절대평가 전환’ 의견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와 교육부 등에 전달했다. 협의회는 여론과 자문위, 교육부 등에 일차적으로 수능 현행 유지, 즉 수능 상대평가를 꾸준히 주장해 왔으나 정부의 수능 절대평가 전환이 가시화되면서 한발 물러선 단계적 절대평가 도입을 개진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에서도 수능 절대평가 반대 움직임이 거세다.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개설한 온라인 정책 제안 플랫폼인 ‘광화문1번가’ 홈페이지에는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재고해 달라거나 반대한다는 게시글이 줄기차게 올라왔다. 이는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취임식에서 “궁극적으로 수능은 절대평가로 운영해야 한다”며 사실상 절대평가 전환을 시사하면서 논란에 불씨를 당겼다. 12일 본지는 지속적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수능 절대평가 전환’에 대해 협의회장인 백광진 중앙대 입학처장(의학부 교수)을 만나  대학의 입장을 들어봤다.



-수능 현행 유지, 즉 수능 상대평가를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이유는 뭔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학생들에게 기회의 다양성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고등학교 때 잠시 방황했으나 뒤늦게 열심히 하려는 학생들이나 학생부가 좋지 않아 수시모집에서 떨어진 학생, 재수생들은 패자부활전의 기회마저 잃는다. 둘째는 선발의 공정성이 없어진다. 실제로 절대평가로 바뀌면 ‘수능 전 과목 1등급 학생’이 현행보다 10배가량 늘어날 거란 분석이 여러 차례 나오고 있다. 동점자가 너무 많아져 수능만으로 당락을 가려낼 수 없게 된다. 세 번째는 정시의 수시화(학생부화)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이처럼 공정성이 없어지면 정시에서도 학생부가 필요해진다. 이렇게 되면 수시든 정시든 학생부가 중요하게 돼 결국 고교 교육이 학생부 위주로 획일화될 것이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 시, 대학이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있는가. 

“단언컨대, 정시에서 더는 선발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가 없다. 수능 절대평가 땐 입시 정책의 변화에 따라 정시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수능성적에 면접이나 논술, 또는 학생부 평가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전형방법을 고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를 ‘대학별 고사가 부활한다’고 표현한다. 전형과 전형이 결합한 ‘신(新) 전형’이 생기든, 대학별 고사가 부활하든 방법은 대학마다 다를 수 있다. 왜냐하면 대학마다 추구하는 인재상과 이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 전형이 실시 될 시 대학의 자율성이 존중돼야만 하는 이유다.”

-신 전형 도입 시, 사교육이 활성화될 우려는 없나.

“물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행 체제 유지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수능을 준비함과 동시에 지망하는 대학의 신 전형 및 대학별 고사를 준비하기 위해 사교육을 전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학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절대 비슷하게 시험을 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문위와 교육부에 ‘단계적 절대평가 전환’ 의견을 전달했는데.

“이미 한국사와 영어가 절대평가로 이뤄지는 상황이기에 부분적 절대평가가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추가로 절대평가 전환을 해야 한다면 통합사회(이하 통사)와 통합과학(이하 통과)이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수능 현행 유지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수능 절대평가가 가시화되는 시점에 굳이 (단계적으로라도 수능 절대평가를) 해야 한다면 국어, 수학만은 상대평가를 유지하자는 얘기다.”

-왜 통사·통과는 절대평가고, 국어와 수학은 상대평가 유지인가.

“통사와 통과는 기초과목이다. 2021학년도 수능은 새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을 처음으로 적용하는 시험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는 문이과 통합을 통한 ‘융합형 인재 양성’이다. 융합형 인재 양성과 통합과목인 기초과목을 연계하는 것은 거리감이 좀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문과 학생이 과학 과목을 이과 학생이 사회 과목의 기초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이라면 한국사의 기초 내용 정도는 수학하자는 의미로 수능에서 절대평가로 치르는 한국사 영역처럼 말이다. 공통 과목을 통해 기초 소양을 함양한 다음 각자 적성과 진로에 따라 선택과목을 통해 맞춤 교육으로 나아가자고 풀이하면 된다. 그러나 언어적·수리적 사고는 동서고금 어느 나라, 어느 시대든 가장 기초가 되고 도구성이 큰 사고력으로 인정받아 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역량 중의 핵심이다. 그래서 수학과 국어는 꼭 상대평가가 돼야 한다.”

-현 정부 들어 수능 이외에도 다양한 입시정책 및 제도에 대한 의견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 말한 공약의 문장이나 워딩(wording)에 집중하지 말고 그 정신과 목표(사교육 근절)에 집중했으면 한다. 중요한 것은 입시는 생태계라는 점이다. 교육과 입시는 현재 미흡한 부분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내실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 입시 생태계가 교란할수록, 입시가 여론에 논란거리가 될수록 혼란스러운 것은 수험생과 학부모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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