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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기제-2017.10월호] 어려운 한자는 ‘쏙’, 가족의 소중함은 ‘쑥’

경기 퇴계원중 사경희 교사의 하브루타 수업

“어버이날 외에 부모님께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얼마나 합니까?” “가족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이 있나요?” 

경기 퇴계원중의 한문 수업시간. 학생들은 짝과 함께 이와 같은 질문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경험에 대해 얘기하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하브루타’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하브루타 수업은 2명씩 짝을 지어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토론하는 수업.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직접 만든 질문을 짝에게 던지고, 짝의 대답을 경청하며 다양한 시각을 기른다. 이후 모둠별로 모여 하나의 질문에 대해 더욱 깊이 있게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사경희 퇴계원중 수석교사는 1학년 1학기 한문 ‘3. 가족의 구성’ 단원에서 하브루타 수업을 진행했다. 하브루타 수업을 꾸준히 연구해온 사 교사는 이 단원을 포함해 대부분의 수업에 하브루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 친구들과 게임하듯 한자 공부를 
본격적인 하브루타 수업에 앞서 학생들은 ‘가족의 구성’ 단원에 나오는 한자의 음과 뜻, 단어, 문장 등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하브루타의 가장 큰 목적인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해당 단원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가족의 구성’ 단원에 나오는 한자의 음과 뜻이 적힌 ‘한자 자석 카드’를 활용해 모둠별 게임을 하며 한자를 익힌다. 예를 들어 교사가 “‘형’을 의미하는 한자 자석 카드는 무엇일까?”라고 질문하면 재빨리 ‘兄(형)’이라고 적힌 카드를 가져와야 하는 식이다. 많은 카드를 가져온 사람이 이기는 게임으로, 학생들은 이를 통해 평소 어렵게 느꼈던 한자의 음과 뜻을 보다 쉽게 익힐 수 있다. 

그 다음에는 각자 가지고 있는 한자 자석 카드를 활용해 가족과 관련된 한자 어휘를 만들어본다. 예를 들어 교사가 “형과 아우를 의미하는 단어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했을 때 ‘兄(형)’ 카드와 ‘弟(제)’ 카드를 찾아 ‘형제(兄弟)’라는 하나의 단어를 만들어내는 식이다. 만들어낸 단어들을 바탕으로 ‘兄弟姉妹 同氣而生(형제자매 동기이생)’과 같은 한문 문장을 만들고, 해당 문장을 친구들과 함께 해석해보며 ‘형제와 자매는 한 기운을 받고 태어난다’는 의미라는 것을 파악한다. 

사 교사는 “하브루타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한문 문장 해석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기발하다고 칭찬해준 뒤 함께 이야기하며 올바른 해석으로 바로잡아준다”면서 “이렇게 하면 학생들은 해당 한자와 문장을 더욱 오래 기억할 수 있고, 한자 공부에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 직접 질문 만들고 경험 얘기하며 몰입도↑ 
가족과 관련된 한자 단어, 문장, 지문 등을 배웠다고 해서 교과 성취기준을 모두 달성한 것은 아니다. 한문 교과의 핵심 역량에는 ‘인성 역량’이 포함되기 때문. 사 교사는 이 점에 초점을 맞춰 학생들이 가족의 의미와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게 하는 질문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도록 지도했다. 

학생들은 각자 ‘부모님은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주시나요?’ ‘가족과 한 일 중 가장 행복했던 일은 무엇인가요?’와 같은 질문을 만들어내고, 짝에게 해당 질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먼저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들은 짝은 방금 들은 이야기와 관련된 후속 질문을 곧바로 떠올려 다시 질문하는 것이 규칙이다. 이와 같은 규칙이 없다면 자신이 만든 질문에 대한 이야기만 생각하느라 짝의 이야기를 제대로 경청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 

사 교사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는 과정 속에서 좋은 질문이 형성된다”면서 “학생들은 진지하게 짝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생각을 수용하고 올바른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짝과 함께 질문에 대한 답을 충분히 주고받은 다음에는 더 많은 친구들과 이야기해보고 싶은 질문 하나를 꼽는다. 이후 4명이 한 모둠을 이뤄 모둠별 대표 질문 하나를 선정한 뒤 해당 질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함께 나눈 이야기는 커다란 종이로 된 ‘모둠판’에 정리해 적고, 모둠판을 칠판에 붙여 반 전체 친구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사 교사는 “모둠별로 이야기를 나누면 짝과 함께 이야기할 때보다 더욱 깊이 있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게 된다. 하브루타 활동을 통해 가족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끌어내 다른 친구들에게 털어놓음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면서 “평소 한문 수업에 대해 어렵다고 생각했던 학생들도 친구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수업 자체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교사의 수업지도 노하우-“매 시간 조금씩, 꾸준히 한다면 성공적인 하브루타 가능”

Q. 수업에서 교사의 역할은? 
하브루타 수업을 접해보지 못한 일부 학생들은 질문을 만드는 것을 어렵게 느낀다. 이때 교사는 질문을 직접 만들어주거나 답을 알려주기보다는 학생들이 직접 질문을 생각하고 만들어낼 수 있도록 간단한 ‘힌트’ 정도만 주는 것이 좋다. 만약 학생이 교사에게 어떤 질문을 했다면, 바로 답을 해주지 말고 “이 학생이 이런 질문을 했는데, 누가 이 질문에 대해 답해볼까?”라고 말하며 해당 질문을 반 전체와 공유하는 식이다. 학생들끼리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하며 문제해결능력과 의사소통능력을 키우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만 학생들에게 아무런 주제도 주지 않고 ‘질문을 만들어 보라’고 하면 의미 있는 질문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므로 ‘가족의 의미와 소중함을 알 수 있는 질문을 만들어 보라’는 식으로 교과서의 텍스트와 학습목표를 고려한 주제를 제시해주는 것이 좋다. 

Q. 수업의 효과는? 
실제로 하브루타 수업을 마친 뒤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이 담긴 평가지를 받았다. 학생들의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친구들에게 자신이 배운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수업에 보다 집중했다는 학생들도 있었고, 친구의 질문에 대답해주기 위해 훨씬 더 생각을 많이 해본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또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하면서 공부하니 일방적으로 설명을 들었을 때보다 훨씬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한 시간 내내 교사가 주도하는 수업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번갈아가며 주도권을 쥐는 수업을 하다 보니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몰입도가 확실히 깊어진다. 한문에 대해 어렵게 느꼈던 학생들도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한문 공부에 흥미를 갖게 되는 것이 이 수업의 장점이다. 

Q. 하브루타 수업을 활용하려는 교사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하브루타 수업’은 특별히 새로운 수업 방식을 고안하지 않아도 진행할 수 있는 수업이다. 그때그때 배운 것을 짝에게 설명하게 하고, 질문을 만들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교사는 학생들에게 보다 심도 있는 질문들을 만드는 습관을 길러주고, 질문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줘야 한다. 또한 수업 시간마다 질문 한두 개 씩이라도 학생들이 직접 만들고 이야기해보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에듀동아 최송이 기자 songi12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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