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울예대 정여진 , "'작가' 희망한다면 꼭 알아야 할 것?"

학과 '이름'보다 '커리큘럼'이 중요하다!



대부분 글쓰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은 소설가나 시인, 시나리오 작가 등을 자신의 진로로 삼는다. 그리고 국어국문과 진학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국어국문과는 글을 쓰는 수업보다 국어 자체와 사회에 나타나는 언어 사용의 현상들을 연구하고, 고전문학과 한문을 가르치는 커리큘럼이 매우 많다. 따라서 글을 쓰고 싶어 국어국문과에 지원한 학생들은 대학 입학 후 오히려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글을 쓰는 것'에 집중해서 대학을 가고 싶은 학생들은 바로 여기서 소개하는 대학생 멘토의 이야기에 주목하길 바란다. 김혜순, 이원, 한강, 손보미, 정용준 교수 등 현재 한국의 문단계 거장들이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정여진 학생을 소개한다. 

Q.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A. 안녕하세요. 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인 정여진 입니다. 나이는 23살이고 작년에 휴학해서 올해 3학년을 다니고 있습니다. 저는 하나의 직업을 갖기 보다는 여러 직업을 갖고 싶어요. 최종 꿈은 등단해서 시, 소설을 쓰는 것입니다. 김은숙 선배님처럼 드라마를 써보거나 시나리오를 쓰고 싶기도 하고요. 홍보기자단 편집장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홍보 일의 즐거움을 깨달아서 기회가 된다면 광고나 영화 쪽 일도 해보고 싶네요. 

Q. 대학과 학과는 자신이 선택했나요?
A. 대학은 오로지 제 선택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해서 창작노트가 열 권 정도 있습니다. 이런 제 특성 때문인지 대학 선택이 다가왔을 때 국문과나 문창과를 주위에서 많이 권하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탐색해 본 결과, 국문과와 문창과 중 학문적인 것을 배우는 국문과보다는 나중에 대학원으로 가더라도 제가 하고 싶은 소설과 시를 주로 쓰는 문창과에 더 진학하고 싶었습니다. 입시를 준비하시는 분들도 국문과와 문창과를 잘 구분해야 합니다. 두 과는 아예 커리큘럼부터 지향하는 길이 다르거든요. 

제 최종 꿈은 등단이기에 서울예대 문창과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저와 비슷한 동기들에게 자극도 받고 등단하시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힘을 얻기도 하거든요. 교수진도 문단계에서 많이 활동하시고 최고라고 불리시는 김혜순, 이원, 한강, 손보미, 정용준 교수님 등이 수업을 해주십니다. 

Q. 중‧고등학교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A. 중고등학교 시절 기억이 행복하지만은 않아요. 내성적이었고 일찍 성숙했거든요. 그때 책을 많이 읽었어요.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와 ‘데미안’이라는 책으로 위로를 받았었죠. 책으로 위로를 받다보니까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문창과를 준비할 때는 주위에 글 쓰는 친구나 선배가 없어서 다 알아서 개척해야 했어요. 인문계다 보니까 확실히 그런 점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스스로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고 대회를 다니면서 몸으로 부딪혔어요. 관련된 진로에 집중해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예고가 아닌 이상 몸으로 부딪혀서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고등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의 기억이 많이 나요. 국어 담당이셨는데 제가 TOKL을 준비할 때였어요. TOKL 책을 마침 선생님께서 저술하셨고 그 책을 선물로 주셨어요. 책에 같은 반 친구들의 이름이 많이 등장해서 재미있게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Q. 가장 인상 깊었던 수업이 있다면요? 
A. 음악 시간에 뮤지컬을 만드는 수행평가가 있었어요. 알아서 대본 쓰고, 연기하는 수행평가였죠. 제가 대본을 쓰겠다고 자원했어요.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그때가 슈퍼스타K가 막 시작했던, 오디션 붐이 일어났을 때였어요. 

트렌디하게 하고 싶어서 오디션 형식으로 뮤지컬 대본을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대본을 쓰고 친구들이랑 맞춰보고 발표하고 이런 과정이 제게 큰 기억으로 남았었어요. 굉장히 재밌었죠. 대본과 시나리오를 쓰는 즐거움을 알고 그 뒤에 친구들이랑 노인보호센터 UCC를 제작해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에 들어와서는 영화 동아리에 들어갔어요. 제가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아서 15분 정도의 영화를 찍었습니다. 시나 소설 등 혼자 하는 활동만 하다가 연출의 입장에서 모든 스탭과 배우를 이끌고 나가는 활동을 하니까 이 역시 색다른 재미가 느껴지더라고요. 

