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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인재 기르려면 수업 방식부터 바꿔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밝힌 ‘창의융합형 인재를 기르기 위한 수업 혁신 전략’


“‘수업을 바꿔라’라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내 아이가 다녔으면 하는 이상적인 수업환경이더라고요.” “선진국의 수업은 아이들의 오감을 만족시켜서 지루할 틈이 없어 보였어요. 우리나라도 이런 수업이 가능할까요?” 
 

해외 여러 학교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수업방식을 보여줌으로써 공교육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한 TV 프로그램을 본 학부모들이 온라인에 게재한 반응들이다. “대학 입학을 위한 수업이 아닌 학생의 ‘창의성’을 기르기 위한 수업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이런 수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학부모들이 적잖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울 수 있는 교육에 학부모들의 관심이 뜨겁다. 특히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인문, 사회, 과학기술의 기초 소양을 쌓아 ‘창의융합형 인재’로 성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학교 수업도 기존의 일방적 수업방식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수업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혁신적인 수업방식이 무엇인지 모르고, 이에 대한 정보도 충분치 않아 실제 수업 현장에서는 수업 혁신이 파격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 이에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교사들을 위해 ‘창의융합형 인재를 기르기 위한 수업 혁신 전략 12가지’ 책자를 발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려면 수업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이를 위한 수업 전략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 창의융합형 인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고차원적 문제 해결하는 인재


가장 먼저, ‘창의융합형 인재’는 어떤 인재를 일컫는 것일까? 평가원에 따르면 ‘창의융합형 인재’들이 지닌 공통적인 특성은 인지적 측면에서의 ‘창의적인 문제해결에 필요한 전문 지식과 독창적인 사고력’, 인성적 측면에서의 ‘강한 호기심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 소통 능력 등의 태도’라고 한다. 즉 창의융합형 인재들은 어떤 문제를 바라볼 때 시야를 넓혀 생각의 방향을 달리하면서 전문적인 지식을 쌓는 한편, 타인 또는 타 영역과 소통하며 새로운 문제를 발견해나간다는 것. 
 

이러한 특성을 지닌 창의융합형 인재들은 하루아침에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호기심 △끈기 △소통 능력 △창의력 △문제해결력 △사고력 △이해력 △상상력 등의 능력을 차곡차곡 쌓아 이런 능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한다. 학생들을 창의융합형 인재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능력들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는 수업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평가원 측은 “창의융합형 인재를 기르려면 먼저 ‘수업’이 달라져야 한다.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업으로는 학생들의 창의융합적 역량 계발을 지원할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4차 산업혁명이 이뤄지면 단순한 문제 해결은 기계가 대체하는 사회가 되고, 사람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것들만 남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배운 지식들을 융합해 삶에 적용하는 자극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낯설게 보기’ 통해 창의력 길러줘야


그렇다면 이런 창의융합형 인재는 어떻게 키워낼까? 수업 방식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학생들이 익숙한 관점을 털어내고 새롭고 낯선 시각으로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일종의 ‘발상의 전환’을 하도록 하는 것. 기존의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연습을 하거나, 기존의 활용법을 바꿔보기 위한 활동을 함으로써 창의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평가원이 공개한 중2 역사 수업 ‘삼국의 성립과 발전’ 단원의 4차시 수업 사례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가야 연맹의 발전과 해체에 대한 내용을 배우는 시간. 일반적으로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가야의 문화, 역사, 위상, 의미 등에 대해 설명하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하지만 학생들을 창의융합형 인재로 양성하기 위한 수업은 조금 다르다.

교사는 먼저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이 중앙집권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공통점을 설명한 뒤 “왜 가야는 그렇게 발전하지 못했을까?” “가야는 삼국과 600년을 함께 존재하다가 100년 앞서 멸망했는데, 이 시기를 가야를 포함해 ‘사국시대’로 부르는 것이 옳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학생들은 모둠별로 토의를 하며 각자의 근거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의견을 정리한다. “중앙집권국가까지 가지 못하고 연맹으로 멈췄으니 국가라고 부르긴 어렸다” “가야의 문화가 전파되고 영향력을 행사했으니 인정해줘야 한다”와 같은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질 수 있다. 
 

평가원은 “삼국시대 자체는 학생들에게도 익숙한 용어이지만, 이를 뒤집어보는 질문을 통해 학생들은 삼국시대와 가야 문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해볼 수 있다”면서 “기존의 방식대로 해도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식을 고민해보는 시도와 노력이 창의성 개발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 ‘딴 짓’ 할 수 있는 시간이 곧 융합적 사고 키우는 기회


창의융합적 인재들의 특징 중 하나는 강한 호기심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 호기심은 급박하게 쫓기는 순간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심사들이 많이 생기는 여유로운 여건 속에서 나타난다. 따라서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려면 수업 시간에서 궁금함을 느끼고, 직접 찾아보고, 다른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평가원은 “적당히 심심하고, 적당히 할 일 없는 상태에 놓여 있을 때 ‘딴 짓’의 발동이 걸린다. 딴 짓을 통해 이런 저런 궁리를 하다가 ‘이것과 저것을 엮어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며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수업에서 필요한 것은 ‘학생들이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려 볼 수 있는 환경과 충분한 시간’”이라고 밝혔다. 
 

가령 중3 국어 수업에서 장강영의 소설 ‘알바생 자르기’에 대한 내용을 배운다고 가정해보자. 일반적인 수업에서는 단편소설 한 편을 읽으면 소설에서 중요한 내용, 작가의 의도, 시대적 배경 등을 파악하고 빠르게 다음 단원으로 넘어간다. 수업 진도에 쫓기기 때문. 하지만 학생을 창의융합형 인재로 기르기 위해선 △소설과 관련해 아르바이트 상식 키우기 △소설 속 아르바이트생이 해고된 이유와 해고되지 않을 이유 생각해보기 △소설 속에 드러나는 사회적 상황 찾고 문제 제기해보기 △자신의 생각 글로 정리하기 등 수업 시간을 충분히 할애해 다양한 활동을 해보는 것이 좋다. 
 

평가원은 “낯설고 새로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경지식을 공유할 시간, 서로 대립하는 인물의 입장이 되어 볼 시간 등을 가져본 학생들이 느끼는 바는 보통의 수업을 통해 느낀 바와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시간과 여유가 비로소 이해의 깊이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에듀동아 최송이 기자 songi12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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