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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초등

[NOW] “네일아트∙풋 스파 받아요”… ‘키즈 뷰티 살롱’ 가는 유아들

어덜키즈 문화 확산으로 10대 넘어 유아까지 ‘뷰티 관리’ 인기
가족 단위 방문객 많은 대형쇼핑몰 중심으로 속속 생겨
전문가들 “성인 따라 하는 것이 ‘예쁜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 심어줄 수 있어” 우려



“키즈 뷰티 살롱이 아이들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서울의 한 키즈 뷰티 살롱 홍보 문구 中) 

# 서울 잠실에 사는 주부 강승희(가명)씨는 요즘 주말마다 여섯 살 난 딸과 함께 ‘키즈 뷰티 살롱’에 간다. 이곳에선 아이를 위한 매니큐어와 페디큐어, 풋 스파, 마스크 팩 등 다양한 뷰티 관리를 받을 수 있다. 강씨는 “이젠 토요일 아침이면 아이가 먼저 ‘마사지 받으러 가자’고 조를 정도”라며 “성인과 비교하면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아이가 발라도 해가 없는 제품들로 구성돼 있어 딸과 기분 전환 삼아 종종 간다”고 말했다. 

성인 여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뷰티 관리가 최근 10대 청소년을 넘어 유아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성인처럼 옷을 입고 화장하며 어른 흉내를 내는 일명 '어덜키즈(Adulkids·어른[adult]과 아이들[kids]의 합성어)' 문화가 확산되면서, 어린이를 비롯해 유아용 뷰티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특히 요즘엔 이런 제품을 모아 아이들에게 스파 서비스를 제공하는 ‘키즈 뷰티 살롱’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런 공간은 주로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대형쇼핑몰을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으며, 다가오는 추석 연휴를 맞아 호텔에서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키즈 뷰티 살롱은 말 그대로 어린이를 위한 뷰티 공간이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시설 못지않게 다양한 코스별 서비스가 눈에 띈다. ▲아이가 직접 선택한 향의 천연 입욕제로 즐기는 풋 스파 ▲순면 시트로 만들어진 마스크 팩 ▲무자극 수성 매니큐어·페디큐어 관리 ▲손·발 마사지 ▲손등 타투 등이다. 일정 금액을 추가하면 엄마도 함께 풋 스파를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의류, 액세서리 등 다양한 어린이용 상품도 구매할 수 있다. 해당 업체 측은 “유아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제품의 안전성에 크게 신경 쓰고 있다”며 “천연 성분으로 만들어진 무독성의 순한 제품을 사용해 아이들이 사용해도 손톱과 피부 등에 큰 자극이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같은 무독성 유아용 화장품에 대한 수요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포털 사이트에 '유아용 화장품'을 검색하면, 수용성 매니큐어와 천연색소 립스틱 등 안전성을 강조한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진다. 소셜커머스 티몬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6일까지 매니큐어, 립크레용, 블러셔 등 유아용 화장품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이상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유아ㆍ어린이를 위한 새로운 공간의 등장에 벌써부터 엄마들의 반응이 뜨겁다. 주말에는 모녀(母女) 고객들로 붐벼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못 받을 정도. 소요 시간은 대개 20~30분 정도이며, 가격은 1만원부터 3만5000원 사이다. 연령대는 낮게는 3세 유아부터 초등 고학년생까지 다양하지만, 4~6세의 미취학 아동들이 주요 고객이다. 기자가 키즈 뷰티 살롱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엄마 손을 잡고 온 5~6살 무렵의 여자 아이들이 여럿 있었다. 이날 다섯 살 난 딸을 처음 데리고 온 주부 장은영(가명·서울 송파구)씨는 “아이가 핑크색 가운을 입고 팩을 붙이고 소파에 앉아 풋 케어를 받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며 연방 사진을 찍었다. 또 다른 엄마들 역시 '엄마도 받지 못해 본 걸 아이들이 받는다',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다'는 등의 호기심 어린 반응을 보였다. 어린이들로부터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전직 ‘캐리언니’인 ‘헤이지니’도 이달 초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키즈 뷰티 살롱 체험기를 올려 조회 수 51만건(28일 기준)을 넘기는 등 온라인에서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높은 인기만큼이나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부모들도 있다. 어려서부터 이 같은 경험이 지속되면 미(美)에 대한 생각과 가치가 왜곡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주부 서영은(경기 고양)씨는 “결국 이런 경험은 어릴 적부터 외모지상주의와 물질만능주의를 직·간접적으로 심어 주는 꼴”이라며 “돈만 들이면 예뻐질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유치원생 딸을 둔 김준영(가명·경기 수원)씨는 “이곳에 다녀온 또래 친구의 얘기를 듣고 아이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건 물론, 부모에게 ‘나도 해달라’며 떼를 쓰는 일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물질적·시간적 여유가 없는 부모들은 아이 하나 키우기도 어려운 세상”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키즈 뷰티’ 확산의 원인으로 ‘동영상 플랫폼’을 꼽는다. 어린 시절부터 유튜브나 아프리카 TV 등을 통해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를 접한 요즘 아이들이 자연스레 뷰티 방송(미용 방송)에도 관심을 가지며 이를 인지하는 시기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키즈 뷰티 서비스가 아이들에게 어른스러운 모습이 더 예쁘다는 왜곡된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완정 인하대 아동심리학과 교수는 “어릴 적부터 어른들의 미의 기준이 이런 뷰티 서비스를 통해 아이들에게 반영된다면, 성인을 따라 하는 것이 ‘예쁜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런 서비스를 받기 전에 과연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 꼭 필요한 일인지, 어떤 영향을 줄 지부터 생각해보라”고 조언한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순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부모가 유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유아들은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바를 통해 세상을 배우기 때문에 부모들의 작은 행동이나 말투까지도 곧장 흡수한다”며 “아이가 서비스를 받으며 타인과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우위에 서 있는 수직적 관계를 자주 접하다 보면, 이런 권위체계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생기기 쉽고 인과관계를 따져보는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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