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울지역 학교 상벌점제 폐지 추진한다는데…


서울시교육청이 초·중·고교생의 체벌 대신 도입된 상·벌점제 폐지를 전면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전국적으로 확산될 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당근(상점)과 채찍(벌점)으로 학생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제도가 교육적으로 옳은 방식이 아니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된 것에 대한 조치다. 이에 전북지역 등 자체적으로 폐지를 선언한 일부 시·도 교육청도 나왔다. 하지만 이를 놓고 교사가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뚜렷한 대안 없이 상·벌점제를 없애면 교육 현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시교육청 3개년(2018~2020년) 학생인권종합계획 초안'을 공개했다. 학생인권종합계획은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교육감이 3년 단위로 수립하는 서울 학생인권정책 청사진이다. 이번 종합계획은 '학생을 시민으로, 학교를 시민사회로'라는 비전과 '학생인권 보호·증진'과 '인권 친화적 교육문화 조성'이라는 2가지 목적으로 수립됐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계획안은 단연 ‘상·벌점제 대안 모색’이다. 시교육청은 앞으로 처벌(벌점 부여) 위주의 학생지도가 아닌 대안적 생활교육으로 생활지도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때 상·벌점제란, 학교 내 체벌을 뿌리 뽑기 위해 2009년에 정책적으로 도입한 제도다. 그간 올바른 행동을 한 학생에게 상점을, 잘못된 행동을 한 학생에게 벌점을 주는 방식으로 널리 시행돼왔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초·중·고교생의 67.2%가 자신의 학교에 상·벌점제가 운영된다고 밝혔다. 특히 고교생의 경우 10명 중 9명은 학교에 상·벌점제가 있다고 답했다. 시교육청은 "상·벌점제에 대한 문제점을 공유하고 대안적 교육방안 연구를 시작할 것"이라며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준수하도록 하는 학급규칙(헌장) 제정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계획에 대해 반기는 분위기다. 학생 개개인의 생활까지 점수를 매기는 건 반인권적이고 반교육적인 행위이며, ‘벌점을 상점으로 상쇄할 수 있어 일정 정도 잘못된 행동은 해도 괜찮다’는 비뚤어진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경남지역 한 교사는 “벌점 부과를 통해 순간의 행동은 바꿀 수 있지만, 아이들 내면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경남교육청은 지난 17일 내년부터 도내 초·중·고의 상·벌점제를 폐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상·벌점제 폐지를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회복적 생활교육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에 맞춰 학교가 힘들더라도 이번 기회에 새로운 패턴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지역 역시 지난해 상·벌점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정철 환일고 교감은 “현재 고교 현장에서 상·벌점제는 큰 의미가 없어 폐지하는 게 옳다고 본다”며 “현재 우리 학교도 교사가 상벌항목을 기록해 점수를 매기는 일명 ‘그린마일리지제’를 운영하곤 있지만, 이 같은 점수가 대입에 반영되거나 치명적인 약점으로 통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별 효과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폐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일선 교사들은 체벌 없이 학생을 지도하는 데 활용했던 상·벌점제가 폐지되면, 학생들을 지도할 강력한 수단이 없어진다는 주장이다. 한 서울지역 중학교 교장은 “체벌이 금지된 상황에서 상·벌점제까지 없앤다면, 교사가 학생을 지도할 수단이 없어 교권 후퇴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경기지역 한 교사는 학교 현장을 모르는 얘기라고 토로한다. 그는 “학생들을 사랑으로 대한다고 하더라도 무언가 잘못했을 때는 그 잘못을 꾸짖고 바로잡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체벌도 없는데 상·벌점제까지 없어지면 어떤 수단으로 학생들을 지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누리꾼들 역시 이 같은 폐지안에 열띤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누리꾼은 학생 인권만 존중할 게 아니라 교권도 중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금 공교육이 무너진 이유 중 하나가 학생 인권만 강조한 나머지 교권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라며 “교권이 있어야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학생 인권 증진이란 명목 아래 사실상 교육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정말 학생들을 올바른 시민으로 만들기 위해선 권리만을 쥐여주는 게 아닌, 잘못했을 시 시민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처벌이 있음을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이날 오후 학생·학부모·교직원 대상 관련 토론회를 기점으로 각계 의견수렴을 진행한 뒤 이르면 오는 10월 최종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종합계획 최종안은 오는 10∼11월 확정·발표될 예정"이라면서 "최종안이 나오면 연도별 추진계획도 따로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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