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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변화시킬 권리와 책임, 학부모에게 있다


    ▲ 충북지역 학교운영위원 연수 [사진 제공=충북교육청]


저는 한 일반계 고등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입니다. 오늘 서울의 한 고등학교가 경시대회에서 특정 학생에게 수상 실적을 몰아줬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참담한 심정이 들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부정을 가르쳐서는 안 됩니다. 입시만을 위해 존재하는 학교가 돼서도 안 됩니다. 이처럼 학교의 부정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면, 이럴 때 학부모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올해 3월 학운위원장을 맡은 뒤에야 학교에 체육대회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새로 부임한 교장에게 물어보니 작년에 활동한 교육과정위원회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축제와 체육대회를 한 해씩 번갈아가면서 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기에 학교운영위원회가 소집됐을 때 교장에게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체육대회와 축제는 학생들의 육체적, 정신적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행사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학교가 이런 행사를 소홀히 한다는 사실은 대학이 학교를 평가할 때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어, 결국 대입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설득했습니다.  

동석한 교무위원 중 한 사람이 한 번 내린 결정을 번복할 수는 없다며 거세게 반대했지만 명분과 실리 어느 쪽에서도 설득력이 없었기에, 결국 축제와 체육대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어제 학운위 일 때문에 학교에 들렀다가 운동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체육대회 예선준비를 하는 아이들을 보니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요구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하지만 최근에는 좌절을 겪기도 했습니다. 물리 과목이 갑자기 사라졌다며 물리 과목을 다시 살려내라는 학부모의 요구가 있었습니다. 물리 과목은 이공계 학문을 배울 때 가장 기초가 되는 과목이기 때문에, 저 또한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학운위를 소집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알고 보니 사라진 것은 물리I 과목이 아닌 물리II 과목이었고, 그것도 내년에 개설할 과목의 수요조사 결과였습니다. 한 학부모의 오해로 인해 자칫하면 학교와 학운위원 사이에 어이 없는 갈등이 생길 뻔한 것입니다.

물론 이공계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물리II 과목 역시 중요하기에, 학교와 학운위는 수강 학생 수 부족으로 인해 물리II 수업이 사라지더라도 방과후수업으로 개설한다는 합의점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제 제기를 한 학부모는 한 분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오해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생겼지만, 이에 대한 사과 한마디도 듣지 못했습니다. 또한 물리II 과목을 선택했던 학생들의 학부모 중에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해를 풀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장 선생님이 주최한 간담회에 이들 학부모 중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것입니다.

학부모가 나서지 않으면 학교는 절대 안 바뀐다 
학부모는 다 바쁩니다. 저 역시 매우 바쁩니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학교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도 학부모가 가만 보고만 있다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아이들 사이에서 급식의 질 문제가 자주 거론되기에 급식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급식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예산 책정에 학부모들의 시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예산소위원회’ 위원장이 됐습니다. 또 학교 교육과정 수립이 교육의 근본 틀을 세우는 것임을 알기에 ‘교육과정위원회’의 위원직을 맡고 있고, 거기에 ‘물품선정위원회’ 위원장과 ‘교칙개정위원회’ 위원도 겸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 학부모회장 역시 학교운영위원이면서 학교폭력대책위원회, 예산소위원회, 인권위원회, 물품선정위원회 등 7개 정도의 위원회에서 위원직을 맡아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학교에는 이 같은 위원회가 35개 내외 있습니다. 여기에서 학교 운영의 많은 사항이 결정됩니다. 이 말은 곧 학부모가 적극적으로 학교 일에 참여할수록 학교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학교의 변화를 진심으로 바라는 학부모라면 적어도 10개 정도의 주요 위원회 모임에 참여해 내 아이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과 수고를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인터넷 댓글을 통해 ‘학운위원이나 학부모회장이 돈 많고 시간 많은 사람들 중에 자녀가 우수한 학생부 기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쓰는 감투’라는 식으로 쓰인 글을 보면 서운하기도 합니다.


물론 학운위나 학부모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제가 아는 학부모 중에서 그런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내 아이만이 아니라 학교의 모든 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올바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없는 시간을 쪼개서 활동하는 학부모들이 대부분입니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 학생을 챙기는 건 학부모의 책임 
한 교사에게 “학교의 주인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그 분은 ”선생은 5년 있으면 떠나지만 학생들은 평생 OO고 출신으로 남는다. 학교 주인은 당연히 학생이다“라고 답했습니다.

이 교사의 말처럼 학교의 주인이 학생이라면, 주인이 할 일을 챙겨야 하는 사람은 학부모입니다. 학부모의 학교 참여가 학교 현장의 모든 적폐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 학교운영위원장의 깨어있는 힘이 학교를 바꿀 수 있습니다.

만약 학교 현장의 부조리와 학생과 교사의 문제가 심각하다면 당장 행정실로 달려가 학교운영위원장에게 안건 상정 요청을 하십시오. 학운위가 열리고 문제가 표면으로 드러나면 생각보다 쉽게 문제가 해결됩니다. 부조리에 눈감지 마십시오. 학교를 바꾸는 힘, 학부모에게 있습니다. 

*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필자명과 학교명을 익명으로 처리합니다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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