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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

상위권만 학생부 기록해주는 학교, 학부모가 NO라고 말할 수 있는 권한은 없나?

학부모가 참여하고 행동해야 학교가 바뀐다

 
 
▲ 지난해, 9월 26일 괴산,증평지역 학교운영위원 교육정책 연수 때 모습이다. [사진 출처=충북교육청]

“일반고 5,6등급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에 합격했다!”

다른 학부모의 친구를 통해 가끔 들려오는 이런 소식. 마치 내 아이도 이 방법을 따라하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그 방법을 궁금해 하지만, “그 아이는 뭔가 특별했나보지”라며 체념하기 일쑤다.

한편 상위권 대학의 입학팀장들은 “중하위권에도 우수한 학생이 분명이 있을 텐데 중하위권 학생일수록 기록이 있는 학생부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그만큼 고교에서 중하위권 학생일수록 학생부 관리를 해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학교 측도 억울하다. 아무리 학생들을 가르쳐 봐도 하위권 학생들이 소극적이라 기록할게 없다고 한다. 그만큼 학부모뿐만 아니라 학생들까지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성적위주의 사고가 학생부를 관리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현실이 존재한다.

학생들 역시 변명거리가 존재한다. 자신은 열심히 했는데 결국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기록도 잘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는 학교 취재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중의 하나이다.

이렇게 학생부종합전형은 모두에게 불만이 있으며, 모두에게 복잡하며, 모두에게 힘든 과정이다. 학생, 교사, 학부모 심지어는 선발하는 대학조차 고달프게 하는 것이 학생부종합전형이다. 오지선다형 찍기 성적으로 선발하면 모두가 편할 텐데도 굳이 모두에게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부종합전형은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는 교육’이다.

최근 상위권 대학은 물론이고 모든 대학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됐다. 이에 모든 학생들의 활동을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 ’기록할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을 ‘상위권 학생들만을 위한 전형’이라고 폄하하고 있고, 심지어 상위권 학생들의 기록만 챙기는 학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도 다수 존재한다.

이런 시각으로 인해 공평하고 관리도 편한 오지선다형 찍기 시험을 유지할 것을 주장하지만 진정으로 걱정해야 하는 것은 단순한 ‘평가 방식’이 아니라 그 평가로 말미암은 교육을 받은 우리 아이들이 격변하는 미래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 돼야 한다.


  

일부 과거에 찍기 시험으로 성장한 기성세대도 창의력은 충분히 발현됐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찍기 시험에도 충분히 창의력과 기업가정신을 겸비한 사람들이 나타나 이순신 장군처럼 12척의 배로 나라를 누란의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다.

혹은 일찍부터 창의교육 선진국에 가서 교육을 받은 한국인이 한국을 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학벌에 파묻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면, 굳이 조기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한국에서 정착하지 않을 것이며 결국 한국은 침몰하게 될 것이라는 가정도 존재한다. 이런 사례는 서울대 외국인 교수들이 한국 사회의 ‘끼리끼리 문화’에 질려 한국을 떠났다는 얘기를 통해 아이들이 주역이 될 한국의 미래는 암울하게 될 것이라는 짐작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우선 상위권만 챙기는 지금의 교육 현장, 괜찮은 것인가? 계속해서 내 자식이, 우리나라가 경제적 번영을 누리기 위해서는 지금의 교육을 혁신해야만 한다. 한국의 미래가 탄탄한 경제를 바탕으로 건강하게 유지돼야 지금의 학부모 세대들 역시 나이가 들어서도 빈곤 없이 생활해 갈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다. 내 아이와 남의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 아이만을 위한 것도 아니고 남의 아이를 위한 것도 아니다. 지금의 교육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학교의 변화는 학부모에서 시작 된다!

진정 아이들을 위한 미래를 보장하는 교육에 가장 발 벗고 나서야 할 집단은 교사여야 하며 그들 모두가 등급과 관계없이 학생들을 기록하고 관리하고 교육해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이야기할 때 “우리 학교는 안 된다”며 그림에 떡으로 여기는 학부모들이 꽤 많이 있다. 이렇게 학부모들을 단념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현재 ‘학교 현장’을 정확히 바라보지 못하고 과거 자신이 다녔던 시대의 ‘학교’에서 벗어나 있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하지만 이런 학교의 변화는 학부모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학교를 바꿀 수 있는 힘은 학부모에게도 있다. 우리사회가 민주화가 될수록 학교도 민주화가 됐다. 학부모도 학교에서 충분히 활동할 수 있도록 많은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를 비롯한 각종 위원회가 있다. 학부모는 학운위를 통해 내 아이가 생활하는 학교를 심사하고, 토의한다. 즉, 학교가 잘못하면 학부모가 내 아이를 교육하듯 학교를 혼내는 것이다.

하지만 학운위란 말은 들어봤지, 실제로 어떤 권한과 권리가 부여됐는지 정확히 꿰뚫고 있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 실제로 대다수 학교의 운영 실태를 살펴보면, 학부모가 학교 주체로서 활동권리를 보장받는 여러 위원회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학교는 이런 권한을 애써 가르쳐주지 않는다. 학부모가 모르면 좋은 것도 있고 알면 귀찮게 되는 것도 있지만 학교의 교사나 관리자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르쳐줄 수 없기도 하다. 결국 학교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학부모는 학교주체로서 가진 권리와 권한이 무엇인지 모른 채 아이는 졸업한다. 모르기 때문에 행동할 수 없다.


