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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학생 애틋한 사제지간 실종… ‘학생부 기록’으로 얽힌 단순 이해관계?

전북 부안여고 사태로 야기된 학생부 기록 공정성 논란… 고교 현장, 문제없나?


전북 부안여고의 한 체육교사가 학생들을 성추행하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와 수행평가 성적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교육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전북도교육청 중간감사 결과, 해당 교사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각을 하지 않은 학생의 학생부에 ‘지각을 자주 하는 학생’이라고 허위 사실을 기재하는 한편, “체육 과목 수행평가 점수를 깎겠다”고 학생을 협박하면서 성적을 자의적으로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으로 교육계 일각에선 “교사의 학생부 기록 과정이 공정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의 학생부 기록을 전적으로 담당하는 교사의 의지에 따라 특정 학생의 학생부 기록이 나쁘게, 혹은 좋게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을 통해 여지없이 드러났기 때문. 

학생부 기록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는데, 문제는 학생부를 핵심 평가요소로 활용하는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의 입시전형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학년도 16.1%에서 2018학년도에는 23.7%로 증가했다. 학생부 기록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대학도, 고교생도, 학부모도 학생부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면 결국 최근 대입에서 가장 ‘핫’한 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의 존폐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학생부 기록으로 학생들의 대입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교사, 학생부를 조금이라도 더 풍성하게 만들어 대입 경쟁력을 갖추길 원하는 고교생과 그 학부모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 학생부종합전형, 고교 현장 바꿨지만… 교사-학생은 학생부 놓고 ‘눈치 싸움’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 증가로 예전에 비해 고교생들이 학교 수업에 더 열심히 참여하고, 학교생활에 더욱 충실히 임하게 된 것은 사실. 즉, 과거에는 학교 수업보다 학원 수업에 더 집중하고, 과외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많았다면 학생부종합전형 도입 4년차를 맞은 지금은 많은 학생들이 학교생활 자체에 온전히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무너져 가던 교권과 공교육 현장을 다시 부활시키는데 학생부종합전형이 큰 역할을 한 것이다.

경기 구리시의 한 고교 교사 A 씨는 “학생부종합전형 시행 이후, 학교는 학생들의 학생부를 잘 만들어내기 위해 교과 수업을 모둠활동, 발표, 토론 위주로 바꾸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학생부를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수업에 스스로 열심히 참여하는 등 공교육 현장이 올바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학생부종합전형은 고교 교육 방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켰지만 부작용도 있다. 학생과 교사간의 관계가 친밀함을 바탕으로 한 ‘사제지간의 애틋한 정(情)’으로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부 기록’이라는 이해관계로 얽히는 것. 즉, 학생들은 단순히 ‘내 학생부를 써주는 존재’로 교사를 바라보고, 교사들은 “너 이렇게 하면 학생부 좋게 안 써준다”는 식으로 학생들을 교육하면서 적잖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올해로 32년째 교직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고교 교사 B 씨는 “교사가 학생을 객관적으로 관찰한 뒤에 학생부를 기록했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내용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따지고 항의하는 학생들도 적잖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교사를 단순히 ‘학생부를 써주는 존재’로 인식하고 부적절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 B 씨는 “학생부 기록에 대한 권한은 전적으로 교사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성화가 워낙 거세다 보니 학생부 기록을 둘러싸고 교사들과 학생의 눈치 싸움도 빈번히 발생한다”고도 말했다. 
 
학생들의 불만도 적잖다. 현재 고교 현장에서는 학생부가 ‘무기’다. 충실한 학생부를 갖고 있어야 입시에서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학생부에 좋은 평가가 들어가길 원하고, 교사는 자신이 가진 ‘학생부 기록 권한’을 무기 삼아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는 것.

경북의 고3 C군은 “한 선생님이 학급 친구를 훈계하는 과정에서 “너 자꾸 이런 식으로 할거면 좋은 학생부는 기대하지 말라”고 했는데, 자꾸 그 말이 떠오른다“면서 ”나도 학생부 기록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까봐 심리적으로 위축돼 작은 말, 행동 하나하나까지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생부를 ‘잘’ 만들기 위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스스로 검열하게 되고, 이에 따라 학교생활 중에 받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 학업, 입시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자신의 행동과 말 하나하나도 신경 쓰게 되면서 행복해야 할 학교생활이 불행해지는 것이다. 


○ 학부모, “학생부 신뢰도 떨어지면 입시제도 변화?” 우려… 교사 “극히 일부 사례일 뿐”  

이번 전북 부안여고에서 발생한 사태는 교사가 가진 ‘학생부’라는 무기를 평가의 대상인 학생들을 향해 마음대로 휘두르면서 벌어진 것. 현재 많은 학교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너 이렇게 하면 학생부 좋게 안 써준다”는 식으로 교사가 학생을 교육한다면 제2의 부안여고 사태가 또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단순히 교사를 ‘학생부를 써주는 존재’로만 인식하는 교사-학생간의 이해관계가 지속된다면 심각한 교권침해 등 또 다른 사태로 이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 문제는 대학들의 입시 평가 과정을 일부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로 확대될 소지도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돼 대학이 학생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대학이 학생부 반영 비중을 대폭 줄이고, 면접, 대학별 고사 등 다른 평가 요소에 대한 반영 비중을 높일 수도 있기 때문. 서울 양천구의 고3 학부모 D 씨는 “학생, 학부모가 학생부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면 대학 또한 마찬가지 아니겠느냐”면서 “만약, 대학들이 학생부를 배제하고 면접이나 대학별 고사의 비중을 늘려 신입생들을 변별하려 한다면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만 늘어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일부 교사들은 “이번 부안여고 사태는 매우 특별한 일일뿐 실제로는 매우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학생부 기록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한 교사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학생부 기록의 공정성에 대한 목소리를 이해하면서도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학생부 기재 가이드라인이 매우 엄격해, 학생부를 작성할 때도 예전과 달리 매우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평가근거를 작성한다”면서 “현행 학생부 기재방식을 준수해 작성한다면 ‘발표를 많이 한다’라는 주관적인 표현 대신 ‘매 시간 3회 이상 꾸준히 발표를 한다’와 같은 구체적인 근거를 적어야 하므로 실제로 교사가 학생부를 기재할 때에는 주관적인 감정을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김효정인턴 기자 hj_kim86@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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