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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규 로스쿨협 이사장 “변호사시험 합격률 조정해야”

-‘법조인 양성제도 일원화에 따른 로스쿨의 과제와 전망’을 묻다


                   / 김종연 기자


지난 6월 24일 사법시험 59회 2차 시험을 끝으로 1963년 도입된 사법시험(이하 사시)이 폐지됐지만, ‘사시-로스쿨’ 두 선발제도에 대한 갑론을박은 여전히 치열하다. ‘현대판 음서제’, ‘실무능력 부족’ 등 로스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법조인 양성제도가 일원화된 상황에서 로스쿨에겐 그간의 논란을 봉합할 막중한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이에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이 가입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하 로스쿨협)의 이형규 이사장(사진ㆍ한양대 로스쿨 원장)을 만나 로스쿨을 향해 쏟아진 쟁점과 함께 운영 전망을 물었다. 

Q. 법조인 양성제도는 사시와 로스쿨이라는, 어찌 보면 양극단의 갈림길에서 8년여 만에 로스쿨 체제로 일원화됐다. 이제 로스쿨에서 교육을 받아야만 법조인 자격을 주게 돼, 어깨가 더 무거울 것 같다.  

-로스쿨이 도입된 지 9년이 돼 가지만,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당면한 현안으로 ▲변호사시험 합격률 조정 ▲변호사시험 선택과목 ‘이수제’ 전환 ▲시험장소 확대 ▲사법연수원 실무수습 등이 있다. 애초 사시를 폐지하고 로스쿨을 도입한 것은 시험에 의한 선발이 아닌, 교육에 의한 법조인 양성을 통해 실력 있는 법률가를 배출한다는 취지였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낮아지면서 로스쿨 도입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에서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는 ‘입학정원의 75%를 뽑고 선발인원에 관한 기준은 추이를 보면서 결정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때 한시적으로 정한 ‘입학정원의 75%’(연간 선발인원 1500여명)가 고정돼 버렸다. 현재 전국 로스쿨 입학정원은 2000여명이고, 매년 재수생만 400여명이 발생한다. 지난해 응시자(6기) 3110명에 1600명이 합격증을 받았다. 합격률이 51.45%다. 로스쿨 학생 두 명 중 한 명만 변호사자격을 취득했다는 말이다. 합격률을 ‘응시자 대비 60%’까진 올려줘야 로스쿨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본다. 

Q. 다양한 분야 종사자들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법조인이 되는, 이른바 ‘전문법조인’을 양성하는 게 로스쿨 교육의 핵심이다. 그런데 로스쿨이 전문화‧특성화 교육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로스쿨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특성화 분야와 함께 다양한 전문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그런데 변호사시험 출제 과목에 따른 특정 선택과목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단기간에 변호사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 입장에선 비교적 수월한 과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변호사시험은 ▲민사법 ▲형사법 ▲공법 및 선택법을 본다. 선택법 7가지는 ▲국제법 ▲국제거래법 ▲노동법 ▲조세법 ▲지적재산권법 ▲경제법 ▲환경법인데 여기서 쏠림이 심각하다. 응시생의 45%가 상대적으로 학습 분량이 적은 국제거래법을 선택하고, 학습 분량이 방대하고 난도가 높은 조세법은 2%에 불과하다. 이는 해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낮아지고 있어 학생들이 체감하는 불안감이 커지다 보니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변호사시험에 대한 부담을 덜어줘야 학생들이 각자 전문분야에 걸맞은 선택과목을 다양하게 배울 수 있다. 선택과목을 현행 ‘평가제’에서 ‘이수제’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다. 

