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

'미세먼지 범벅'된 학교…“공기청정기 설치로만 머물러선 안 된다”

-20일 국회서 '학교 공기 질 관리 최적 방안 도출 위한 정책토론회' 열려
-각계 전문가 “실질적 관리 시스템 구축 시급” 한목소리


오늘(2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위한 '학교 공기 질 관리 최적 방안 도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 신혜민 기자


“어제(19일)도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단계에 이르는 등 미세먼지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세먼지에 취약한 학생들이 오랜 시간을 보내는 학교 현장에선 미세먼지에 대한 이해와 환경시스템 구축이 부족한 실태여서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불안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토론 개최자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분당을)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 참석자 모두가 공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학교 공기 질 관리 최적 방안 도출’을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올해 안으로 전국 초등학교 350여 곳에 공기정화장치 설치에 앞서 담당 공직자와 전문가, 시민단체가 함께 약 180억 규모의 추경 예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는 방안과 교내 미세먼지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약 300여 명이 참여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김병욱 의원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환영사, 발제,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발제에는 손종렬 한국실내환경학회 교수와 이윤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찬규 부산시교육청 장학관이 나섰다. 토론엔 김윤신 건국대 석좌교수가 좌장으로 임영욱 연세대 교수, 조명연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과장, 이상보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 과장, 문명희 에코맘코리아 본부장, 김민수 미세먼지 해결 시민본부 대표, 이미옥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 대표,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등 각계 인사들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발제자들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학교 공기 질 관리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거시적인 차원의 대응이 아닌 교내 공기 질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첫 번째로 발제에 나선 손종렬 교수는 “학생들은 하루에 7~14시간 이상을 학교에 머무르고, 체중 대비 호흡량이 성인보다 50%가량 많아 오염물질에 대한 노출 정도가 크다”며 “학교 설립 단계서부터 효과적으로 교실 공기의 질을 관리할 수 있도록 사물인터넷(IoT) 기반 공기 청정 시스템 구축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가 기존 공기청정기 설치 수준에 그쳐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공기청정기가 설치된 대다수의 학교에선 소음 발생과 실질적인 공기 질 개선 효과 미흡, 전기료와 같은 비용 부담, 필터 교체와 같은 유지관리 곤란 등의 이유로 잘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경기도 내 514개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에 설치된 1만 1302대의 공기청정기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33.7%인 3813대만 사용되고 나머지 7489대(66.3%)는 사용중지 상태였다. 문명희 본부장은 “교육부는 현재 전국적으로 23%의 교실에 설치된 공기청정기를 계속 확대∙설치한다고 밝혔지만, 이미 현장에선 활용성이 극히 떨어지는 계획”이라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 없이 손쉽고 빠르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 공기청정기 설치하는 것은 예산을 함부로 남발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수 대표도 “국민의 혈세로 이뤄진 예산이 단돈 1원이라도 허투로 써서 되겠느냐”며 “학교 현장에서 활용성이 떨어지는 공기청정기보다 필터가 부착된 창문형 환기장치 등 다양한 간이 환기 설비 설치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윤규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외 실험 사례를 예로 들며, 공기 정화를 넘어 ‘환기 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해 짚었다. 교내 공기 질 개선을 위해 미세먼지뿐 아니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이산화탄소(CO2) 등에도 대응해야 하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외부 유해물질을 차단하면서 신선한 공기만 유입할 수 있는 환기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주상복합단지와 분당·수서 간 도로, 경부고속도로 등 오염원과 상당히 인접한 국내 정자초등학교(경기 성남)와, WHO(세계보건기구) 선정 미세먼지 농도 세계 2위에 꼽힌 몽골 울란바토르 지역 내 국립어린이집 두 곳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미세먼지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적정 수치 이하를 유지하기 위해선, 일반 공기정화기를 넘어 외부 미세먼지를 걸러내 내부로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는 ‘환기형 공기 청정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학교 현장에 필요한 구체적인 ‘미세먼지 대응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찬규 장학관은 교육 공동체가 미세먼지 유해성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실생활 속 미세먼지 저감 실천 태도를 함양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응 매뉴얼을 배포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부산시교육청의 경우, 지난 7월 KT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미세먼지 발생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미세먼지 대응교육 선도학교' 10곳을 선정해 운영 중이다. 정 장학관은 “부산시교육청에선 선도학교 학생·학부모·교원 등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대응 매뉴얼 제작 배포, 학교 야외활동 서비스 제공, 미세먼지 신호등 설치 등 미세먼지에 대한 이해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교육을 시행하고 있다”며 “더불어 KT와 간이 측정기를 이용해 등하교 시간, 야외활동 시간에 수시로 미세먼지 측정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옥 대표는 학교 교과 과정 내에서 미세먼지와 관련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학교 과학 시간에 창문에 차량용 에어컨 필터를 붙여 만든 ‘DIY 창문 필터’나 가정용 선풍기에 고성능 필터를 부착해 환기시키는 ‘DIY 환기시스템’ 등을 만들어 보며 학교 교육 내 미세먼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대응 방안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구축된 미세먼지 관리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임영욱 교수는 “효과적인 미세먼지 대책 수행을 위해 교내 공기 질을 정확히 분석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며 “아울러 미세먼지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유해물질 등을 걸러내기 위한 노력도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토론에 참여한 환경부와 교육부 관계자는 이 같은 현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학교 현장 내 미세먼지 걱정을 벗어날 수 있도록 더욱 총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조명연 과장은 “학교구성원들의 미세먼지 대응역량과 학생들의 건강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시·도교육청, 관련부서 등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올해 안으로 개정 매뉴얼을 확정해 시·도교육청에서 공통된 기준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병욱 의원이 지난 7월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기준 전국 1만1659개 초·중·고교 중에서 11.6%에 해당하는 1351곳에서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인 80㎍/㎥ 이상으로 측정됐다. 교육부는 올해 들어 미세먼지 농도 '나쁨' 단계부터 실외수업을 자제하도록 하는 권고안을 내놓았지만,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시민단체 등에선 현장과 동떨어진 조치라는 지적이 쏟아지며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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