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인류를 구하라! 지구가 자전을 멈출 때

최후까지 남은 시간 5년, 어떻게 살아남을까?



여기 변하지 않은 진리가 있다. 

지구는 24시간에 한 번씩 자전하고, 지구의 자전 속도는 시속 1600km이다. 

그렇다면 이것도 아는가? 지구 자전이 5만 년에 1초씩 느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 사실에 착안해, 한번 가상의 시나리오를 써보자. ‘지구의 자전이 5년 뒤에 완전히 멈춘다면, 지구가 서서히 멈추는 5년 동안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에 대해서. 바다, 대륙, 공기, 햇빛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리는 환경과 삶이 어떤 변화를 맞게 되며, 인간은 어떻게 적응해 가야 하는지 함께 상상해 보자. 

첫째 날 지구의 자전 속도, 시속 1,599km 
자전이 점점 멈추기 시작했다. 아직 우리는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자전 속도 감소 영향은 미미하다. 하지만 ‘공항’에서 그 징후가 처음 나타난다. 

공항은 GPS가 없으면 제대로 굴러가지 못할 정도로 GPS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공항에서는 GPS를 이용해 항공기들의 정확한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항로를 수정해 안전한 비행을 하게 해주며, 많은 비행기가 원활하게 이착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공위성에 내장된 시계는 공항의 지상관제소와 연결돼 있다. 자전 속도가 느려져도 인공위성에 내장된 시계와 지상관제소의 시간이 서로 어긋나지는 않다. 하지만 지구의 자전이 서서히 멈추면 위치에서 오류가 생긴다. 즉 자전 속도의 감소가 인공위성이 측정하는 지상관제소의 위치와 실제 위치 사이에 오차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GPS는 공항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항공기를 착륙시키려고 할 것이고, 전 세계적으로는 항공기의 항법장치가 오작동을 일으키며 수십, 수만 명의 목숨이 풍전등화에 처하게 된다. 

GPS | Global Positioning System의 약자로, 인공위성을 이용해 지구상 어디에서나 위치를 알 수 있는‘전 지구 위치 파악 시스템’을 말한다. 

자전이 느려진 일주일 후 
처음 변화는 미미할지라도, 이제 전 세계의 모든 도시에서 하나둘씩 문제가 발생한다. 가장 큰 문제는 낮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몇 초가 몇 분이 되고, 몇 분이 몇 시간, 며칠이 되기 시작하면서 전례 없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2주일 후 지구의 자전 속도, 시속 1,585km 
지구의 자전이 15km/h로 줄었다. 지구가 원래의 자전 속도로 회전할 때, 연간 항공기 이용객은 22억 5,000만 명이 넘었었다. 하지만 지금, 안전문제가 커지면서 운항 횟수를 줄여 최소한의 운항만 한다. 연쇄반응으로 사람들은 비행기를 대체할 다른 교통편을 찾는다. 자가용의 증가는 물론, 버스와 열차 이용객이 급증하게 된다. 

이제는 더욱 큰 문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선 ‘바다의 변화’이다. 지구는 완벽한 구형이 아니라 적도 부근이 부풀어 오른 형태이다. 지구는 자전하면서 적도 부분의 바닷물을 잡아뒀다. 하지만 지구의 자전 속도가 감소하면서 이 힘이 약해져 바닷물이 극지방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즉 극지방의 해수면이 빠르게 상승하는 것이다. 이 같은 해수면의 변화로 인해 바닷물이 지하철로 밀려들어오고 하수관을 통해 퍼져나가 엄청난 규모의 홍수를 일으킨다. 

두 번째 위험은 ‘공기’이다. 해수면이 변하면서 우리가 숨 쉬는 공기위치도 변하는 것. 지구의 대기는 지구 전체에 균일하게 퍼져있다. 그리고 지구가 회전하면 공기도 똑같은 방향으로 회전한다. 

하지만 지금, 자전 속도가 느려졌고 바닷물은 극지방으로 이동했다. 대기도 바닷물을 따라 극지방으로 이동하면서 리오, 뭄바이, 싱가포르와 같은 열대지방 도시들의 공기가 점점 사라지게 된다. 이제 해발 1,500m에서도 해발 4,500m에서 숨 쉬는 것처럼 공기가 희박해진다. 참고로 사람은 해발 5,000m만 넘어도 생존한계선에 도달하는데, 점점 그 한계선에 다다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



4개월 후 하루 28시간, 자전 속도는 시속 1,375km 
지구가 자전을 점점 멈춰간 지 4개월이 지났다. 현재 자전 속도는 예전보다 225km/h 이상 느려졌고, 낮과 밤의 길이가 각각 2시간씩 더 늘어난 28시간이 됐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홍수와 희박해진 공기로 인한 사망자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4,500m이었던 북극의 수심은 13,000m로 급변하게 됐다. 이제 영국해협과 같은 얕은 해협은 바닥을 드러내, 영국에서 파리로 걸어서 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자전이 느려진 단 4개월 만에 홍콩과 같은 주요 항구들이 말라버려 전 세계의 선박운송이 대부분 중단됐다. 이러한 바닷물의 이동은 우리가 알고 있던 지도의 모습을 변화시켰다. 멕시코는 과거보다 1/3 정도 넓어졌고 호주는 인도네시아와 함께 새로운 대륙으로 탄생했다. 



