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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 안 한 반려견 때문에⋯” 어린 자녀 둔 부모들 ‘가슴 철렁’

반려견 목줄 미착용 사고 늘어난 탓에 부모 걱정도↑
전문가들 “목줄 착용은 견주의 의무임을 깨달아야”


주부 한민영(가명∙서울 성동구)씨는 지난달 네 살배기 딸에게 달려든 이웃집 개 때문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딸과 함께 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목줄 안 한 중형견 한 마리가 아이에게 곧장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한씨는 “개 주인은 반가워서 그런 거라며 둘러댔지만, 아이를 즉시 안아 올리지 않았더라면 자칫 물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며 “한참을 품에서 우는 딸이 혹여나 동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길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반려견이 사람을 무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아이가 자주 다니는 공원이나 놀이터, 아파트 단지 등에서 목줄을 하지 않은 반려견이 아이를 해치거나 위협을 가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유치원생 아들을 둔 김환희(가명∙서울 용산구)씨는 “아이가 동물을 굉장히 무서워하는데, 가끔 아이와 아파트 단지를 돌다 보면 목줄을 하지 않은 개를 데리고 다니는 이웃이 더러 있다. 또 목줄을 채웠더라도 길게 늘어뜨려 풀어놓은 것과 다름 없이 다니는 걸 보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한숨지었다.

혹 이에 대해 쓴소리를 하면, 일명 ‘맘충(Mom+蟲∙지나치게 자기 자식만 감싸는 엄마를 뜻하는 말)’이라며 고깝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주부 한예진(가명∙인천 연수구)씨는 지난주 아기띠를 메고 산책을 하다 목줄 안 한 반려견 때문에 진땀을 뺐다. “잠든 아기를 안고 집 앞에 잠깐 나왔는데, 목줄 안 한 강아지가 계속 제 발밑에서 맴돌며 짖어댔어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정작 주인은 뒤편 벤치에 앉아 ‘이리 오라’고 부르기만 하는 거에요. 결국 자던 아이가 깨서 우니 그제야 강아지를 데리러 왔어요. 화가 난 마음에 ‘앞으론 목줄은 꼭 챙기시라’고 말했더니, 유난 떠는 엄마 취급하며 흘겨보는데 정말 속상했어요.”

이 같은 상황은 운전자에게도 나타난다. 세 살 난 딸을 둔 임은지(가명∙경기 성남)씨는 며칠 전 아이를 태우고 운전하다 목줄 안 한 대형견 두 마리가 갑자기 도로변으로 튀어나와 깜짝 놀랐다. 임씨는 “아파트 앞이 바로 차가 다니는 도로인데, 운전해서 지나가다 갑자기 큰 개 두 마리가 튀어나와 급정거했다. 그런데 견주는 사과는커녕, 저희 차 쪽은 쳐다도 안보고 본인 개 챙기느라 바쁘더라”며 “딸이 많이 놀란 것 같아 그냥 넘어갔지만, 사고라도 났으면 누구 탓을 하려고 그랬는지 정말 아찔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달 목줄 풀린 대형견이 지나가던 어린이를 무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7일 전북 군산시 조촌동의 한 거리에서 오후 6시30분께 친구들과 함께 길을 가던 강모(10)군이 넘어지자 뒤따라오던 ‘맬러뮤트’로 추정되는 대형견 한 마리가 갑자기 강 군을 공격했다. 이 사고로 강 군은 팔과 다리에 피부이식 수술을 검토해야 할 정도의 중상을 입었다. 강 군의 가족은 “아이가 뛰어가다 넘어지니 개가 달려와서 물었다. 도망가면 또 와서 또 물었다”고 전했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를 낸 개는 주인이 목줄을 놓친 틈을 타 집에서 나가고 나서 4시간 이상 시내를 돌아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반려견에 물리는 사고는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반려견 물림 사고는 지난해 1019건이 접수됐다. 2011년 245건, 2012년 560건, 2013년 616건, 2014년 676건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2015년엔 1488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행법 역시 반려견 물림 사고를 막기 위해 목줄을 착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물보호법 13조 2항에 따르면 '소유자는 동물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해야 하며, 배설물 발생 시 즉시 수거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하지만 일부 견주들의 인식 수준은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최근 산책로, 등산로, 공원 등에서 현수막이나 표지판을 설치해 반려견 목줄·인식표 착용, 배설물 수거를 권고하는 현수막을 걸고 있지만, 목줄 없이 뛰어다니는 반려견이나 인도 위 배설물이 종종 눈에 띈다. 반려견 2마리를 키우는 주부 최모(51)씨는 “좁은 집 안에서 기르다 보니 밖에 산책을 나오면 간혹 목줄을 풀어주고 싶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과 공공장소를 찾을 땐 '펫티켓'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펫티켓은 반려동물을 의미하는 펫(Pet)과 매너를 의미하는 에티켓(Etiquette)이 합쳐진 신조어다. 이형석 우송정보대 애완동물학부 교수는 "모든 사람이 개에 대한 친밀감을 갖고 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반려견이 배설하고 짖는 것이 견주 본인에게는 '별일'아닐 수 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혐오적 행위'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의식 개선과 책임감 있는 행동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견주가 직접 반려견의 사회성을 키워 주려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성이 좋은 개들은 밖에서도 사람과 잘 어울리고 짖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덜 해요. 생후 6개월 이내 강아지 때부터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주인 외 다른 이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연습을 한다면, 사회성 발달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한 반려견 동호회를 운영 중인 이모(36)씨도 “반려동물 1000만 시대를 맞이하면서 반려인과 비(非)반려인 간에 서로 얼굴을 붉히거나 사건∙사고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면서 “’’나 하나쯤이야’ 또는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 생각을 고집하기보단, 반려견을 데리고 외출할 때는 목줄을 반드시 착용시키고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서는 줄을 짧게 잡아 물림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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