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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교육은 비정상적… 새로운 평가방식 도입 시급”

국회서 ‘교육평가 어떻게 제대로 할 것인가’ 토론회 열려
전문가들 “교육개혁 성공하려면 평가방식을 바꿔야”



“광복 이래 지금까지 18차례에 걸쳐 대입제도가 바뀌었습니다. 대입제도가 바뀔 때마다 매번 정부는 그 이유와 목적으로 ‘공교육 정상화’, ‘대입부담 완화’, ‘미래 대비 교육’을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교육현장은 바람과 달리 공교육은 비정상적이 되고, 학부모의 부담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깊이 있게 성찰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기존의 경쟁ㆍ입시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한명 한명의 소질과 적성을 키우는 학교 교육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그것의 시작점으로 학생평가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토론회가 오늘(2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 이상의 객관식 정답 맞히기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며 “이에 걸맞은 수업과 평가방식을 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의당 오세정 의원ㆍ좋은교사운동이 공동 주최하고, 국회미래일자리와교육포럼이 주관해 열린 ‘4차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 교육평가 어떻게 제대로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시험을 바꾸는 것이 교육개혁의 첫 걸음이라는 주제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김성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정책위원은 “얼마나 많은 지식을 암기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시대는 끝났음에도 학교 시험에서는 얼마나 정확하게 외우고 있는지, 여러 개의 예시 중 출제자가 원하는 하나의 정답을 찾아내는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며 “그 영향으로 수업은 읽고 토론하고, 발표하기보다는 강의식 문제집 풀이 수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창완 좋은교사운동 교육연구위원장은 “내년부터 학교 일선에 도입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목표가 창의융합형 인재양성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그것에 맞게 주제통합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해도 평가가 교과서 중심의 객관식 문제 위주에 머무른다면 그것의 효과를 달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체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조창익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현재 학교현장에서는 객관식 문항을 통해 분절적 지식을 테스트하며, 변별력을 위해 매우 높은 난도의 문제가 출제되고 있다. 단편적이고 나열적인 지식을 주입하는 수업, 이를 암기하고 정답을 고르기 위한 문제풀이 중심의 학습이 반복되면서 공부를 열심히 함에도 진정한 배움과 성장이 일어나지 않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평가체제와 교육체제를 형성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는 이미 확인됐던 아주 오래된 과제로 이제는 꼭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축사를 통해 밝혔다. 

◇시험이 바뀌어야 교육이 바뀐다
발제를 맡은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그간 시험에서 어떤 능력을 측정하는지 또는 어떤 능력에 고득점을 부여하는지에 따라 학생들의 공부법, 교사들의 교수법, 교육의 거버넌스 체제, 사교육 시장까지 달라져 왔다”며 “교육 관련 구성원들의 모든 행동 방향을 조종하는 시험, 그 시험을 바꾸지 않으면 다른 무엇을 바꾸어도 대한민국 교육은 바뀌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그 평가방식의 대안으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와 IGCSE(International Graduate Certificate of Secondary Education)로 대표되는 논술형 시험을 제시했다. 스위스에 위치한 비영리 공적 교육재단인 IBO가 주관하는 IB는 1968년에 해외 주재 외교관과 해외상사 주재원 자녀를 위한 표준화된 교육과정 및 공인된 평가의 필요성에서 출발한 시험이고, IGCSE는 대입 시험이라기보다는 대입 시점 전 단계인 중고등학교 교육이수 검정시험의 일종이다. 예컨대, ‘교육 평준화와 엘리트 교육의 장단점을 생각해보고 입장을 논하라’든가 ‘전쟁이 사회변화를 가속한다는 관점에 대해 얼마나 동의하는가’ 등 정답이 없는 문제가 출제된다. 이 두 시험은 모두 수험생의 사고력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대해 한편에서는 IB 등 논술형 시험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역할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창완 위원장은 “IB가 도입되면 다양한 형태의 수업을 진행해야 하고, 평가도 이에 맞춰서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교사의 지적 능력은 직업상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다. 교사 스스로 각성과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이들에게 수업에 대한 자율권과 그로 인한 교사별 평가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논술형 시험 도입의 장애 요인으로 제기된 채점의 공정성 문제에 대해서 이현숙 건국대 사범대학 교수는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채점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문제이며, 일부 방안은 현재 대입 논술 채점에서도 이미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다른 나라들이 확보한 수준의 채점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만큼 전문성을 갖추지 못해서가 아니라, 채점의 전문성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사회적 풍토와 1점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입시의 경쟁 구조에 있다고 본다”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평가의 방향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 조창완 좋은교사운동 교육연구위원장, 김성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정책위원, 이현숙 건국대 사범대학 교수, 나명주 참교육을 위한전국학부모회 수석부회장 등이 참여해 교육평가제도의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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