바닷물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지구가 자전을 점점 멈추자 바닷물을 따라 대기 역시 극지방으로 몰려들게 돼, 공기도 지구의 상하 1/3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제 이 지역에서만 숨을 쉴 수 있다. 공기가 희박해 숨을 쉴 수 없는 곳들은 사람들이 떠나 유령도시가 됐고 이제 적도를 중심으로 상하 1/2 지점에서만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전과는 다른 문제가 생겼다. 바로 ‘지진’이다. 이제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던 지역에서도 지진이 발생한다. 지구는 용융 상태의 핵, 고체 상태의 맨틀, 단단한 외부 지각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자전 속도가 감소하면서 각각의 층은 서로 다른 속도로 느려지며 엄청난 마찰을 일으키게 된다. 다시 말해 지구는 안에서부터 밖으로 균열을 일으키며 갈라지고 있다. 이제 엄청난 마찰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대규모의 지진, 해일, 화산폭발이 일어난다. 

화산과 지진은 도로와 철도 같은 교통망들을 파괴해 주요 도로가 마비되는 것은 물론, 마찰열로 인해 변화한 해저 온도에 적응하지 못한 해양생물 중 60% 이상이 떼죽음을 당하고 만다. 

1년 후 하루 길이 30시간, 자전 속도는 시속 1,260km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현재 자전 속도는 예전보다 340km/h 이상 느려졌다. 

지구의 물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반년 전에 영국에서 프랑스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불가능하다. 이전에는 북대서양의 바닷물이 북극으로 모여들면서 영국과 같은 유럽 본토 주변의 얕은 해역이 바닥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금은 북극해의 바닷물이 불어나면서 세면대 물이 넘쳐흐르는 것처럼 영국과 유럽 대부분이 새로운 바다 밑으로 잠겼다. 런던, 베를린, 모스크바는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사람들은 홍수가 없고 숨 쉴 공기가 풍부하고 지진이 적은 곳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먹을 것이 없다. 앞서 교통망이 파괴되면서 식량 수송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식량을 자급자족해야 한다. 이곳까지 살아서 도착했더라도 모든 문제를 스스로 헤쳐 나가야만 한다. 



2년 6개월 후 하루 길이 124시간, 자전 속도는 시속 400km 
이제 지구의 자전 속도는 1600km/h에서 320km/h로 급감했다. 예전보다 1,200km/h 정도 느려진 것이다. 사람들은 또 다른 문제와 맞서 싸우게 된다. 바로 잠과의 사투이다. 낮의 길이가 예전보다 2.5일 이상 길어졌다. 밤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제 사람들은 해가 60시간 떠 있는 대낮에 잠을 자야 하고, 앞으로도 낮의 길이는 짧아지기는커녕 계속 길어진다. 사람들은 수면 부족으로 인한 피로에 지쳐가는 동시에 시력 장애, 통제력 저하로 고통 받게 된다. 

느려진 자전 속도는 동물들을 멸종시킨다. 포유동물 대부분은 낮의 길이가 변하는 것을 감지하고 목숨을 건 이주를 시작한다. 하지만 낮의 길이가 길어진 만큼 밤의 길이도 같이 길어지기에, 밤이 다가오면 얼어 죽고 만다. 우리가 동물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순록, 얼룩말 등은 멸종될 운명에 놓인다. 

4년 후 하루 길이 624시간, 자전 속도는 시속 60km 
현재 자전 속도는 60km/h를 약간 넘을 뿐이다. 태양은 13일 동안 하늘에 떠 있다. 그다음에 13일 동안 밤이 이어져 하루의 길이는 624시간이 된다. 사계절은 사라지고 밝고 더운 날씨와 어둡고 추운 날씨만 반복된다. 

기나긴 밤이 되면 기온은 영하 55도까지 떨어진다. 홍수에서 살아남고 숨 쉴 공기를 찾았다고 해도 이제는 엄청난 추위와 맞서야 한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장기간 먹이를 섭취하지 않고도 버틸 수 있기 때문에 생존 확률이 조금 더 높지만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공기가 희박해지면서 적도 인근 지역은 에베레스트산 정상보다 더 높은 해발 10,000m에 있는 것처럼 숨 쉬기가 힘들어진다. 

