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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을 알아야 서울대 간다…“고교 활동의 ‘동기-과정-결과’에 주목

[2018학년도 대입을 말하다⑤] 안현기 서울대 입학본부장




서울대학교는 2018학년도 입시에서 3181명을 선발한다. 수시모집의 비중이 약 80%가량인데, 이중 수시 일반전형(1739명)과 지역균형선발전형(757명, 이하 지균) 그리고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Ⅰ(정원외, 저소득‧농어촌 각 80명)을 모두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으로 선발한다. 정시모집 일반전형(685명, 수능위주전형)을 제외한 모든 입학전형이 ‘학종’인 셈이다. 올해 수시모집에서 서울대는 학종에 대학입시의 모든 것을 걸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전 학문분야에 걸쳐 학종을 도입했다. 

서울대는 왜 수시를 학종으로 일원화했는지, 학종 외 숨은 변수는 없는지, 합격의 당락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이며 서울대가 찾는 인재는 누구인지 등 수험생과 학부모의 궁금증은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1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대 입학본부에서 만난 안현기 입학본부장(영어교육과 교수ㆍ사진)은 되려 난감해했다. 

“우리가 발표한 게 전부예요. 수험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수없이 의심 아닌 의심을 받는데, 너무 답답합니다. 서울대의 학생부종합전형은 2005년 도입한 이래 크게 달라진 게 없어요. 학종의 취지를 살리는 쪽으로 가되, 학과별로 필요에 따라 아주 조금씩 변화가 있었을 따름입니다. 서울대 학종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예컨대 출신 고교가 어딘지, 어떤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했는지 이 자체엔 관심이 없고, 학종의 근본취지 즉 고교시절 여러 활동의 ‘동기-과정-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뿐입니다.”

올해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안 본부장은 대뜸 답답함부터 토로했다. 그간 꽤 시달린 탓이다. 아무래도 서울대는 국내외 고교에서 학업능력 최상위권 학생들이 경쟁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고정돼 있고, 이 때문에 수험생‧학부모들은 ‘특별함 그 이상의 특별함’이 있을 거라는 기대로 입시를 준비한다. 이런 기대가 매년 서울대 입학본부를 두들겨 온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대 홈페이지 등에 공개한 ‘학종’ 그 이상의 비기는 정말 없는 걸까. 이 대목에 다다르자 안 본부장은 서울대 학종의 특장점을 자신 있게 꺼내놨다. 

“여타 대학의 학종전형을 살펴보면, 고교생들이 진로를 빨리 정해서 그에 걸맞은 활동을 얼마나 꾸준히 또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혹은 특정과목에서 심화한 질문을 하는 대학도 있죠. 서울대 학종은 그렇지 않아요. 만일 한 학생이 조경학과에 지원한다고 합시다. 조경학 관련한 교내 동아리가 딱히 떠오르지 않죠? 최근 초중등 과정에서 진로교육을 많이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의 꿈을 정하지 못한 고교생이 많습니다. 우리는 이런 고교 현장의 현실을 주목해요. 교내 활동이 반드시 지원하는 학과와 일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대신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도전한 프로젝트들, 그리고 성공 혹은 포기할 수도 있는 고교 생활의 ‘경험’을 유심히 들여다봅니다.”

학종이 정성평가다 보니 ‘평가기준’ 등 공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늘 따라다닌다. 안 본부장은 서울대 학종을 ‘대학원 입학시험’에 비유했다. 

“최고 수준의 학문에 진입하는 대학원생을 모집할 때 필기시험 한 문제를 냅니다. 대학원 입학시험은 글감 선택에 몇 점, 논리적 완결성에 몇 점 이런 식으로 세세하게 배점을 매기지 않아요. 자신이 그간 학업을 어떻게 임해왔고, 나름대로 어떻게 몰입해왔는지, 다시 말해 ‘동기-과정-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죠. 이땐 평가자인 교수들의 ‘전문가로서 양심’을 믿어야 합니다. 학종도 마찬가지에요. 서류 하나로 결정하지 않습니다. 수능 최저기준이라든지 면접‧구술 등 여러 전형이 남아있어요. 종합전형이란 말 그대로, 종합적으로 준비해야 합격선에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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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객원기자

◇2018학년도 서울대 수시 ‘소소한 변화’는?

하지만 올해 입시에서 달라진 건 분명히 있다. 안 본부장은 이를 “소소한 변화”라고 했지만, 서울대를 지원하는 수험생 입장에선 꼭 챙겨봐야 할 것들이다. 

수시 일반전형에서 자유전공학부가 올해부터 심층면접을 한다. 지난해까지 자유전공학부는 2단계 평가에서 1단계 서류평가와 면접 및 구술고사를 별도의 배점 없이 종합평가했지만, 올해는 1단계 성적 50%, 면접 및 구술고사 50%로 뽑을 예정이다. 

