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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고치고·상장 남발하고⋯ 끊이지 않는 '학종 공정성' 논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주된 자료로 활용해 선발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이에 대한 불신도 함께 깊어지고 있다. 최근 속속 발표되는 올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수험생 사이에서 이른바 ‘학생부 기재용 스펙쌓기 경쟁’ 문제가 사실로 드러나 학종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대학 평가 방식도 마찬가지다. 서류 심사와 면접에서 부모 직업을 반영하는 대학도 일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교육부가 학종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방책은 턱없이 미미한 실정이어서 이 같은 우려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학생부 기록 정정 작년에만 18만 건⋯ 상장 인플레 현상도 ‘심각’ 
고교 학생부를 학생과 학부모의 입맛대로 수정하는 일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생부를 무단으로 정정했다가 발각된 건수는 최근 3년간 300여건에 달했다. 10일 교육부가 국회 교문위 소속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고등학교 학생부 정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고등학교에서 학생부를 정정한 건수는 모두 18만 2405건이었다. 2012년 5만 6678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년 새 3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올해는 1학기에만 10만 7760건을 정정했는데, 내년 2월까지 고칠 수 있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 영역별로는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등을 적는 ‘창의적 체험활동’이 10만9018건 정정돼 가장 많았다. 이어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 3만6925건,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이 3만6462건이었다. 유 의원은 "대학 입시에서 학종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면서 학생부 수정·정정 현황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처럼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대로 정정하는 행태는 교사의 평가권을 침해할 수 있으며 학생부의 신뢰성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사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상장 인플레 현상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회 교문위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공개한 ‘서울대 최근 5년(2013~2017년) 전형 별 합격생 평균 교내 상 수’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 수시합격생들의 교내 상 평균 수상횟수는 27회였다. 한 학생이 고교 3년간 무려 120회나 교내 상을 휩쓴 경우도 있었다. 

학교마다 교내대회 개최 횟수에도 큰 차이를 보여 상장 양극화 현상 역시 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의원이 이날 공개한 ‘2016년 시ㆍ도교육청 및 고등학교별 교내 상 수여 현황’을 보면 교내에서 상을 전혀 수여하지 않은 학교(5곳)가 있는 반면, 경북의 한 고교의 경우 1년에 교내대회만 224회 열기도 했다. 김 의원은 “어떤 학교는 학생이 아무리 노력해도 학교에서 상을 주지 않아 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상이 없고, 어떤 학교는 1년에 200개가 넘는 상을 주니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이 큰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며 “학생들의 학업부담 감소와 입시 공정성을 위해 교내 상 관련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모 직업, 서류·면접 평가에 반영하기도 
서울대 등 전국 11곳 대학에선 학종 서류·면접 평가 때 부모의 직업을 그대로 노출해 평가에 반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국회 교문위 소속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61개 대학의 올해 서류·면접 전형 주요 평가 항목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예컨대, 올해 신입생의 79.1%를 학종으로 뽑는 서울대의 경우 1차 서류전형에서 지원자의 출신고교를 가리지 않았고 평가토록 했다. 이로 인해 외고·특목고·자사고 등 고교유형 역시 오롯이 드러났다. 2차 면접 전형에서는 자기소개서에 기재된 부모의 직업까지 노출하기도 했다. 이밖에 서울 주요대학과 지방 명문 국립대 등 상당수 대학에서도 입학사정관이 학생에 대한 정보를 가리지 않고 서류와 면접에 활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교육부가 제시한 ‘학종 자기소개서 공통양식의 작성 지침’엔 부모의 직업을 명시하지 말라는 기준은 없지만, 이로 인해 학종이 일명 '금수저 전형'이란 오해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송 의원은 “일부 대학에서는 지원자의 출신고교와 일반·특목고 여부뿐 아니라 이름과 주소도 함께 공개해 면접관들이 자신이 평가하는 학생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며 “이는 ‘제2의 정유라 입시비리’를 초래할 수도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전문가 “실효성 있는 정부 차원 대책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입시 공정성을 확보할 더욱 실효성 있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유 의원은 최근 교육부가 일부 고교에서 학생부 무단 정정이나 조작하는 사례가 적발되자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유 의원은 “일선 현장에선 학생부 기재방식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며 “교사의 평가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재 항목에 객관적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도록 하거나, 교사 공동 기록을 통해 학생부를 관리하는 등 교육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15억원을 투입해 구축한 학종 공정성 확보 시스템도 현재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국회 교문위 소속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학종 공정성 확보를 위해 15억3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공정성 확보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이를 사용하는 대학이 해마다 감소해 올해로 폐지됐다. 이는 학종 지원자와 특수 관계에 있는 입학사정관이나 교직원을 학생 선발업무에서 배제하기 위한 ‘회피·제척 시스템’으로, 교육부가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통해 위탁 운영해왔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한 원인으로 2014년 8월 개정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을 들었다. 개정된 개인정보 보호법에는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허용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정보를 수집·처리할 수 없게 돼 각 대학이 시스템 사용을 꺼리게 됐고, 결국 폐지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된 지 4년 넘게 교육부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탓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축한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됐다"며 "하루빨리 관계 법령에 근거를 마련하는 등 조속히 시스템이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형을 운영하고 평가하는 대학에 대한 책임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 위원은 “우리 대입제도가 지향하는 인재 선발과 양성을 위해서라도 대입 기본사항에 공정성과 신뢰성이 담보된 평가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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