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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

[살충제 계란 파문]이번 주 개학 본격화…엄마들 “급식 걱정돼요”

             국산 계란에서 살충제인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되면서 대형마트에서 계란판매를 중단한 가운데,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계란 코너에 판매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조선일보 DB



“아이가 개학했는데…급식에 계란 들어간 메뉴 나오면 어떡하죠.”
“도대체 뭘 먹여야 할지 모르겠네요.”

일명 ‘살충제 계란’ 사태 직후 엄마들이 자주 활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걱정과 한숨이 쏟아졌다. 엄마들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 여름방학을 마치고 이번 주부터 개학하는 학교가 많은 데다 평소 급식에서 계란은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먹을거리 논란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이번 사태에 유독 엄마들의 반응이 큰 데에는 계란이 일상 요리에 빈번히 사용되는 음식재료라는 점이 작용했다. 성장기인 청소년에게 계란은 완전 단백질 식품이라는 점에서 그간 권장됐다는 것도 한몫했다. 5세 여아를 둔 이하나(40ㆍ경기 성남시) 씨는 “계란은 매일 섭취하는 식품인데다가 아이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가 많아 늘 밥상에 빠지지 않았다”며 “아이스크림, 빵, 과자 모두 계란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 없어서 반찬은 물론이고 아이에게 안심하고 먹일 간식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초3 아들을 둔 강소라(43ㆍ서울 용산구)씨는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정말 화가 난다”며 “앞으로 밖에서 어떤 것도 마음편히 먹일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안일한 태도도 분노를 키웠다. 사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최근 3년간 농약 잔류 검사가 단 한건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뿐 아니라 지난해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유럽이 발칵 뒤집혔을 당시 정부는 문제의 네덜란드산 계란은 수입되지 않아 괜찮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적발된 피프로닐이라는 살충제는 계란프라이를 하거나 삶는 등 높은 온도로 요리를 한다고 해서 수치가 달라지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구운 계란에서 피프로닐이 검출됐다는 당국의 발표도 있었다. 

문제가 된 계란이 친환경 제품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도 엄마들의 허탈감을 더한다. 초등 저학년인 남매를 둔 최지민(45ㆍ서울 중구)씨는 “아이에게 더 좋은 것을 먹이기 위한 노력이 오히려 아이에게 해가 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냥 답답할 뿐”이라고 전했다. 

엄마들의 걱정은 학교 급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살충제 계란이 적발된 이후 전국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에는 자녀의 건강을 걱정하는 엄마들의 전화 문의가 줄을 잇는 상황이다. 급식 메뉴에서 계란을 빼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국공립어린이집에 6세 딸을 보내는 김혜미(44ㆍ서울 성북구)씨는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는 아이들에게 계란프라이, 계란국 등 계란 음식을 자주 해줘 바로 어린이집에 전화했다”며 “성인보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 몸에 농약성분이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면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교육부는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학교 급식소와 전국 식재료 공급업체 등을 대상으로 급식 안전 일제 점검에 들어갔다. 또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된 농장을 안내하고 이곳에서 생산된 계란을 급식에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공문을 각 시도 교육청에 보냈다. 시도 교육청 역시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양새다. 서울시교육청은 16일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불안감이 커짐에 따라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급식에 계란을 쓰지 않도록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전수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학교급식에 계란 사용을 중단토록 한 다음 결과에 따라 후속 조처를 마련할 계획이다. 부산시교육청도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17일까지 학교급식에 계란 사용을 중지하기로 했다. 다른 시도 교육청과 교육부도 관련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한 학부모는 “왜 매번 일이 벌어지고 나서 대책 마련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먹을거리만큼이라도 사전에 철저한 검증 시스템을 갖추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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