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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 망하는 학교 VS 학종 흥하는 학교

일반고 학종 성패, 교사가 좌우한다

    ▲ '2017 청소년 영상제작 집중캠프 미디어람’에 참가한 학생들 [사진 출처=강원도교육청]


학종 전원 불합격한 고등학교, 어떻게 수업하나 봤더니 
영어 수업이 한창인 지방의 한 일반고 2학년 교실. 교사는 EBS 영어 문제집을 손에 들고 칠판에 적힌 문제를 푸는 데 열중하고 있다. 수업을 듣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교사의 수업을 경청하는 아이들은 몇 안 되고 엎드려 자는 아이가 반, 다른 과목 책을 꺼내놓고 공부하는 아이가 반이다. 그나마 잡담하거나 장난치는 아이가 없어서 교사의 목소리만이 쩌렁쩌렁 교실을 울리고 있다.

이 고등학교는 2017학년도 대입에서 학생부종합전형에 지원한 학생 전원이 불합격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런데도 올해 들어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수능 문제풀이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보충수업 시간과 방과후 수업 시간까지도 학생들에게 수능 문제집 풀이를 강제한다.

일부 교사들이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토론과 활동 중심으로 수업을 개선하기 위해 나서보기도 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했다. 학교 관리자인 교장에서부터 부장교사, 평교사까지 대부분의 교사가 여전히 수능 중심 수업을 포기하지 못하고, 교육과정 개선에 나선 교사들을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따돌리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었다.

더욱 슬픈 것은 이런 고등학교가 특정 지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많은 고등학교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일반고 교사 중에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고 교육의 발전을 추구하는 교사들은 얼마 되지 않아요. 교육에 대한 철학도 없고 기본도 안 돼 있는 교사들이 수능이나 내신 점수 따기용 문제풀이 수업을 공부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문제 잘 맞히는 요령을 알려주는 사람이 실력 있는 교사라고 믿고 있죠.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에나 통했던 교육철학을 가진 교사들이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겁니다.”

자신도 일반고 교사라고 밝힌 한 교사의 신랄한 비판은 위기에 선 고등학교의 현재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수능 올인 고교에 당국의 철절한 관리 감독 필요 
일선 고등학교의 대입 대비 방향은 학교장의 비전이나 능력에 따라 크게 좌우되지만, 교사 사회 분위기도 무시하지 못할 요소 중 하나다.

앞서 소개한 한 고등학교처럼 아직도 수능의 미망에서 헤어나지 못한 고등학교는 대개 학교장이나 교사 사회가 교육 변화에 둔감하거나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이런 고교 중에는 수시가 대세가 되기 전, 수능 문제풀이형 주입식 암기 교육에 올인해 상위 권 대학 진학률에서 높은 실적을 기록해왔던 학교가 적지 않다. 그런데 1997학년도에 수시가 처음 도입되고 이후 수시 비중이 서서히 또는 급격히 확대되면서, 정시 중심의 대입 전략을 고수해 오던 학교들은 진학 실적이 급전직하로 떨어지게 된 것이다.  

그 중에는 수시 시대에 발 맞춰 학교 교육과정을 일신해 수업을 참여 토론 활동 중심으로 바꾸고,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을 개설해 학생들이 흥미와 적성에 맞는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면서 재도약의 기회를 맞은 학교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변화를 거부한 채 여전히 수능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가운데, 학종을 비롯한 수시를 축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수시 학종 지원을 꿈도 꾸지 못할뿐더러, 그 중 학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해도 학교의 도움은 거의 받지 못한다. 학종 대비를 위해 학교가 마련한 프로그램이나 교사의 지원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학생부 관리 역시 졸속으로 이루어져 대학이 학생의 잠재역량을 학생부를 통해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처럼 수능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학생들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는 일선 고교들에 대해서는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수능 정시 비중이 30% 아래를 맴돌고 수시에서 수능 최저를 적용하는 대학들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필요하지도 않은 수능 시험을 위해 교실의 모든 학생이 수능 문제풀이 수업을 듣게 하는 고교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 

학종 준비 열심히 하는 고교가 성과 없다면? 
수시가 대세인 시대다. 올해 대입에서는 73.7%가, 내년에 치러지는 2019학년도 대입에서는 76.2%가 수시로 선발된다. 수시전형 중에서도 상위권 대학으로 갈수록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비율이 급등하고 있다. 2018학년도 서울 소재 상위 15개 대학의 수시전형 선발 비율을 살펴보면 학생부교과가 수시 중 8.6%에 불과한 데 비해 학생부종합은 61.3%에 이르고 있다. 쉽게 말해 좋은 대학에 가려면 학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수시란 기본적으로 학교교육을 성실히 받고 그 속에서 학업역량을 키운 학생들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여기서 명확히 할 것이 있다. 대학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려는 학생은 학업성적이 아니라 학업역량을 갖춘 학생이라는 사실이다. 학업성적은 내신성적이나 수능점수로 판단할 수 있지만, 학업역량은 성적 외에도 학교생활과 활동의 총체를 봐야만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여기에는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등을 비롯한 창체활동과 수상 경력, 독서활동, 세특 등이 다 포함된다.