또 한 뼘 더 성장하는 느낌이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음악 시간의 작은 활동 하나로 인해 저는 대학에 들어와 진짜 영화를 찍게 됐고, 지금은 광고와 영화 쪽 진로도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에요. 수행 평가 시간에 생각보다 재밌는 활동이 많아요. 음악이나 미술, 체육도 그렇죠. 주요 과목이 아니라고 놓지 말고 무엇이든 열심히 해보면 ‘우연히’ 자신의 길이나 재능을 찾을 수도 있어요. 

Q. 대입은 어떻게 준비했나요? 
A. 저는 내신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국어는 1,2등급이었고 수학은 4,5등급이었습니다. 저는 1학년 때부터 실기와 수상 경력에 비중을 두었습니다. 그래도 국어나 영어는 놓지 않았어요. 아무리 수상 경력과 실기가 좋아도 수능이나 내신이 너무 떨어지면 합격하기 어렵거든요. 

공모전이나 백일장이 있으면 어디든 넣고 봤습니다. 외부 대회도 거의 한 달에 두 세 번은 시험을 보러 다닌 것 같아요. 실기에 대한 감각을 익히기 위해서죠. 진짜 실기 때 떨지 않기 위해 예행연습이기도 했고요. 결과적으로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살짝 떨기는 했지만 마음 편히 실기를 치렀거든요. 

저는 정시로 합격을 했는데요, 정시를 선택했다기보다는 수시에 떨어져서 정시를 끝까지 준비했어요. 수시 때는 수능과 실기를 병행하며 공부할 때라서 실기를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했었거든요. 처음부터 저는 정시까지 가겠다는 마음으로 수능과 실기를 준비했어요. 마지막 실기가 1월 말에 끝나서 그때까지 실기 준비를 했고 막바지에는 면접 준비도 병행했죠. 

Q. 합격의 준비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A. 위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저는 정시로 합격했어요. 예체능을 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예체능은 수능이 끝나면 그때 비로소 진짜 시작이에요. 수능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실기가 시작되거든요. 마지막으로 끝난 실기 시험이 1월 말이었으니까 두 달 가량 더 실기 공부를 했습니다. 

준비과정은 세분화해서 나눴었습니다. 전체를 10으로 봤을 때, 1월부터 8월까지는 수능 4, 실기 6의 비중으로 공부했고 8월부터 수능 전까지 수능 7, 실기 3으로 공부했어요. 수능이 끝난 후에는 하루에 다섯 시간 자면서 글 쓰고 책 읽었고요. 제가 과외를 하면서 만났던 친구들 중에 공부를 놔도 된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이런 생각이 위험한 게 실기에 ‘올인’해서는 절대 대학에 합격할 수가 없습니다. 서울예대는 실기 위주라서 입학한 친구들 중에 평균 7등급도 합격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전국 대회를 휩쓰는 실력자 이외에는 대개 없습니다. 또 성적이 어느정도 뒷받침이 되어야 다양한 경우의 수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따라서 서울예대에 올인할 것이 아니라면 성적도 물론 챙기라는 조언을 꼭 해주고 싶네요. 

실제 기출 시제로 글을 연습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서울예대 시제는 까다로워서 단어 시제로만 연습해서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제목은 ‘2층에서 보는 거리’, 내용은 ‘눈에 조개껍질을 박은 남자가 안개 속에서 오랜 철교를 부수는 소리를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쓰시오.’가 실제 시제로 발표되고는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해변의 우산’이라는 제목으로 정황은 ‘비가 내리는 해변, 해변에서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여자를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쓰시오.’가 출제되었습니다. 저는 폴리아티스트가 영화를 보며 녹음하는 장면으로 글을 썼습니다. 정황은 영화 속에 등장하도록 만들었죠. 

서울예대는 글을 볼 때 묘사 위주로 보기 때문에 묘사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짧은 콩트에서는 길게 시간과 내용, 캐릭터가 늘어져서는 안돼요. 짧고 강렬한 묘사를 만들면서 시제를 잡는 것이 중요하죠. 기출 시제로 연습하면서 현대 작가들, 문단에서 주목받거나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의 책을 읽으며 분석해야 해요. 그러다보면 본인의 문체가 만들어질 거예요. 

