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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

학교 급식비 비싼 이유, 그것이 알고 싶다

불합리한 식재료 납품구조가 모든 문제의 원인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이 다녀가는 식당이 있다고 하자. 더욱이 이곳은 모든 식자재를 친환경으로 쓰고, 임대료를 물지 않아 전 메뉴 4,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식사를 팔고 있어 착한 가게로 소문이 자자하다. 

맛은 입맛에 따라 다르니 논외로 하고, 착한 가격과 착한 식재료가 보장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에 들러 식사를 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런치타임 햄버거 세트보다 저렴한 가격과 유기농 고급 식당의 품질까지 갖췄으니 ‘오늘 뭐 먹지?’ 하는 고민을 단번에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박집이 어디인지 궁금한가? 바로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다. 

그런데, 학교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한 끼 급식비가 4,000원이라면 상당히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에 1,000여 명의 학생들이 매일같이 이용하는데도 한 끼에 4,000원이나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어쩌면 그 많은 급식비가 누군가의 주머니로 몰래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기도 한다. 특히 급식비가 4,000원이나 되는데도 많은 아이들이 매일 급식이 맛없다며 급식 대신 빵을 사 먹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사실 학교 급식 문제를 들여다 보면 누구 하나 만족하는 이가 없다. 학생들은 학교 급식이 맛없다며 빵을 사먹고, 학부모는 학교 급식비가 비싸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학교는 혹시 모를 위생 및 안전사고에 가슴을 졸이며, 조리사는 급여가 적다며 파업을 한다. 

최근 인천시 학교 급식실 조리사가 참여하는 학교비정규직연대가 10월 2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실시한다고 예고했고, 경기도의 학교 조리사들도 총파업을 결의했다. 

이에 에듀진에서는 학교 급식을 둘러싼 여러 문제를 살펴보고, 얽히고설킨 학교 급식 문제를 해결할 방법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찾아보고자 한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문답 식으로 구성했다. 

Q: 현재 학교 급식비의 운영 비중은 어떠한가? 
A: 학교 급식비 중에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보통 24% 정도이고, 식재료 값은 67%, 가스·전기·수도료 등 공과금이 9% 정도를 차지한다. 만약 일반 식당이라면 월간 운영비 비중은 임대료 20~30%, 재료비 30~40%, 인건비 30~40% 수익 20~30% 정도를 차지한다. 위치에 따라 다 다르고 음식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1식 4찬이라면 그다지 인건비가 많이 나가는 구조도 아니고 식재료비도 매일 고기를 줘도 남는 식당 사장의 이익률은 최소 20% 이상의 마진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일반 사업자에게 학교 급식을 맡긴다면 월 2,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대단한 매출액인 것은 분명하다. 

Q: 급식일수는? 
A: 초등학교는 180~190일이고 중·고생은 170~180일이다. 

Q: 조리 직원 구성은? 
A: 영양사 1명과 조리사 1명이다. 조리실무사는 학생 100명 당 1명 정도로 구성돼 있다. 

Q: 급여는 얼마인가? 
A: 영양사와 조리사의 급여는 학교 급식비가 아닌 교육부에서 지원한다. 조리 실무사의 급여는 학생들이 내는 급식비에서 지급한다. 만약 조리 실무사의 급여를 올려주게 되면 고등학교의 급식비는 인상이 불가피하다. 

조리 실무사의 경우 연차에 따라 급여는 다 다르지만 경력 10년을 놓고 봤을 때 기본급 127만 원이다. 여기에 정액급식비, 교통보조비, 장기근속수당(19만 원, 상한액은 25만 원), 위험근무수당, 가족수당 등을 포함하면 한 달 에170만 원 정도 받는다. 이마저도 예전에는 장기근속수당, 교통보조비, 정액급식비는 지원이 안 됐다. 

Q: 근무시간은? 
A: 학교마다 다르지만 고교라면 보통 8시 30분에서 4시 30분까지 일한다. 점심시간까지 포함해 9시간 정도 근무한다. 만약 석식까지 포함한다면 그 시간은 더 늘어나게 된다. 

Q: 방학 때는 급여가 어떻게 되나? 
A: 방학 때는 일하지 않지만 급여제이기 때문에 급여를 지급한다. 10개월은 일하고 2개월 정도는 쉬게 된다. 

Q: 학교 급식에서 식재료 납품계약은 어떻게 맺나? 
A: 공산품,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 각각 계약하며 친환경 제품을 납품받는다. 식재료비가 2,000만 원 이상이면 입찰공고를 내 입찰하고 그 이하면 저렴한 곳과 수의 계약을 한다. 이때 식재료 납품 계약은 지역 단위에 있는 업체만 가능하다. 

