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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너희가 교장선생님이냐

장세진 전 교사, 문학⋅방송⋅영화평론가

교사로 있으면서 ‘너희가 교장선생님이냐’는 다소 도발적 제목의 칼럼을 처음 쓴 것은 2010년 4월이다. 그 전에도 ‘뭐, 저런 교장이 다 있나’⋅‘제왕적 교장을 경계한다’⋅‘교장선생님들 왜 이러나’를 썼다. 그 후엔 ‘그러고도 교장선생님이냐’는 비판적 칼럼을 쓰기도 했다. 그것들이 신문에 발표되었을 때 이런저런 전화를 받았다. 후련하다는 교사들도 있었지만, 대개는 교장들 항의전화였다.

교장을 주인공으로 하거나 관련된 글이 여러 편인 이유는 단 하나다. 잊을만하면 그들의 비리가 세상에 알려지곤 해서다. 그때마다, 그러니까 도저히 그냥 묵과하고 넘어갈 수 없을 때마다 환기 차원에서 칼럼을 쓰곤 했던 것이다. ‘너희가 교장선생님이냐’를 쓰던 당시는 국민권익위원회가 국⋅공립 학교장의 재산등록 의무화를 추진하던 시기였다.

대다수 교장들 입장에선 일견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일 법했지만, 얼마나 금품수수의 개인 비리가 자심했으면 그랬을까 싶기도 했다. 어쨌든 본인은 물론 배우자, 자녀의 재산 형성과 내역을 낱낱이 신고해야 하는 재산등록 의무화는 교장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취한 비리 근절책이라 할 수 있다. 새삼 각급 학교 교장들의 비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조치였다.

극히 일부라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교장 비리의 대표적 유형은 금품수수이다. 가령 일단 승진 대가(代價)로 윗선에 검은 돈을 쓴다. 소위 ‘물 좋은’ 자리를 위해서도 검은 돈을 아낌없이 쓴다. 교장이 되어선 이미 써버린 그 돈을 벌충하기 위해 시설공사, 방과후학교, 근평 부과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마구 거둬 들이는 식이다.
언론에 보도가 안돼서일 뿐이라 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러나 이후 교장의 금품수수 비리는 어느 정도 잦아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다른 구설로 교장들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2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서울의 어느 공립고 성추문 사건에서 보듯 ‘또라이’ 교장도 그중 하나이다. “교무부장이 노래방서 더듬는데…교장은 보고도 놔둬”라는 제목의 신문기사가 있을 정도였으니까.

이른바 갑질도 교장의 새로운 비리로 부각되고 있다. 언론 보도(전북일보, 2017.8.2.)에 따르면 전북 어느 고 A교장은 교원 인사와 관련해 교사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하고, 인격 모독성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또 A교장은 동료 교사들이 보는 앞에서 교감에게 서류뭉치를 던지거나 “교감은 뭐하는 사람이냐”고 질책했다.

이 때문에 일부 교사들은 정신적 피해와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병가⋅휴직에 들어가거나 다른 학교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교장 갑질은 사실 나의 명예퇴직에도 일정량 빌미를 주었다. 33년째 선생을 하며 처음으로 근태상황, 심지어 시험문제 출제까지 체크를 당한 건 신문에 발표한 칼럼 ‘참 나쁜 담임 업무배제’에 따른 보복의 갑질이었다.

할 만큼 한 나야 교단을 떠나면 그만이지만, 아직 창창한 교사들은 그게 아니라 문제다.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고통에 시달리며 교직을 수행해야 하는지 속된 말로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그런 교사들이 학생들을 제대로, 그리고 온전히 가르칠지 의문이라 또 문제다. 최근 불거진 육군대장이나 기업체 회장 갑질과 함께 적폐 청산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교장의 역할은 크고 막중하다. 교장이 어떤 교육관과 무슨 사고방식을 가졌느냐에 따라 학교가 달라진다. 열린 학교인지 닫힌 학교인지, 교장의 가치관에 직접 노출되어 있는 학생과 교사들은 금방 알아챈다. 물론 그들의 교장되기까지의 남다른 노력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일신상 출세를 위해서였든 무엇이었든 그들이 난 사람인 건 분명하다. 그야말로 교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비리 교장을 대하는 마음이 더 착잡한지도 모른다.

세상이 시궁창같다고 하여 그곳에 빠지는 걸 예사로 여기고 당연시한다면 하나의 인간이긴 할망정 이 시대가 요구하는 교장은 아니다. 교장은 범죄에 쉽게 빠져드는 그냥 필부(匹夫)여선 안된다. 적어도 ‘너희가 교장선생님이냐’는 세간의 비난을 들어선 안된다. 말할 나위 없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대한민국 교육의 청사진이 교장선생님 그들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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