수시 일반전형 1단계 합격자를 대상으로 하는 ‘면접 및 구술고사’는 현장에서 제시문을 받아 15분 내외로 발표하는 방식이다. 이전까지 자유전공학부는 일반면접을 했다. 문제는 10분 내외의 짧은 면접시간이었다. 안 본부장은 “자유전공학부에는 문과와 이과의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개성이 뚜렷한 지원자가 많이 몰린다. 융합 관련 필수과목도 많아 입학 후 학생들의 학업 부담이 크다. 학과 교수들이 ‘10분 면접’으론 평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연대학의 지구환경과학부, 농업생명과학대학의 식물생산과학부, 응용생물화학부, 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는 면접 및 구술고사의 ‘제시문’을 바꿨다. 예컨대 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의 경우 학과 이름(바이오)이 주는 인상으로 인해 생물과목만 이수한 지원자들이 몰렸는데, 올해는 ‘물리, 화학’ 관련 제시문이 주어진다. 제시문은 과학Ⅱ 수준으로 예상된다. 

안 본부장은 “학과 이름이 주는 선입견 탓에 기초학업을 이수하지 않은 학생들이 많았다”며 “지원할 학과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 면접 및 구술고사 제시문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고교 교과과정 안에서 깊은 생각이 필요한 문항을 만들어 친구들과 토론학습을 해보거나 자연과학 이론이나 관심 주제에 대해 문제를 설정하고 발표하는 것도 면접 및 구술고사를 대비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이 밖에도 수시 일반전형에서 동양화과, 조소과, 디자인학부(실기 미포함 전형) 등 미술대학 일부 학과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변경됐다. 올해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첫 모집에 나선 음악대학의 국악과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정시모집 과학Ⅱ+Ⅱ가산제 없애고, 영어 ‘차등 감점’
정시모집은 ‘과학Ⅱ+Ⅱ 가산점’ 폐지와 수능 영어영역 차등 감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우선 2017학년도 정시모집까지 적용해온 과학Ⅱ+Ⅱ 가산점제도는 올해부터 폐지된다. 서울대는 고교에서 ‘과학Ⅱ’를 두 과목 이상 이수한 학생에게 가산점을 부여해왔다. 올해 이를 폐지한 건 과학Ⅱ가 과목 간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제기돼 왔고, 일선 고교에서 과학Ⅱ 과목을 두 개 이상 개설한 학교가 드물다는 점 때문이다. 

안 본부장은 지구환경과학부를 예로 들면서 “학과에서 요구하는 ‘지구과학Ⅱ’를 고교생들은 사실상 독학으로 이수해야 한다”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학교에서 개설되지 않은 과목을 준비하기 위해 사교육을 받는 현실을 감안했다. 안 본부장은 “과학Ⅱ+Ⅱ 가산점제도를 폐지키로 한 건 고교교육 정상화를 바라는 서울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입학본부는 전국 1537개 일반고 가운데 지구과학Ⅱ를 개설한 고교가 10여 곳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안 본부장은 그러나 ‘수시모집’에 응시할 경우엔 과학Ⅱ 과목을 이수해야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Ⅱ를 두 과목 이상 개설한 학교에 다닌 학생은 과학Ⅱ 과목을 최대한 이수하는 게 나을 것”이라며 “학교에서 관련 과목을 개설하고 있는데도 이수하지 않았다면 수시모집에선 이를 분명히 고려할 요소”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된 수능 영어영역은 반영하지 않는 대신 2등급부터 0.5점씩 감점키로 했다. 정시 일반전형에서 수능영역별 반영비율은 ‘국어 100, 수학 120, 탐구 80’으로 결정됐다. 지난해 영어영역 반영비율은 100이었다.  

안 본부장은 2018학년도 서울대 입시를 대표할 키워드로 ‘학종’을 첫손에 꼽았다. 안 본부장이 강조하는 서울대 학종은 양보다 질, 겉모습보다 내실, 행동보다 몰입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여건에 개의치 말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과정’에 충실해 달라고 당부했다. 

“학교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얼마나 제공하느냐 여부는 서울대 학종의 평가요소가 아닙니다. 학교마다 제공하는 활동기회는 여건에 따라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다시 말하지만, 활동의 종류와 개수는 중요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매년 학부모들은 서울대가 고교 유형이나 명성에 따라 차등평가를 할 것이라는 의심을 놓지 못합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자신(혹은 자녀가)이 다니는 고교가 ‘최고의 학교’라고 생각하고 충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면, 우리가 먼저 모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