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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청탁금지법 발효 1년, 그 명(明)과 암(暗)

사회 투명성 제고와 지나친 업무 수행 제한 공과, 법 평가 먼 훗날에 맡겨야

추석 전인 지난달 28일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청탁금지법) 시행 1년이 되는 날이다. 1년 전 우역곡절과 갑론을박 속에 발효된 청탁금지법은 한 동인 발의자 이름을 붙여 소위 ‘김영란법’으로 불리며 우리에게 익숙해진 법이기도 하다. 

이제 청탁금지법이 입법 발효된 지 만 1년이 되었다. 그 공과도 긍정적, 부정적 측면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어느 정도 우리 사회를 투명, 청렴하게 변화시키는 기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법이라는 평가와 우리 사회 현실과 유리돼 국민 생활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독소 조항을 하루빨리 개정해야 한다는 상반된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벌써 현실에 적합하게 법 개정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으며 일부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금품의 기준으로 현행 3(식사), 5(선물), 10(경조사)만원을 3, 10, 5만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내려고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청탁금지법 발효로 농축산업자, 화훼업자, 농민, 식당 등 영세 음식업 자영업자, 상인 등의 생계가 치명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호소가 많다. 소비와 생산, 저축 등 경제 활동이 선순환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경제학 이론에도 이 청탁금지법은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기관, 단체, 관청 앞 식당가는 파리를 날리는데, 구내 식당은 발디딜 틈도 없게 된 현실이 정녕 우리 경제 활성화에 순기능만 하는지를 냉철하게 분석해봐야 한다는 볼멘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상적인 모임 참석도 움츠려들게 한다는 비판도 있다. 

청탁금지법은 지나치게 경직되게 적용돼 인간관계를 위축시키고 정상적인 업무 활동마저 원활하게 수행치 못하는 계륵(계륵)같은 법이라는 혹평도 없지 않다. 특히 한국 사회의 정의 문화, 연의 문화와 풍토 등을 도외시한 지나친 통제 위주 법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무리 부정과 청탁의 사슬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도입됐더라도 우리 사회에 밴 인간관계, 지연ㆍ학연ㆍ조직연을 무시한 현실 유리된 법으로 하루빨리 개정돼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다행히 이 법 발의자인 전 국민권익위위원장 김영란 교수도 국민적 동의를 전제로 입법 취지와 사회 현실에 부합되도록 하는 법 개정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 발효 1주년을 맞는 즈음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많은 장애와 한계를 가진 법임에도 한국 사회의 투명성, 청렴성, 신뢰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 변화를 주도했다는 비율이 대체적으로 50-60%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이번 법 발효 1년을 맞아 신문, 방송, 여론 조사 기관의 각종 여론 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의 제한, 크나큰 생계 지장, 정과 연으로 연결된 조직 문화와 풍토에의 악영향 등 부정적인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 간 우리 사회와 조직을 보다 맑고 밝고 깨끗하게 추동했다는 공을 간과할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물론 바르지 못한 문화와 풍토는 바꾸는 게 맞다. 변화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진통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개인 생활조차 법규 저촉 여부를 일일이 신경 써야 하는 건 마뜩지 않다. 교육과 학교에서의 일괄적인 청탁금지법 제약(제한) 규정도 지나친 감이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분명히 청탁금지법은 이를 어기는 사람을 신고하여 처벌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영됐던 부정 청탁과 부정 금품 수수의 관행의 고리를 끊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지향하는 한 단초인 것이다. 

실제 학교 사회에서 교원들과 학생, 학부모 등의 관계가 삭막해지고, 교직에 대한 피로감과 회의감 등이 가중되는 등 애로가 있고 사제 간에 카네이션 한 송이, 음료 한 잔도 주고 받을 수 없는 현실 유리의 악법 조항이 없지 않다. 교육과 학교의 특성을 고려한 청탁금지법 개정이 요구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 간 병원의 접수 순서를 무시한 특차 진료, 사회 공기(公器)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언론의 횡포 등이 상당히 감소하고 있는 긍정적 변화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제 청탁금지법이 발효된 지 만 1년이 됐다. 현실과 유리돼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제약을 가하는 악법 조항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도 학교와 교육 현장, 사회 일반에서 이 법의 ‘매뉴얼, 묻고 답하기(Q & A)’을 살펴보고 준법을 하고 있다는 현실을 외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 조사와 사회 현실에도 목도하듯이 이 법이 우리 사회를 맑고 밝고 깨끗하게 하는 투명성, 공정성, 신뢰성 담보에 일정한 공헌을 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절대 안 된다. 물론 학교와 교육 현장을 특성을 반영한 현장친화적 법 개정이 요구되고 있다. 

결국 청탁금지법에 대한 공과 과, 명과 암 등에 관한 평가를 내리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다. 적어도 앞으로 10년 이후에나 개괄적으로 평가가 가능하다는 식자, 법조인들의 의견을 새겨들어야 한다. 다만, 일부 법 조항이 우리 사회와 현실에 부합되지 않는 것은 소정의 절차를 거쳐서 하루빨리 개정돼야 할 것이다. 특히 학교 현장에서는 청탁금지법과 관련하여 학기당 1회이상씩 시행하게 되어 있는 학생 청렴 교육을 교육과정 재구성을 바탕으로 더욱 더 내실 있게 사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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