예를 들어 파주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 급식실에서 수의계약을 통해 식재료를 납품하고자 한다면, 파주와 고양 지역의 업체만 참여할 수 있다. 축산물의 경우 지역 업체가 학교에 납품한 후, 납품확인서를 경기도에 제출하면 도에서 일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경기도에서는 학교에서 축산물을 구입할 경우 업체에 지원금을 주고 있어, 학교는 업체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식재료를 받을 수 있다.

Q: 다른 지자체에서는 어떤 지원을 하나? 
A: 경기도는 경기도산 축산물에 대해 지원금을 주고 있으며 충북 제천이나 강원도 양구는 쌀값 전액을 지원해준다. 지자체마다 지원 금액이나 지원 방법은 다 다르다. 

Q: 식재료 납품자의 조건은?
A: 식재료 납품업체는 연 매출에 상관없이 학교급식조달시스템에 공급업체로 등록하면 학교에 납품할 수 있다. 학교급식조달시스템이란 학교 급식 식재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학교가 업체를 공정하게 선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때문에 적격한 업체만이 학교에 식재료를 납품할 수 있고 학교는 필요할 때마다 업체의 식약청,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물위해요소중점관리(HACCP)기준원 등의 인증기관 서류를 확인할 수 있다. 

Q: 학교 급식비는 얼마인가?
A: 지역마다, 학교마다 다 다르지만 학교 평균 3,500원~4,500원 선이고 하루 평균 급식 인원은 학교마다 다르다. 제천에 있는 고교는 지자체에서 쌀 전액을 공급받고 있는 학교도 급식비가 4,200원 정도를 하지만 양구는 3,800원을 하는 학교도 있다. 

Q: 학교 급식비가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A: 학교 급식실은 임대료를 내지 않고 급식비 중 인건비를 국가가 보조해준다. 그런데도 급식비가 비싼 이유는 식재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Q: 왜 식재료 단가가 높은가? 
A: 친환경 제품을 사용해 급식하기 때문에 식재료 단가가 높다. 또 다른 이유는 유통 구조 때문이다. 배송업체가 일반 식당에 식자재를 배달할 때는 최소 5곳에서 많게는 10곳 이상까지 한꺼번에 배송해 매출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학교 급식의 경우 오전 8시 30분까지 하루 사용할 식자재가 모두 도착해야 한다. 그래서 배송업체는 한 번에 학교 한 곳만 배달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만 담당하는 배달 차량과 담당 직원이 따로 필요하다. 

물론 배송업체 내에서 직원끼리 돌아가며 학교배송업무를 맡을 수 있겠지만 학부모 모니터링단이 매일 식재료 검수 과정을 직접 참관해 원산지 등 식재료의 납품 상태는 물론 납품 차량 및 납품업자의 위생상태까지 점검하기 때문에, 한 명이 맡아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이런 이유로 구조적으로 단가를 낮추기 힘들다. 

Q: 학교 급식에서 맛은? 
A: 사람의 입맛은 다 다르다. 같은 음식을 놓고 짜다고 느끼는 사람과 맛있다고 하는 사람, 간이 맞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 등 다양하다. 학교 급식은 사람들의 다양한 입맛을 다 맞출 수 없기에 최선책으로 간을 약하게 한다. 싱거우면 간을 더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학교 급식은 맛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간이 맞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맞다. 



그동안 급식비의 쓰임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아이에게 밥을 먹이려면 당연히 급식비를 내야 하지만, 생각보다 비싼 급식비 때문에 ‘학교 급식비를 누군가가 중간에서 슬쩍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의심을 할 수 있다. 학교 급식에 필요한 인건비 중 일부는 국가보조금으로 지불하기 때문에 일반 식당에 비해 인건비 총량도 저렴한데 급식비는 날이 갈수록 오르고 있어 의심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식재료 납품구조’ 에 있다. 현재의 불합리한 납품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2018학년도 1학기 급식비는 당연히 또 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납품회사 마진율이 썩 좋은 것도 아니다. 차량 운행비와 인건비를 빼면 남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불만인 급식 문제에 대해 이제는 지자체를 넘어 중앙 정부가 들여다볼 차례다. 정부 차원에서 학교 급식의 불합리한 납품 구조를 합리적으로 바꾸는 제도를 마련해, 우리 아이들이 매일 저렴한 가격에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식단을 먹을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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