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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

갈수록 심각해지는 학교폭력, 해결의 열쇠는 ‘예방’

김승혜 청소년폭력예방재단 학교폭력SOS지원단장에게 듣는 학교폭력 예방법



‘학교폭력’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단순히 학교폭력 사건 발생 건수가 늘어나는 것을 넘어 학교폭력으로 인한 피해의 정도 또한 점점 커지고 있는 것. 올해만 해도 지난 4월 초등생 4명이 한 초등생을 장난감 야구 방망이로 폭행한 것을 시작으로 7월 강릉 여고생 집단 폭행 사건, 9월 부산 여중생 사건 등의 학교폭력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처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 학교 급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학교폭력 문제가 계속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나오지 않은 채 가해 학생의 처벌 수위에 대한 문제만 논의되는 상황. 학교폭력이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 가해 학생의 처벌뿐만 아니라 더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더 이상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두고 그 예방책을 고민해야 하는 것.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동시에 지도해야 하는 교사들과 학교폭력이 어떤 방식으로든 발생할 수 있는 환경에 자녀를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비극적인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승혜 청소년폭력예방재단(푸른나무 청예단) 학교폭력SOS지원단장을 최근 만나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교사와 학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 학교폭력 유형, 사회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폭행, 따돌림, 괴롭힘, 언어폭력 등’을 뜻하는 학교폭력. 사실 학교폭력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사회가 변함에 따라 학교폭력의 형태가 계속해서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최근 일어나는 일련의 학교폭력 사건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가령 지난 2008년에는 힘센 학생들의 강요에 의해 빵 등을 대신 사다주는 이른바 ‘빵셔틀’이 성행했고, 2010년경에는 졸업식을 기념하며 졸업생에게 밀가루나 계란을 뿌려 괴롭히는 ‘졸업빵’과 같은 형태의 학교폭력이 존재했다. 스마트폰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로는 사이버 따돌림이나 보이지 않는 폭력과 같은 문제가 대두됐고, 최근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 공개적으로 모욕적인 말을 게시하거나 허위 글이나 비방하는 소문을 퍼뜨리는 식의 사이버 폭력과 성적 괴롭힘 등 더욱 다양하고 복합적인 학교폭력이 일어난다. 

이처럼 학교폭력은 청소년들의 문화나 유행, 당시의 사회 변화와 맞물려 그 형태가 계속해서 다양해지고 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다니는 일이 많아지고 스마트폰을 갖게 된 중학생들 사이에서 집단적인 학교폭력 및 사이버폭력이 더욱 많이 발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승혜 학교폭력SOS지원단장은 “학교폭력의 형태는 학교급별, 연령별로 다르게 나타난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른들이 학생들의 문화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학교폭력이 어떤 형태로 변화할지 예측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방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학교폭력, ‘인식 차이’에서 생기는 문제 

오랜 시간동안 지속되어온 학교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 단장은 “학교폭력에 대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인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가령 ‘상대방이 싫어하면 그 어떤 행위도 하면 안 된다’는 원칙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원칙을 어기고 학교폭력을 저지른 가해 학생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뒤 관련 교육이나 선도를 받고, 학교폭력의 피해 학생은 곧바로 가해 학생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와 보호 조치를 받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해당 원칙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 가해 학생들은 자신이 저지른 학교폭력 사건을 바라볼 때 해당 원칙은 배제한 채 ‘장난으로 괴롭힌 것인데 왜 받아들이지 못하느냐’ ‘그렇게 심하게 괴롭히지 않았다’는 식의 인식 잣대를 새롭게 만든다. 즉,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이 각각 다른 잣대로 학교폭력 문제를 바라봄에 따라 피해 학생이 입는 고통이 더욱 가중되는 것이다. 

김 단장은 “가해 학생의 학부모들은 대개 ‘자녀가 잘못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그렇게 심각한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는 식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축소하려 한다”면서 “학교폭력에 대해 올바르게 교육받지 못한 가해 학생들은 결국 또 다른 학교폭력 문제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이 악순환이 계속되며 학교폭력 문제가 재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예방이 가장 중요… 학교폭력 예방 방법은? 

그렇다면, 학교폭력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 단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다. 미디어나 각종 매체, 또래 문화가 어떤 식으로 변화하고 있고, 이러한 것들이 폭력과 어떤 식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예측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학생들이 이로 인해서 생기는 문제들을 스스로 인식하고 직접 걸러낼 수 있도록 사전에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자녀에게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사준다고 가정해보자. 자녀에게 ‘어떤 기종의 스마트폰을 사줄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얻게 됨으로써 자녀가 맞닥뜨릴 수 있는 새로운 환경에 대해 충분히 알려줘야 한다는 것. 자녀에게 “스마트폰으로는 인터넷이나 SNS 등을 할 수 있는데, 이것들을 잘못 활용하면 사이버폭력이 되거나 상대방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스스로 잘못된 환경들을 차단할 줄 알아야 한다”는 식으로 교육하는 것이 1차적인 예방이 된다. 언어폭력, 성폭력, 괴롭힘, 따돌림 등 모든 학교폭력 유형도 마찬가지다. 

교사들은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일상 속에서 학생들에게 학교폭력에 대해 끊임없이 주의를 줘야 한다. ‘친구의 몸에 손을 대거나 때리는 것은 폭력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우리 반 친구 1명이 다른 5명에 의해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면 4명은 방관하지 말고 피해 친구를 도와주도록 하자’ ‘친구와 어떤 문제로 갈등이 생겼을 때는 최대한 대화로 해결하려고 하자’와 같이 ‘학급 룰’을 만드는 식이다. 교사를 주축으로 이뤄진 ‘학교폭력 예방’에 대한 합의가 학교폭력을 줄일 수 있는 데 도움을 준다.

  “학교폭력에 대한 예방이 잘 된다면, 학교폭력 문제는 당연히 줄어들 것입니다. 학생들이 어떤 ‘신호’를 보낼 때 ‘혹시라도 내가 모르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세요.”(김 단장) 

▶에듀동아 최송이 기자 songi12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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