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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공감’이 아이의 '질풍노도'를 잠재운다!

중2병, 초6병, 대2병… “우리가 ‘환자’인가요?”



충동적이다, 어른에게 반항한다, 감정조절이 안 된다, 부모와 멀어진다… 이는 중2병 진단 테스트에 나오는 체크 항목이다. 하지만 요새는 초6병, 초3병뿐만 아니라 대2병까지, 모든 아이들을 환자로 만드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다.


중2병은 중학교 2학년 쯤 되면 찾아오는 ‘사춘기’를 말한다. 무슨 일만 생기면 엄마부터 찾고, 아빠가 퇴근하면 껌 딱지처럼 붙어있던 아이들이 이제 엄마보다는 친구를 더 찾고, 아빠가 퇴근해도 방문을 닫아버리는 그 서운한 계절 말이다. 


요새 초3병, 대2병 등 신조어가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사춘기가 빨라지고 길어졌다는 이야기다. 최근에는 사춘기를 ‘10살에 시작해 24살에 끝난다.’는 뜻으로 ‘1024’라고 부르기도 한다. ‘적당한 시간이 흐르면 그냥 지나갈 한 때’라 가벼이 여기기는 상당히 긴 시간이다. 


또한 사춘기에는 게임중독, 성조숙증, 비만, 심지어 비행에 쉽게 노출될 수 있어 그만큼 부모의 역할이 절실해진다. 하지만 이때 부모 입장에서는 무엇을 해줘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게다가 사춘기 아이들은 무슨 이야기만 하면 예민하게 받아들이며 대화조차 꺼려하니 일단은 이대로 아이와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아등바등 애를 쓴다. 


아이도, 부모도 힘든 사춘기.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시기를 잘 넘겨낼 수 있을까? 사춘기를 지난 두 학생의 ‘엄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닫힌 방문 안, ‘게임 중독’ 아들의 세상으로 뛰어든 엄마 

수원에 거주하는 대학교 2학년인 김윤수(가명) 학생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게임중독에 빠져 속을 썩이던 아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도권 소재 유명 4년제 대학에 입학해 잘 다니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이런 변화를 ‘엄마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중학교 시절, 윤수 군은 자연스럽게 컴퓨터와 접하게 되면서 게임 세상에 발을 들이게 됐다. 처음에는 그저 게임이 재밌어서 시작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오래 할수록 높아지는 레벨로 점차 게임 속 커뮤니티에서 사귄 사람들이 자신을 인정해주자 게임 속 세상에 푹 빠져버렸다. 


학교에서는 별 볼일 없는 평범한 학생이 게임 속에만 들어가면 히어로가 된다. 이 엄청난 매력에 빠진 윤수 군은 학교를 갔다 오면 곧바로 방문을 닫고 자신만의 세상으로 들어가 버렸다. 자연스레 학교생활이나 공부에는 관심이 없어졌고, 진짜 사회생활을 컴퓨터 속에 형성해 나갔다. ‘게임 중독’이 돼 버린 것이다. 


이때 방 밖으로 나오라고 혼을 내던 아빠와 달리, 엄마는 매일 윤수 군의 방 안에 직접 들어갔다. 그리고 곁에 앉아 어떤 게임인지, 게임 속에서 누구와 가장 친한지에 대해 물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귀찮아 나가라고 소리를 치며 엄마에게 대들기도 많이 했다는 윤수 군은 점차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주고,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는 엄마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오히려 엄마가 관심 있게 들어주자 윤수 군도 신이 나서 더 이야기를 했다. 


처음 대화는 주로 게임에 관련된 이야기였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게 엄마와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나자 그 주제가 자연스럽게 컴퓨터 밖 이야기까지 흘러갔다. 학교생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미래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요새는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를 스스럼없이 얘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엄마가 윤수 군의 ‘컴퓨터 밖 친구’역할을 자처할수록 윤수 군도 부모님께 편하게 대화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따라서 처음에는 하루 세 마디만 해도 많이 했다 생각이 들 정도였던 엄마와 윤수 군의 대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었다. 


부모님 이혼에 상처받은 사춘기, ‘손 편지’로 치유하다 

올해 대학교 1학년인 한희정(가명) 학생은 고등학교 3년 내내 기숙사 생활을 했다. 그런데 이 무렵 부모님이 이혼을 하시면서 방황의 시기가 닥쳤다고 했다. 집에 가는 것이 싫어 주말에도 기숙사에 남아있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교실에 있는 희정 양을 부른 담임 선생님이 편지봉투 하나를 건네주셨다. 다름 아니라 엄마가 희정 양에게 쓴 손 편지였다. 익숙한 엄마의 글씨로 ‘OO고등학교 1학년 1반 한희정’이라고 쓰인 글씨가 적혀있었다. 


선생님은 어안이 벙벙해 있는 희정 양에게 “희정인 참 좋겠다. 엄마가 편지도 써주시네.”라고 말씀하고 가셨다. 봉투 안에는 만 원짜리 지폐와 함께 엄마의 글씨가 빼곡하게 적힌 3장의 편지지가 들어있었다.


편지는 ‘날씨가 부쩍 추워졌다. 희정이는 뭐 하고 있을까 궁금하네. 엄마가 밥 차려준지도 오래된 것 같은데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모르겠다.’로 시작했다. 그리고 갑작스런 이혼으로 인해 힘들었지 라며 미안함과 위로의 마음이 가득 담겨있었다. 


이후로 엄마는 매주 1번씩 희정 양이 1학년을 마칠 때까지 편지를 보냈다. 2학년 때부터 편지를 안 보낸 이유를 물으니 희정 양은 “그때부터 집에 꼬박꼬박 들어갔거든요.”라며 웃었다. 


아이들은 환자가 아니다 

윤수 군과 희정 양은 이런 엄마와 대화의 비결이 ‘친구 같은 대화법’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춘기가 닥친 자신의 어떤 점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문제’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공감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어른이 보기에는 별거 아니고 간단한 문제더라도 아이들에게는 크고 심각한 문제일 수 있으며, 서로의 입장차에서 발생하는 불편한 화음을 어느 정도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가끔은 ‘공감하는 법’ 자체가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사춘기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되짚어보아야 한다. 사춘기를 지칭하는 중2병, 초3병, 대2병 등 학년에 ‘병’만 갖다 붙이면 되는 이 신조어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아이들을 ‘환자’ 취급하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긴다. 


사춘기가 병이라면 치료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사춘기는 물리쳐야 할 ‘병’도 아니고, 싸워 이겨야할 ‘적’도 아니다. 그저 해맑았던 어린 아이에서 이제 자기만의 세계와 감성을 구축해나가며 어른이 되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아이의 문제를 당장 해결하려 씨름하기보다는 일단 한 발 떨어져 아이를 유심히 바라보고, 깊숙이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그 나이에 생길 수 있는 고민에 대해 공감하고, 아이의 관심사를 공감하고, 사춘기의 통증을 공감하는 대화가 이 시기를 잘 보낼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있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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