특히 요즘 대학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교과학습발달상황, 그 중에서도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하 세특)이다. 학교생활기록부의 세특 항목을 보면 학생이 기본적으로 학교교육에 얼마나 성실하게 임하고 교과학습에 열정을 보였는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대학이 학생의 전공 적합성을 따질 때도 관련 교과의 세특 기록을 반드시 확인한다. 따라서 학종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과수업에 충실히 임하고 자신이 지원하려는 전공과 관련한 교과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고교에서는 교과성적과 창체활동을 통해 활동 실적을 가능한 한 많이 쌓아두는 것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합격하는 지름길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이런 오해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도 영향을 미쳐서, 학종이 부유한 학생에게만 유리한 실적 쌓기식 전형이라는 저간의 오해를 증폭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방송기자가 되기 위해 신문방송학과를 가려는 학생에게 학교는 창체활동으로 방송국 견학을 시키거나 방송반 활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방송기자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국어 교과의 학업역량이 뒷받침돼야 하며 책을 많이 읽고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에서 선발하고자 하는 학생은 방송 관련 창체활동이 전부인 학생이 아니라, 관심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독서로 비판적 사고와 논리적 사고능력을 키우고 국어나 사회탐구 과목 등의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학생이다. 이를 위해 대학이 주목하는 것이 바로 담당 교과 교사가 학생부에 기록하는 ‘세특’ 항목이다.

많은 학교들이 학생부종합전형 대비를 잘하고 싶어도 그 방법과 방향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지 못하다. 지금부터 그 방법과 방향에 대해 학종 준비를 제대로 하는 학교를 모델로 심도 깊게 알아보자.


학종 준비 제대로 하는 학교의 노하우
학종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고교를 살펴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과목별 독서 프로그램이나 영어 학습 프로그램, 전공 탐구형 특강 등을 잘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방과후 수업으로 스크린 영어회화나 영어 원서 읽기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하거나, 자율 동아리로 독서 활동이나 과제연구 활동을 적극 권장한다.

또 전문가를 초청해 인문계 학생들에게는 인문학 특강을, 자연계 학생들에게는 과학 특강을 자주 열어준다. 수업 역시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참여 토론 중심의 수업 방식을 택하고, 학생이 공부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찾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동아리 활동도 일반적인 학교와 큰 차이를 보인다. 한 학년 학급수가 10개 이상인 일반고의 동아리 수가 보통 150여 개 정도 되는데, 수시 학종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학교를 보면 자율 동아리만 해도 300개 정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 교사의 손이 많이 갈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율 동아리는 기본적으로 학생 스스로 만들고 움직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활동의 중심이 되며 교사는 조언을 해주는 정도다.

이들 학교의 동아리 운영 원칙은 확고하다. 창체 동아리는 진로와 관련한 활동을 권장하고, 자율 동아리는 학습과 관련이 있는 활동을 권한다. 또한 자율 동아리 회원 수를 3~5명 이내로 구성해, 회원 수가 많아 형식적인 활동에 그치는 일이 없도록 한다. 학생들이 자율 동아리를 만들고 싶어도 학교 측의 비협조로 어려움을 겪는 보통의 고교와는 크게 차별화된 모습이다.

자율 동아리에서는 토론이나 독서 활동을 주로 한다. 관심 교과와 관련한 책을 읽고 2주에 한 번씩 모여 토론하는 식이다. 동아리 종류를 살펴보면 작문 동아리, 영어 원서 읽기 동아리, 스크린 영어회화 동아리, 수학 삼각함수 동아리, 독서 토론 동아리, 과제연구 동아리 등이 있다. 이런 활동이 학교나 교사의 강제 없이 학생들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교사들이 변화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이런 학생들이 많아질까.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전체 교사들이 학종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자신의 담당 교과 수업 방식을 학생 참여와 토론 중심의 활동형으로 전환하고, 학생 평가도 지필고사가 아닌 수행평가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수업과 수행평가를 통해 학생의 성장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고, 이를 학생부 세특사항에 상세히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 없이는 학생부가 평가의 중심이 되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학생들 역시 대입전형을 확실히 이해하고 성장을 위한 활동을 스스로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나 학부모가 모든 것을 다해줄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자신이 스스로 노력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결국 학종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전형이다. 학교마다 운영하는 프로그램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학종 대비에 대한 학교마다 다른 의지가 학종 결과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학교가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교사가 아무리 학종식으로 수업 방식을 바꾼다고 해도, 학생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실제로 3~4년 전만 하더라도 일반고와 특목, 자사고의 프로그램은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학종 선발 비율이 매년 상승하면서 학교 활동 프로그램에 대한 중요성도 함께 커짐에 따라 일반고와 특목, 자사고의 프로그램 격차는 크게 좁혀졌다.

결국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의 인식이 고교의 대입 실적을 좌우한다. 여러분이 입학사정관이라면 어떤 학생을 선발할 것인가? 여러분이 교사와 학생이라면 나는 진정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인가? 이제는 냉정히 자문해볼 때다.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dminArticleWriteForm.html?mode=modify&idxno=16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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