Q. 생생한 면접 후기를 들려주세요! 
A. 서울예대 문창과는 1차로 실기를 보고 2차로 면접을 봐요. 면접 준비는 인터넷에서 면접 질문이 돌아다니는 것을 다 모아서 답을 만드는 작업을 하며 준비했어요. 

또 모의면접을 직접 해보기도 했지요. 좋아하는 작가 다섯 명을 말하라는 질문 내용이 많아서 그 질문을 중심으로 답을 만들고 그 답으로 또 어떤 질문이 나올 수 있을지 생각해서 다른 질문을 파생하고 그런 식으로 질문을 서른 가지 정도 만들어봤죠. 

면접은 강의실에서 기다리다가 한 명씩 들어가는 방식이었어요. 들어가니까 정교수님들인 김혜순, 채호기, 이광호, 김태용, 한강 교수님이 앉아계셨어요. 옆에는 초시계가 돌아가고 저는 3분 30초 정도까지 면접을 봤어요. 첫 질문은 시인지 소설인지였어요. 

소설이라고 대답하니까 소설가이신 한강, 김태용 교수님께서 대개 질문해주셨죠. 좋아하는 소설가 다섯 명과 작품을 물었는데 저는 세 명만 말했어요. 

좋아하는 작가가 셋뿐이었거든요. 제일 좋아하는 작가를 물으셔서 이기호 작가를 말했어요. 왜냐고 물어보셨을 때는 준비했던 유쾌하지만 그 속에 의미를 잃지 않는 글이라 좋다고 말했어요. 

다음으로는 준비를 많이 했는데도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오더라고요. 다음 질문은 소설에서 유머란 무엇이냐는 것이었어요. 그때 당황해서 아직도 그 면접장 안에 공기가 기억이 나요. 오 초 정도 적막이 흘렀는데 대답을 하지 않으면 넘어가지 않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순간 예전에 책을 읽으면서 했던 생각이 떠올랐어요. 유머란 딱딱할 수만 있는 글을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죠. 그 후에는 이기호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수월하게 했어요. 면접이긴 했지만 작가님들과의 대화나 면담 같은 느낌이었어요. 

마지막 질문에서 다시 당황했어요. 소설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한 문장으로 이유를 말하라고 김태용 교수님께서 말하셨죠. ‘소설은 삶’이라고 답했어요. 이유를 말할 때는 길어질 뻔했는데 교수님께서 한 문장으로 말하라고 하셔서 “소설에는 그 시대의 세계관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답했어요. 

Q. 현재 진로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A. 서울예대 홍보기자단에서 편집장 일을 일 년여 간 했습니다. 홍보 일에 재미를 느꼈거든요. 기자 일을 하면서 외부로 나가볼까 하는 생각에 웹진 ‘빛들’에서 기자로 활동한 적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학생 교육기부단에서 행사운영 소속으로 활동 중입니다. 홍보 일은 아니지만 홍보랑 제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이 행사를 직접 담당하는 부서이기 때문에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찍으면서 편집을 배우면 더 좋겠다 싶어서 포토샵과 프리미어를 배우는 중입니다. 이후에는 더 전문적인 프로그램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제 본분인 소설과 시는 꾸준히 쓰는 중이고요. 제일 중요한 것은 뭐든지 간에 책을 많이 읽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언제든 초심을 잃지 않고 책을 읽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중고등학생 후배들에게 대학과 학과 선택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A. ‘진로 탐색’이라고 하죠. 점차 중‧고등학교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부분인데, 때로는 혼자 가는 그 길이 분명 어렵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만큼 노력의 보상은 값싸지 않을 것이니 건필해서 원하시는 대학에 꼭 붙으시기 바랍니다. 

또 예대를 희망하는 예비 후배들에게도 응원의 한마디를 해주고 싶은데요, 특히 서울예대는 예술을 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의 열정이 넘쳐납니다.^^ 그 속에서 함께 교류하고 싶고 다른 학우들로부터 예술에 대한 자극을 얻고 싶다면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간절한 마음과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그 길은 반드시 열릴 거라는 믿음을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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