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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개편 연기 후 폭풍… 중3에겐 의미 없는 새 교육과정?

교육계 “문·이과 통합 불완전” “교육과정-수능 불일치로 혼란만 가중”


수능 개편 발표가 1년 뒤로 미뤄지면서 중3은 교육과정과 수능 체제가 불일치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 

현 중3은 내년부터 고교에서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받는다. 이 교육과정에서는 교과서를 비롯해 수업 내용, 성취 평가 기준 등이 전면적으로 개편된다. 당초 2021학년도 수능 개편 논의가 시작된 것도 바로 이 때문. 새 교육과정의 취지와 내용을 수능에도 반영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수능 개편 발표가 1년 연기되면서 2021학년도 수능은 현행 방식대로 치러지게 됐다. 즉, 중3은 고교수업은 새 교육과정에 따라 받되, 수능은 구체제대로 응시하게 된 것.


교육부의 개편 연기 발표 이후 애꿎은 중2가 ‘폭탄’을 맞았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교육과정과 수능 불일치’라는 상황에 처한 중3의 혼란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중3에게 새로운 교육과정이 무슨 의미가 있나”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현 중3 학생들이 밟게 될 교육과정과 2021학년도 수능 사이에는 어떠한 간극이 있을까. 수능에 새 교육과정의 내용이 반영되지 못하면 어떤 문제들이 야기될까.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문·이과 통합 기대했는데… 교육계 “허탈” 


가장 큰 문제는 2015 개정교육과정의 핵심목표인 ‘문·이과 통합’이 실현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2021학년도 수능이 지난 2009 교육과정에 따른 현행 체제대로 치러짐에 따라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개정사항들은 반영되지 않기 때문.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고1은 계열과 관계없이 모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배우게 된다. 이는 인문계열 학생도 자연계열 과목을, 자연계열 학생도 인문계열 과목을 배움으로써 ‘문·이과 통합’ 목표에 가까워지기 위한 방안이다. 이에 당초 교육부가 발표한 ‘2021학년도 교육 개편 시안’에서도 수능에서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을 응시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2021학년도 수능에선 ‘통합사회·통합과학’을 응시하지 않게 됐다. 문제는 수능 출제범위에서 제외된 해당 과목들의 수업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에서 재직 중인 한 과학교사는 “현실적으로 대입이 가장 중요한 학생들은 ‘통합사회’ ‘통합과학’ 공부를 소홀히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른 과학교사도 “수능 미 응시 과목의 경우 수업현장에서 학생들의 집중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면서 “‘문·이과 통합’이라는 기존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키’가 빠진 만큼 중3들이 새로운 교육과정을 공부하는 의미도 퇴색됐다는 게 교육계의 지적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이 수능에서 배제되었다는 것 자체가 ‘문·이과 통합’을 핵심으로 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 수학영역·과탐Ⅱ 새 교육과정·현행 수능체제 방침 어긋나… 혼란 ‘우려’


일부 과목에서는 2015 개정교육과정과 현행 수능체제 방침이 완전히 어긋나 학생들의 혼란이 우려된다. 수학영역 일부 과목과 과학탐구Ⅱ 과목들이 이에 해당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고교생들이 배우는 교과목들은 △공통 과목 △일반 선택 과목 △진로 선택 과목으로 구분된다. 당초 교육부는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하면서 “공통 과목과 일반 선택 과목만 수능 응시과목으로 포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진로 선택 과목’이 수능 응시과목에서 제외된 이유는 다른 과목들에 비해 다소 난도가 높아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 따라서 ‘진로 선택 과목’에 해당하는 ‘과학탐구Ⅱ’도 자연스럽게 수능 응시과목에선 제외될 방침이었 
다. 하지만 현행체제에서는 ‘과학탐구Ⅱ’가 응시과목으로 포함되어있다. 이에 학생들은 탐구영역 선택의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 


게다가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에서는 탐구영역을 한 과목만 응시할 계획이었지만, 현행 수능 체제에서는 2과목을 응시해야한다. 결과적으로 중3은 고1 때 ‘공통 과목’에 해당하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배우고, 고 2~3때 수능 응시를 위한 ‘선택 과목’을 2과목이나 추가로 공부해야하는 것.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인다’는 2015 개정교육과정과 수능 개편의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라고 말한다.  


수학영역도 비슷하다. 현행 수능체제에서 ‘수학 가형’의 출제 과목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2 △기하와 벡터다. 그러나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확률과 통계’만 현행 교육과정과 똑같이 유지되고, ‘미적분Ⅱ’는 ‘미적분’으로 명칭과 내용이 변경됐으며, ‘기하와 벡터’는 ‘기하’로 명칭이 변경되었을 뿐만 아니라 ‘진로 선택 과목’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당초 교육부 방침대로라면 ‘기하’ 역시 수능 응시과목에서는 빠져야하지만 현행 수능체제에 따르면 ‘기하와 벡터’라는 이름으로 응시과목에 포함된 상황. 이에 교육부는 수학영역 출제범위를 내년 2월 확정·발표하겠다고 밝혀 당분간 학생들의 학업계획 설정에도 혼란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진로 선택 과목으로 분류된 ‘과학탐구Ⅱ’가 현행 수능체제에서는 응시과목으로 포함되어있고, 비슷한 상황에 있는 ‘기하’ 등 수학영역의 수능 출제범위는 내년 2월에 발표될 예정이기에 중3 학생들은 어떤 대비를 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일선 고교에선 ‘기존 교육과정 유지’ 가능성도 


이처럼 2021학년도 수능과 2015 개정교육과정이 부합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선 학교에서 현행 수능 체제에 맞는 기존 교육과정이 유지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학생들의 최종 목표가 ‘대입’인만큼 고교에서도 대입에 유리한 수능 응시과목 위주로 교과과정을 편성할 수밖에 없기 때문.  


김혜남 문일고 진학부장은 “고교에서는 학생들의 진학을 위해 수능 중심으로 교과과정을 편성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중3에 한해선 개정 교육과정의 의미가 크게 퇴색된 셈”이라고 말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핵심은 최초의 취지를 잊지 않는 것”이라면서 “어떤 제도도 완전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수정과 보완을 거쳐 최선의 상태로 나아가야한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김지연인턴 기자 jiyeon0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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