한때 바다였던 적도 부근에서 새로운 대륙이 떠오른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기 위해 과거 바다 밑바닥이었던 곳에 새로운 개척지를 건설하기 위해 그곳으로 출발한다. 하지만 이들의 여정은 위험천만하다. GPS는 애초부터 먹통이 됐으며 바닷물의 이동으로 바다의 모양이 변해 항해용 지도는 쓸모없어졌다. 그리고 13일 동안 밤이 이어지며 기온은 뚝뚝 떨어져 바다뿐만 아니라 날씨와도 사투를 벌여야 한다. 

4년 6개월 후 하루 길이 768시간, 자전 거의 멈춰 
1,600km/h로 자전했던 지구가 이제 거의 멈췄다. 태양은 16일 동안 하늘에 떠 있고 24시간이었던 하루는 768시간이 됐다. 식량은 거의 없고 전기 공급은 불안정하며 깨끗한 물은 찾기 어려운 삶의 연속이다. 

사람들은 먹을 것을 찾아 바다로 이동한다. 많은 대륙이 바다 밑으로 잠기면서 어류들의 먹이가 되는 영양분이 풍부해져, 그곳의 어류를 잡기 위함이다. 바닷물이 이동하며 바다가 말라버리거나 범람했을 때 온대성 어종은 이미 멸종했다. 그러나 대구, 고등어, 참치와 같은 한대성 어종은 살아남았다. 

이제 새로운 바다와 중서부 평원이 만나는 곳에서 물고기를 잡는다. 바다는 동물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최후의 보고 중 하나이다. 춥고 기나긴 밤 동안 사람들은 서로 힘을 합쳐 물고기를 잡는다. 인체가 단 몇 분밖에 버티지 못하는 영하 55도의 추위 속에서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작업한다. 영하 55도는 북극의 겨울철 평균 기온보다 20도 가까이 낮은 온도이다. 하지만 모든 피난민이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식량은 나오지 않는다. 

지구의 자전이 어느 정도 멈춰 날씨변화가 잦아들었다. 이제 사람들을 추위에 떨게 했던 눈보라가 멈췄고 폭풍을 예측하기가 점점 쉬워지며 기후가 안정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이런 안정적인 기후는 강수량 감소를 가져온다. 폭풍우를 내륙으로 보내는 바람이 사라지자 주로 먼 바다에서만 비가 내린다. 낮에 가끔 비가 내리면 사람들은 긴 가뭄을 대비해 빗물을 저장한다. 그리고 더운 낮과 추운 밤사이의 급격한 기후변화는 여전히 존재한다. 



5년 후 하루 길이 1년, 자전 완전히 멈추다 
자전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한 5년 후, 드디어 지구가 완전히 멈췄다. 하지만 여전히 태양의 주위를 돌기에 지금부터 일 년의 반은 낮이고 나머지 반은 밤이 됐다. 지구가 낮일 땐, 집중 조명과 같은 강렬한 햇빛이 지구를 비춰, 기온이 55도까지 올라간다. 또한 집중조명이 비추는 곳마다 강풍이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간다. 

바다, 대기, 기후도 안정적인 상태로 변한다. 중위도에서 새로 태어난 초대륙이 지구 가운데 부분을 둘러싸고 있고 거대한 바다 두 개가 극지방에서 중위도 지방까지 펼쳐져 있다. 그러나 적도 근처에 있는 모든 지역은 공기가 희박하고, 초대륙의 50% 이상이 고도가 너무 높아서 사람이 살 수 없다. 

다행히도 비는 1년 동안 물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게 내린다. 그러나 사람들은 집중조명이 비추는 곳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살고 있어, 물을 받기 위해 먼 여정을 떠나거나 바닷물을 담수화해야 한다. 

이제 이곳에서는 태양에 의해 조절되는 한 가지 기후 패턴만이 존재한다. 바로 낮과 밤의 연속이다. 극지방에 새로 생긴 바다는 일 년 내내 얼어붙어 있다. 



갑작스러운 지구 자전 속도의 감소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탄생시켰다. 지구의 자전이 느려지는 1년째, 65억 명 이상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있으며 사람들은 숨 쉴 공기가 있고 날씨를 견뎌낼 수 있는 장소를 찾아 이동한다. 밤과 낮, 추위와 더위, 습한 기후와 건조한 기후, 이 순환 주기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물론 이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지면서 하루가 아주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실 지구는 45억 년 전 먼지와 가스로 이뤄진 회전하는 구름에서 우연히 생성됐다. 화성 크기의 물체가 충돌해 달이 떨어져 나갔고, 자전 시간도 6시간에서 24시간으로 길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어떤 우연 때문에 지구의 자연 질서가 깨져 자전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고 어느 날 결국 자전을 멈추고 만다면, 당신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흥미로운 질문 앞에 선 여러분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기사 참조=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 방송 ‘인류 재앙, 지구의 자전이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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