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걱정된다, 고교학점제


최근 정부가 발표한 교육분야 국정과제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 5년간 고교 교육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서 듣는 고교학점제와 가정 형편과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입학금⋅수업료⋅교과서비 등을 지원하는 고교 무상교육이 실시될 예정이어서다. 그 외 대학 입시에서는 고교명을 드러내지 않는 ‘고교 블라인드 면접’이 도입되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제1호 교육공약인 고교학점제는 내년 시범학교 도입에 이어 2022년 전국 고교에서 전면 시행된다. 1학년은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필수과목을 수강하고, 2~3학년때 대학생처럼 본인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강의받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때 시간표는 당연히 학생들마다 제각각이 된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전면 적용을 위해 현재 상대평가인 고교 내신 산출 방식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고교학점제 전면 적용 대상인 현 초등학교 5학년생들이 대학 진학 때 고교학점제에 맞춘 대입 전형을 치를 수 있도록 중장기 대입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교학점제는 ‘과목 전면(全面) 선택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가히 혁명적인 제도라 할만하다. 학교가 짜놓은 시간표대로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지금과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더 많은 교실과 교사 확보가 과제로 대두되고 있음은 말할 나위 없다. 교사의 경우 지금보다 훨씬 복잡한 업무가 예상되기도 한다.

보도(경향신문, 2017.7.20.)에 따르면 이 제도를 먼저 경험한 학교들은 “과도한 입시 부담을 덜고 진로와 적성에 따른 수업을 할 수 있어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수업에 참여한다”고 입을 모은다. 선영규 도봉고 교무부장은 지난 달 국정기획위와의 간담회에서 “학생들의 실질적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학생들의 만족도가 올라갔고, 학급 단위로 발생하는 따돌림 같은 문제도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입시에 유리한 과목으로 선택이 몰릴 것이라는 우려도 따른다. 교사들이 자신의 전공과목 아닌 교과목을 가르쳐야 할 수도 있다. 학생 수가 적은 학교들은 운영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6월말 전국 초⋅중⋅고 교원 2077명에게 물었을 때 고교학점제에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47.4%였다. 긍정적이라는 응답 42.3%보다 조금 많았다.

그런 우려 외 걱정되는 것도 있다. 2009년 갓 부임한 어느 특성화고에서 근무할 때 직접 겪은 일이다. 나는 1학년 국어와 3학년 문학 수업을 했다. 그런데 3학년 수업은 출석조차 부르기 힘들 정도였다. 자는 것을 넘어 아예 의자에 누워버리는 학생도 있었다. 한 마디로 무너진 교실 그 자체였다. 속된 말로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3학년들의 그런 태도를 의아해 한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학교마다 조금씩 운영방식이 다르지만 그때 문학수업은 학생 선택이었다. 대학에서처럼 본인 선택으로 여러 반 학생들이 문학수업을 받았던 것. 예컨대 7~10반의 문학과목 선택 학생들이 지정된 교실에 모여 강의를 듣는 식이었다. 그런 문학수업인지라 학생들 태도를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더구나 나로선 훌륭한 전통의 특성화고라는 명성을 익히 들어온 데다가 그 토양과 학생들 자질을 믿고 자원하다시피하여 간 학교였기에 배신감이 들기까지 했다. 일단 큰 소릴 쳐보고, 뒤로 나가 손 들고 있게 하는 벌도 주었다. 나중엔 전 학생이 책상 위로 올라가 무릎 꿇게 하고, 심지어 도대체 왜 그러는지 반성문까지 써보게 했다.

알고보니 반강제적 선택 영향이 컸다. ‘문학’외 ‘국어생활’이 또 다른 선택과목이었는데, 많은 학생들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억지춘향식으로 문학수업을 받게된 것이었다. 다음 해 바뀐 교육과정에 의해 학생 아닌 학교가 선택한 문학과목만 수업했을 때 놀랍게도 무너진 교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결국 학생들의 실질적 선택권을 보장해주는 것만이 속된 말로 장땡이거나 전부는 아니라는 얘기다. 교실과 교사 확보 등 외형적 기반 조성은 더 말할 나위 없이 당연한 일이다. 위 사례에서 보듯 그로 인한 부작용이나 문제점을 충분히 천착하고 보완해 ‘차라리 하지 않음만 못하다’는 비판이 쏟아지지 않는 고교학점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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