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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청소년 범죄 이대로 안된다

지난 1일 부산에서 여중생 4명이 다른 중학교 학생 1명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마구 두들겨 팬 집단폭행사건이 발생했다. 동영상이 공개되고 뉴스로 방송되면서 생긴 부산여중생집단폭행에 대한 시민들의 경악과 분노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강릉⋅천안⋅아산 등지에서도 비슷한 사건 소식이 연달아 전해졌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 3월 인천에서는 여고 자퇴생 등 10대 소녀들의 합작에 의한 8살 초등학생 유괴⋅살해사건이 발생했다. 그 이전에도 ‘친구 살해, 잔인하게 시신 유기’라든가 ‘초등생들이 장애여학생 성추행’ 따위 기사들이 신문 사회면을 장식했다. 그야말로 ‘듣보잡’의 잔인무도한 10대 청소년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고등학생보다 중학생 범죄자가 더 많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반인륜의 흉악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이들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해 경찰관들이 오히려 당황할 정도라는 점이다. 점점 낮아지는 연령층, 흉포화에 죄의식조차 없는 10대 범죄는 오늘날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서울신문(2017.9.12.)은 전문가의 말을 빌려 “미디어가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자극적인 것을 청소년들이 아무런 죄책감 없이 그대로 행동으로 옮기는 행태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사회에 학생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롤모델이 없어진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아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은 기성세대에게 있으며, 가정과 학교에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중재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그 원인 분석이나 처방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근본적 시스템 개선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개인적⋅부분적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이다. 그만큼 10대 청소년 범죄는 학교 교육에서의 원천적⋅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특히 범죄 청소년들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도덕적 불감증에 이르러선 오늘 우리의 학교 교육을 되돌아보게 한다.

가령 아무리 폭력물에 노출되어 있다하더라도 학교에서 가치관 교육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학생들은 달라질 것이다. 상상 못할 그런 범죄를 저지른 학생이라도 최소한 죄책감은 가질 터이다. 공교육이 불신받는 것은 좋은 고교나 대학을 많이 못보내서가 아니어야 한다.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는 인성교육⋅전인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에 무너진 학교인 것이다.

그런데도 학부모들은 학교가 학원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정부 역시 지난 10여 년 동안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일명 일제고사)니 방과후학교니 뭐니하며 학교의 학원화에만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학교는 아주 자연스럽게 ‘찍히지’ 않기 위해 학생들 성적올리기 따위에만 매달린다. 초⋅중학교는 물론 심지어 국⋅영⋅수 보충수업을 하는 특성화고까지 있을 정도이다.

학교는 상급학교 진학이나 사회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이기도 하지만, 원래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내는 곳이어야 한다. 마침 문재인정부가 새로 출범했다. 성적 올리기 등 입시에만 올인하는 학교교육 시스템이 가히 혁명적으로 개편되길 기대한다. 바야흐로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내는 학교의 본래 기능이 복구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물론 범죄 학생들을 비호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또 10대 청소년 범죄는 극히 일부일 수도 있다. 처벌이 능사는 아닐 수도 있지만, 10대 청소년 범죄에 대해선 지금 공론화가 뜨거운 소년법 폐지를 비롯 보다 강력한 처벌 병행도 필요해 보인다. 한번 삐끗하면 일생을 망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해줄 법의 엄중함 역시 학교에서의 인성교육 못지않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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