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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으로 다가온 코딩 교육 도입…4차 산업혁명 역량 키워질까

전문성 갖춘 교사ㆍ부족한 수업 시수…해결 과제로 남아
암기 위주로 진행될 경우, 역효과 생길수도


내년 중학교와 내후년 초등학교에 소프트웨어(이하 ‘SW’) 교육이 의무화되면서 ‘코딩(coding)’ 열풍이 거세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도입과 맞물려 코딩 교육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사고력과 창의력을 길러준다는 취지다. 그러나 적용 시점을 반년 앞둔 현재에도 전문성 있는 교사 확충 등이 미비해 학교 현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되레 코딩 사교육 시장만 팽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교육부에 따르면 중학교에서는 2018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에는 2019년부터 SW교육이 단계적으로 필수화된다. 이에 따라 중학생들은 정보과목을 통해 34시간 이상, 초등학생은 실과과목을 통해 17시간 이상 SW교육을 받아야 한다. 

SW교육 중에서도 코딩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코딩은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이다. 실제 코딩은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일을 종합한 사고과정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교육적 가치가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코딩 교육을 보편화하는 추세고, 정보기술(IT)에 발 빠른 이스라엘이나 에스토니아에서도 코딩을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도 코딩교육 본격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와 올해 일부 교사들을 상대로 직무연수를 시행했다. 또한 코딩 연구학교, 선도학교, 중점학교를 지정해 코딩 교육의 수업 모델과 학습자료를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8월 초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 직무연수를 1박 2일 갔다 온 임재실 신림고 교사는 “코딩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코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기울기를 이용한 전기제품 제어기’를 예로 들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문제해결 단계는 다음과 같다. 

1단계는 도구를 이용해 물리적으로 회로를 설계한다. 2단계는 기울기 센서를 이용해 기울기의 단계를 측정하고 이를 세분화한다. 3단계는 단계에 따라 제어기를 오른쪽으로 기울이면 전등이 켜지고, 왼쪽으로 기울이면 전등이 꺼지도록 제어한다. 이제 어떤 전기 제품을 만나도 기울기를 통해 제어할 수 있는 과정이 세워졌다. 

이처럼 전기제품 제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 교사는 3단계를 거쳤다. 이런 ‘문제’를 컴퓨터 언어를 활용해 해결하는 게 코딩이다. 즉, 컴퓨터 내의 명령 기호인 ‘코드’를 써서 만들기 때문에 ‘코딩’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문제는 준비상태다. 내년부터 코딩 교육이 본격 시행되지만, 학생들을 가르칠 전문성을 갖춘 교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우려도 크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3200여개 중학교에 속한 정보·컴퓨터 관련 교사는 1400여명으로, 학교 1곳당 0.3명꼴에 불과한 셈이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는 전공이 따로 없기 때문에 각 교사가 일정 수준의 전문성을 갖춰야 하지만, 초등교원 16만명 가운데 SW교육 이수자는 4.7%에 불과(2015년도 교육부 정보화 실태조사)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부는 2015년부터 내년까지 전체 초등학교 교사의 30%(약 6만명) 정도만 직무교육을 완료한다는 목표로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암기 위주 학습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도 적지 않다. 코딩을 통한 결과물을 비교평가 하는 것은 물론, 실습 점수와 필기시험 점수의 비중을 두고도 제대로 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김종훈 제주교대 초등컴퓨터교육학 교수는 “교사들 사이에 지식 차이가 너무 큰 데다 코딩을 실제 수업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경험이 없어 학생들을 평가할 때도 혼란이 클 것”이라며 “기존 수학문제를 풀듯 암기식 풀이법이 되풀이 될까 봐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학원에서 학생들이 코딩 교육을 받고 있다. / 조선일보 DB


불투명한 체계에 불안감이 커지면서 학부모들은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코딩학원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바뀌는 교육과정에 대비하기 위해 벌써 코딩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는 것이다. 이재호 경인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유치원생을 코딩 학원에 보내 C, HTML 등의 코딩언어를 무작정 가르치는 것은 사고력 증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SW가 중요해지는 시대에 아이들이 흥미를 잃어 사고력은커녕 코딩조차 배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부족한 수업 시수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할 사고력 및 창의력을 길러주기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민석 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교수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창의성을 키우고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코딩 교육 도입이 필요하지만, 중학교 시수만 해도 일주일에 1시간 듣는 꼴이다. 본격적인 교육이라기보다는 맛보기일 뿐”이라며 “일선 학교에서 코딩 교육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시교육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기반 마련을 통해 SW교육의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호 교수 역시 “코딩을 비롯해 SW교육 확대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관련 자격증을 가진 전문인력 확보는 물론 겉핥기식의 교사 연수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작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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