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

문제만 풀게 하는 학원이 아이를 망친다

학원 교습과 선행학습보다 책읽기가 중요한 이유



학교 교육은 성적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성적 위주로 아이의 서열이 매겨지는 것을 알기에 더 높은 서열에 올리기 위해 학부모는 자녀를 학원에 보낸다. 물론 일각에서는 학원 교육이 애들을 망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당장 높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학원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성적 지상주의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다. 학종은 성적 줄 세우기식 대입 선발 방식에서 탈피하고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도입됐다. 당장 내신을 올리는 데 목표를 두고 있는 단기적인 성과 위주의 교육이 문제를 양산하고 있으며, 이는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다수가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입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학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교육부가 발표한 ‘2016 초·중·고 사교육비 통계조사 결과’를 보면 사교육비 총액은 전년도 대비 2천억 원이 증가한 18조 1천억 원이고, 1인당 사교육비 평균은 월 25만 6,000원으로 전년도 대비 1만 2천 원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 비율은 67.8%로, 초등학생은 10명 중 8명이 사교육을 받았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1인당 월 사교육비는 평균 37만 8,000원이고, 고등학생의 경우는 49만 9,000원이 사교육비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처럼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습지, 학원, 과외 등 사교육을 통해 각자 부족한 과목의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런데 어떤 학원에 다녔는지에 따라 학생들의 학업능력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사람은 드물다. 

'찍기의 신'만 양산하는 영어 사교육 
학생들은 종합학원, 동네학원, 학습지, 영어 전문학원, 과외 등 다양한 형태의 사교육을 받는다. 올해로 35년째 진로와 진학상담을 하는 복자여고 정명근 교사는 각각의 사교육을 받는 학생의 특징을 한마디로 분석해내고 있다. 

영어 과목을 놓고 봤을 때, 종합학원은 대체로 문제풀이 중심, 내신 중심, 암기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종합학원을 다니는 학생은 깊이 있는 학습을 하지 못한다. 또 동네 보습학원은 내신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듣고, 말하고, 읽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간과한다. 

학습지는 학습지의 지향점이 무엇인지에 따라 교육 과정이 다르게 구성돼 있지만, 대부분 문제 풀이나 문법 학습 위주다. 영어 전문학원의 경우에는 그나마 듣고 말하고 읽는 능력을 키우는 데 좀 더 무게를 두고 있어, 다른 학원보다는 우위에 있다. 

과외는 거의 대부분이 문법과 문제풀이 위주로 수업이 이루어지다 보니 당연히 기초학습이 전혀 안 된다. 가끔 과외로 기초를 탄탄히 한 학생들을 볼 수 있는데, 이런 경우 과외교사는 십중팔구 외국 유학이나 어학 연수 경험이 있어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다. 

이처럼 모든 사교육 분야에서 영어의 듣고, 말하고, 읽는 학습을 중요시하지 않고, 단기간에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문제풀이 교육에만 치중한다. 하지만 문제풀이와 문법 위주의 영어 교육은 결과적으로 영어 실력을 뚝뚝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사교육 업체나 학부모 모두 영어 교육에서 듣고, 말하고,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모르거나, 알면서도 외면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신 위주로 간다. 

학원은 학원대로 수입을 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인 학부모의 눈높이에 맞춰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데 목표를 둘 수밖에 없다. 결국은 학부모가 깨어있어야 한다. 당장 시험 성적을 1~2점 올리기 위해 아이를 문제풀이 학습에 몰아넣는 것은 아이의 영어실력을 바닥에 묶어두는 것과 같다. 

영어 실력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영어 듣기를 해야 한다. 영어 듣기를 할 때 교과서가 아니라 학생이 좋아하는 것을 듣는 것이 좋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영어로 방송되는 TV 스포츠 채널을, 드라마를 좋아하는 학생은 미드를, 음악을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음악을 매일 2시간씩 듣는 것이다. 이렇게 6개월 정도 꾸준히 듣다보면 어느샌가 영어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 다음이 말하기 연습이다. 읽기연습은 말하기 연습이 충분히 된 다음에 시작해야 한다. 

과목별 학습, 기본은 독서력이다 
그렇다면 전 과목에서 장기적으로 높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이해력을 키우는 학습이 우선시돼야 한다. 이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이과든 문과든 기본적인 언어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언어능력은 ‘독서’를 통해 길러진다. 결국 책을 읽는 것이 모든 학습의 기초가 된다. 정 교사는 "숱한 학생들을 상담해본 결과, 결국 독서력이 높은 아이가 장기적으로 높은 성적 향상을 이루더라"고 설명했다. 

독서를 통해 높은 이해력을 갖춘 학생은 수학에서도 그 빛을 발휘한다. 특히 이해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과를 선택하게 되면, 학습 내용을 따라가기 힘들게 된다. 고등학교 때는 사교육을 통해 어느 정도 따라잡을 수는 있겠지만, 대학에 진학하면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과 학생은 교차지원을 하지 않는 한 대부분 이공계열로 진학하는데, 이공계열 전공기초는 통계학이나 적분이다. 통계학이나 적분은 배워야 할 양도 많지만 그 내용도 어려워, 이해력이 부족하면 전공을 제대로 공부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문제의 해답은 ‘국어 학습’에 있다. 국어를 잘해야 영어도 잘하고, 수학도 잘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국어 능력이 가져오는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그러니, 아이들은 학원에 가서 문제를 풀 것이 아니라 책을 읽어야 한다. 

영어권에서 살다 온 아이는 상대적으로 또래보다 영어를 잘하며 성적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국어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에, 무엇보다 책을 읽히는 것이 중요한다. 그런데 학부모들은 여기서 실수를 한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단기적인 성과는 올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게 된다. 국어 공부를 위해서는 책을 보게 해야 한다. 

문제 푸는 스킬은 있을지 몰라도 독서에는 스킬이 없다. 독서 스킬은 아이 스스로가 책을 읽으면서 습득해야 한다. 2학기 중간고사 성적이 높더라도 이해력이 부족한 아이는 기말고사 성적을 장담할 수 없다. 모든 공부의 시작은 독서이고, 모든 교육의 시작도 독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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