Q. 로스쿨은 단기간(3년)에 방대한 분량의 이론과 실습교육을 병행한다는 점에서 전문 법조인이라는 자격을 부여하기엔 한계가 있지 않으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 특히 법률서비스를 받게 될 의뢰인 입장에선 과연 실무능력이 얼마나 튼튼할지 의심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이건 사시 출신 법조인과 비교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흔히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사시 출신의 사법연수생보다 실무능력이 뒤처질 것이란 말을 한다. 굳이 차이점을 꼽자면, ‘능력’이 뒤처지는 게 아니라 실무연수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그런 인식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사시 합격생은 사법연수원에서 2년간 실무교육을 받았던 데 비해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방학을 이용해 2~3주간 법원, 검찰, 공공기관 등지에서 ‘실습과정’을 이수하고 변호사시험을 본다. 로스쿨엔 리걸클리닉이나 모의재판과 같은 실무교육과정이 있지만 2년간 사법연수원에서 집중교육하는 것에 비하면 부족할 수 있다. 일본처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도 사법연수원에서 6개월 정도 체계적인 연수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한편으론 사시 합격생의 경우 사법연수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로스쿨 학생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단순 비교는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얘기다. 즉 실무능력에 대한 비교는 제도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점도 있기에, 사법연수원 실무교육을 보강하면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실무능력에 대한 의심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Q. 현재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앞으로 10~20년 앞을 내다보고 자녀의 대학(학부 선택)과 로스쿨 진학 계획을 짜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 로스쿨에 입학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로스쿨은 교육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란 점을 유념해야 한다. 로스쿨 입학전형은 ▲대학 성적 ▲법학적성시험(LEET) 성적 ▲공인어학시험 성적 ▲논술 및 면접으로 치른다. 특정 전공을 선호하거나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非)법학과 출신 학생들이 로스쿨 내 성적이 상위권인 사례가 많다. 따라서 현재 초‧중‧고교생이라면, 특정대학이나 전공에 얽매이지 말고, 우선 독서와 글쓰기를 꾸준히 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재미있는 문학도 많이 읽어야겠지만, 논리력이나 추리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책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다양한 과목을 골고루 공부하는 습관도 들여야 한다. 법학적성시험은 인문, 사회, 과학, 공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출제하기 때문에 특정 분야만 공부해서는 기대한 성적을 받기 어렵다. 또 법학적성시험 기출문제를 열심히 푼다고 해서 법학적성능력이 오르지 않는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이 시험은 여느 시험과 달라서 ‘패턴’을 파악해서 푸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머리가 좋아서) 벼락치기 식으로 공부해 좋은 점수를 받아온 사람은 로스쿨 교육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부를 꾸준히 성실하게 해온 사람이 로스쿨에 합격할 가능성이 크다. 로스쿨의 모든 교육과정이 사례, 분석, 해석, 추론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Q. 로스쿨 입학 못지않게 졸업 후 전망도 무시할 수 없는 관심사다. 일부에선 현행 로스쿨 체제에선 매년 너무 많은 법조인이 배출돼 일자리의 양과 질이 점점 떨어질 것이란 예측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변호사협회의 주된 주장이다. 변호사협회는 로스쿨 졸업생과 변호사시험 합격생이 연간 1000~2000명 배출되면서 현직 변호사들의 일자리 양과 질이 모두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로스쿨 입학정원과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대폭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과거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300명에서 1000명으로 증원할 때도 똑같이 제기된 바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호사의 업무를 ‘송무’(소송에 대한 소장이나 준비서면을 쓰는 등의 행위) 중심으로 보는 탓이다. 오늘날 변호사의 업무영역은 송무뿐 아니라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체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국 곳곳엔 여전히 무변촌(변호사가 없는 마을)이 많아서 변호사 수는 더 늘어야 한다. 변호사협회도 눈앞의 이익을 위해 로스쿨 입학정원과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만 할 게 아니라, 변호사의 역할과 영역을 늘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글로벌화에 따라 모든 직업군이 무한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었는데, 변호사 업계만 유독 경쟁을 회피하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더구나 법률시장 개방으로 해외 로펌과 외국인 변호사들이 국내에 진입하는 현실이다. 이제는 국제적 경쟁력은 물론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를 양성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Q. 로스쿨이 원하는 인재상은 무엇이며, 로스쿨에 진학하길 희망하는 수험생들에게 조언한다면.

-로스쿨은 정의로우면서도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아량이 있고, 보편적인 사고를 가진 인재를 찾는다. 특히 특권층을 옹호하는 생각이나 반대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으면 곤란하다. 법조인은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법을 적용하는 사람이다. 이 때문에 상식적인 사고를 견지하고, 타인의 아픔과 고통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로스쿨 진학을 염두에 둔 학생이라면 오는 22일 이틀간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리는 2018학년도 로스쿨 공동입학설명회에 참가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올해는 높은 관심도를 반영해 전국 각지에서 4000여 명의 지원자가 설명회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시’라는 선택지가 있었던 예년과 달리 입학설명회는 한층 더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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