  

학교의 결정, 누가 내리는 것일까? 혹자는 모든 학교의 결정은 교장이 내린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교장은 ‘학교 짱’이니 교장이 결정을 내린다고 반문한다. 하지만 교장은 학교 물품을 임의대로 구입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학교에 어떤 물품을 사는지 결정하는 ‘물품 선정위원회’의 위원을 선정할 권한조차 없다. 물론 일부는 5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구입할 때, 나눠서 구매해 500만원 미만으로 영수증을 받은 뒤, 심의를 비켜가는 경우도 있다. 어찌됐건 교장은 학교를 운영하는 관리자로서 모든 부분을 총괄하는 것은 맞지만 최종 심의는 학운위에서 한다.

학부모, 가만히 있지 말고 ‘학교운영위원회’로 목소리를 높여라!

학교의 교육과정도 학운위에서 최종 심의한다. 과목별 수업을 몇 시간을 편성할 것인지, 체육대회를 언제 개최할 것인지 등 하나부터 열까지 학교 내 거의 사항을 심의할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 학운위이다. 하지만 학교운영 위원들이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지나가면, 이 역할을 학교 교장이 다 하게 된다.

학운위를 포함한 학교 위원회는 공식적으로 33개로, 학교별로 기타 위원회 3~4개를 만든다면 학교에 총 40여 개의 위원회가 존재하게 된다. 이때 어느 학교이든 다 있는 위원회는 예산소위원회, 급식소위원회, 학교폭력자치위원회, 교육과정위원회, 학생인권위원회, 교칙개정위원회, 물품선정위원회 등이 있다. 다만 교사나 교장이 잘 모르다보니 학부모도 모르게 돼 일반적으로 다 만들지는 않는다.

이렇게 많은 위원회 가운데, 학생들의 수업과 관련이 있는 위원회는 교육과정위원회와 학교운영위원회가 있다. 이때 앞에서 말한 학생부 부실 기록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교사에게 직접 말했다간 우리 아이가 화를 당할 것 같고, 말하지 않으면 부실 학생부를 가지고 대학을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제안한다. 학운위를 움직여라.

  
▲ 학교운영에 대한 제안 및 건의사항

학생들의 기록부를 충실하게 작성하게 하기 위해서는 안건을 만들어 학운위를 개최하도록 해야 한다. 위 사진은 학교의 학운위 안건발의서 양식이다. 학운위의 안건발의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행정실에 학운위에 올릴 안건상정에 대한 문서를 작성해야 한다. 학교에 갈 시간이 없다면 행정실 담당자에게 구두로 의사표시 하고 안건을 요청하면 행정실 담당자가 대신 안건을 작성하게 된다.

안건에 대한 회의는 10일 이내에 개최하게 된다. 해당 안건에 대해서 학운위 위원들이 충분히 공감해야 되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도록 사전에 위원들과 충분히 의견교환을 한 뒤, 안건에 상정하도록 한다. 또한 지역위원과 교장을 비롯한 교무위원들에게도 사전에 안건에 대한 상의를 하고 올린다면 학교구성원들의 자발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금의 학교는 교장이 바꾸고 싶어도 교사들이 협력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학운위가 이렇게 결정하게 되면 교사들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어, 오히려 교장이 일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사실 학운위의 결정은 거부하기가 매우 힘들다. 교장이 판단했을 때 어떤 안건이 학교실정에 맞지 않다고 판단하면 교육청에 거부사유를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보고할 때 교장은 교육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이런 경우는 사실상 드물다.

심의한 안건을 교장이 교육청에 사유서를 제출한다고 할지라도 학운위가 더 강력한 안건을 상정해 심의해서 의결하면 된다. 또 하나는 일부 교사들이 위 안건을 잘 따르지 않을 경우, 인사조치를 해달라고 교장에게 요청하는 결정을 심의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학부모들이 나서서 일방적으로 처리해서 될 문제는 아니지만 학부모들이 충분히 의식있게 대처해간다면 확실히 달라지게 할 수 있는 것이 학교이다. 다만 어느 경우이든 학교를 운영하는 교사들의 협조를 구해야 할 문제이므로 ‘함께 노력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특히 주의할 점은 학운위 위원들은 학부모회와 함께 문제를 공유해야 한다. 실제로 학교내 다양한 활동은 학부모회가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학운위가 학부모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풀리게 하기 위해서는 학부모회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또한 학부모회도 학교의 불편함 점을 바꾸고 싶다면 학운위원들과 협의해 안건으로 올리고 통과시키면 된다.

학교는 절차대로 움직이는 공무원 사회이고 학생, 교사, 교장, 학부모 등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이 현재의 학교 시스템이다. 학교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학부모가 자신들의 권리와 권한을 알아야 하고 공동체 책임감을 가져야 학교가 달라진다.

내 아이의 기록부, 학부모가 모르면 기록부는 그대로다. 학부모가 알면, 학교는 변한다.

 

* 에듀진 기사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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