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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리더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200명 만난 전문가 인터뷰

‘일류의 육아법’ 저자 김무귀ㆍ조순남 모자



'비슷한 교육을 받았음에도 왜 직원마다 일의 성과가 다를까’ 

사모펀드 전문가로 활약하는 재일교포 3세 김무귀(40)씨는 동료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가 만난 동료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문대학을 나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역시 일본의 명문 게이오기주쿠대를 졸업하고 인시아드(INSEAD)에서 경영학석사를 취득해 글로벌 컨설팅사, 금융기관 등에서 일했다. 소수는 성공적인 삶을 사는 리더가 되고 대다수의 많은 이들은 누군가의 지시가 없으면 아무 일도 하지 못함에 의문을 가졌다. 

그러면서 그는 이것의 차이가 가정교육에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했다. 가정교육은 그 사람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 궁금증을 참지 못한 그는 그 즉시 일본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도쿄대, 교토대, 와세다대 등의 대학졸업생 중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해 다양한 글로벌 기업으로 진출한 200여 명을 만나 그가 받은 가정교육에 대해 물었다. 5년간에 걸친 인터뷰 끝에 알아낸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 

김씨는 이 결과를 어머니인 조순남(70)씨와 공유했다. 그의 어머니 역시 4명의 자녀를 모두 엘리트로 키워냈을 뿐 아니라 교육관련 칼럼을 쓰는 등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똑같은 결과를 보고 어머니께서 크게 공감하셨다”며 “어머니의 경험과 함께 이것을 세상에 널리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물은 일본 내에서 화제가 됐고, 최근에는 ‘일류의 육아법’(한국경제신문)이란 책으로 한국에도 소개됐다

◇ "선택을 거듭하면 판단력이 생긴다” 
인터뷰에 응한 리더들은 부모가 어렸을 때부터 어떤 일에 대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주체적인 결정권을 줬다고 입을 모았다. 일찍부터 작은 결정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선택할 때까지 기다려줬다는 것. 스스로 결정한 습관 덕분에 이후 진로나 진학에 대한 큰 결정을 후회 없이 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김씨는 “이런 과정을 통해 부모의 두터운 신뢰를 느꼈고, 어떤 일이든지 주체성과 책임감을 갖고 임할 수 있었다는 것”이라며 “부모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결정해주면 자녀는 부모의 결정에 따르는 수동적인 아이로 자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조순남씨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스스로 목표를 정했을 때, 아이들의 노력은 부모의 상상을 넘어섭니다. 막내아들은 주변 외국인 친구들을 보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겠다고 스스로 결정했는데, 그 이후 무서울 정도로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제가 억지로 공부를 시켰을 때는 자발적으로 책상에 앉는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죠. 유학을 반대한 저를 안심시키기 위해 독하게 매달리더군요. 이후 저는 제가 잘 알지 못하거나 단순히 걱정된다는 이유로 아이의 선택을 반대하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독서습관을 들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책을 좋아한다는 리더들 대다수는 부모가 자신이 어떤 책을 읽든 믿고 응원해줬고 대답했다. 관심을 갖는 분야의 책을 접하게 도와줬다는 것이다. 김씨는 “중요한 것은 부모가 읽히고 싶은 책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관심사를 존중해줬다는 점”이라며 “유익한 책보다는 관심 있는 책부터 읽히게 하라”고 덧붙였다.

단, 자율권을 주라는 것을 방관이나 방임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자녀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으려면 부모가 상황을 객관적으로 알려주는 사전 과정이 충분해야 한다. 아직 어린 아이보다는 부모가 가진 정보량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부모는 마냥 아이가 다 알아서 할 것이라고 놔두기보단 정보를 수집해 자녀에게 충분히 제시해야 한다. 김씨는 “많은 리더가 부모가 자신의 관심사와 능력에 맞는 정보를 제공해줬다고 말했다”며 “학습습관이 잡히지 않은 초등학생 때까지는 학원에 대한 정보를 부모가 찾아서 아이에게 제시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리더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때 부모는 아이의 개성과 성향에 맞는 선택지를 제시해야 한다. 부모가 아이의 적성을 고려해 여러 선택지를 마련한 다음 아이가 고르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씨는 자신의 실수담을 근거로 들었다.

“제가 악기를 다루지 못해 늘 제 아이들에게는 악기를 가르치고 싶었어요. 피아노를 잘 치는 아이를 만들고자 자녀에게 권했고, 제가 악필이어서 아이들 모두 서예학원에 보냈죠. 순전히 부모의 바람으로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를 강요한 것이죠. 그런데 두 딸은 뜻밖에 학원을 잘 다녔어요. 이에 저는 확신을 갖고 두 아들에게도 시켰죠. 하지만 결과는 달랐어요. 모두 도중에 그만뒀죠. 제가 실수한 것은 딸과 개성이 다른 아들에게 똑같이 적용했다는 점입니다. 아이의 개성을 완전히 무시한 선택을 강요한 거죠. 희망이나 소질을 무시하고 부모가 억지로 배우게 했으니 아들들은 그저 재미없고 아무런 교훈도 얻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공부를 선물로 여기게 하라. 
학습도 마찬가지다. 리더 중 다수는 부모가 자신에게 공부를 억지로 시키지 않았으며, 일방적인 학습법을 따라 하라고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중 일부는 부모가 공부를 ‘선물’로 여겼다고 답했다. 공부하고 배우라고 강요한 것이 아니라 자녀의 인생을 위해 도움이 되는 귀중한 선물을 준다는 사고방식이다. 김씨는 “'공부해'라는 말을 하다 보면 ‘엄마 소원이니 공부 좀 해라’라거나 ‘제발 부탁이니 공부 열심히 해’라는 말을 덧붙이기 쉽다”며 “이렇게 부탁을 하면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의미가 사라지고 아이는 부모를 위해 공부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부를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책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는 답변도 많았다. 이는 훌륭한 공부방을 만들어주고 교육비를 많이 들였다는 얘기가 아니다. 아이가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방해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부모 자신도 공부를 하거나 독서를 중요하게 여기며 모범을 보였다는 얘기다

초등학교 때까지 낙제생이었던 김씨가 우등생이 된 것도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김씨가 책을 잡고 끝까지 읽을 때까지 늘 옆에서 책을 함께 읽고 모르는 부분은 같이 찾아보거나 일일이 설명해준 것이다. 조씨는 “아이들이 공부를 괴로운 것으로 느끼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지대하다”며 “공부가 왜 필요한지, 책을 읽는 것이 왜 유익한지를 설명해준다면 아이가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이게 된다”고 귀띔했다. 

<김무귀ㆍ조순남 씨가 추천하는 자녀 교육법> 
1. 주체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스스로 결정하게 해야 한다. 
2. 스스로 올바른 결단을 내리게 하려면 시야를 넓혀주는 것이 중요하며 그중에서도 독서가 으뜸이다.
3. 끝까지 해내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 스스로 도전할 대상을 결정하게 하고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4. 약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판단할 수 있는 ‘상대를 이해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5. 절대 억지로 공부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공부의 이점, 중요성, 즐거움을 가르치고 부모 자신이 즐겁게 공부하는 모습부터 보여줘야 한다.
6. 공부보다는 예의와 인성을 가르쳐야 한다. 
7. 조건 없는 애정을 주고 그것을 느끼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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