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자신감 없는 아이, 경험이 보약이다

경험에서 자신감이, 자신감에서 기회가



이영석 서울교대 체육교육학 교수는 어릴 때부터 스스로의 경험과 판단으로 진로를 개척해온 사람이다. 이 교수는 청소년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해 보다 많은 경험을 해보기를 권한다. 경험이 있어야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때 비로소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알아보고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학부모 또한 일류대 진학이라는 맹목적인 목표를 설정해 아이를 책상 앞으로만 밀어 넣지 말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 교수는 아이가 느낄 수 있도록 곁에서 애정이 담긴 관심과 응원을 보내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한 부모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운동 잘하는 학생들 모이세요!” 
초등학교 4학년 가을로 기억됩니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각 반에서 여러 친구들이 모였습니다. 처음 경험하는 몇 가지 테스트를 통해 합격자가 결정된다고 했습니다. 이름도 낯선 ‘송구(핸드볼)부’입단 자격을 가리는 자리였습니다. 

“송구가 뭐람.”

테스트에 합격했지만, 처음 들어보는 종목 이름이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던지, 저는 금세 흥미를 잃고 포기하고 나와 버렸습니다. 그런데, 5학년에 올라와 보니 송구부 친구들이 한반에 다 모여 있었고, 송구를 가르치는 체육선생님이 우리 반 담임선생님이 돼 계셨습니다. 친구들 이 운동하는 것을 보다 보니 꽤나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그때부터 부모님께 떼를 써서 결국 운동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전승을 하며 승승장구하던 저와 친구들은 중학교에 체육특기자로 진학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저는 고민 끝에 운동을 그만두게 됐습니다. 제 신체 발육 상태와 종목의 장래성을 전망해 보니,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고 스스로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저 스스로 운동의 시작과 끝을 결정했고, 늘 그러셨듯이 부모님께서도 제 뜻을 존중해 주셨습니다.

스스로 경험해야 기회도 찾아온다 
평범한 학생으로 학창생활을 보내다가, 고2가 되자 대학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기적으로 우리나라가 '86아시안게임', '88하계올림픽' 등 큰 국제대회를 유치하면서 들어보게 된 ‘스포츠과학’이란 용어가 귀에 확 꽂혔습니다. 

“이쪽 분야 공부하려면 어디로 진학해야 해요” 

  수차례 담임선생님이나 체육 선생님들께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답은 ‘체육학과 진학’또는 ‘일반 대학 진학 후, 체육학과 대학원 진학’이었지요. 당황스러웠습니다. 나의 과거 어떤 꿈에도 체육학과 진학은 없었으니까요.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습니다. 

선생님들과의 상담 이후 스포츠과학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고 전망이 밝다는 전문가의 의견에도 귀 기울였습니다. 몇 달에 걸친 설득 끝에 부모님은 마음을 돌려 주셨고, 결국 체육학과로 진학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후 근 30년 동안, 운동과 스포츠를 가까이 하며 체육을 가르치는 자리에 있게 됐습니다. 

대학의 전공을 그대로 직업으로 이어가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운동부 선발 기회에 용기 내어 도전했고, 운동부 지속을 진지하게 고민했으며, 선생님과의 진로상담을 통해 관심 분야를 연구하는 동력을 얻었습니다. 그 힘의 원천은 ‘좋아하는 것’이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자체가 제게는 다행이었습니다. 경험을 기회로, 기회를 운으로, 운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듯합니다. 

운동회 때도 사뭇 다른 한국과 미국 학부모 
수년 전 미국으로 1년 동안 연구를 다녀왔습니다. 아이들 운동 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자주 있었는데, 미국에 서는 가족이 모두 같이 행사장에 나옵니다. 주로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릅니다. 

대개의 한국 엄마들은 운동장 뒤편 그늘에 모여앉아 정보 나누기에 바쁩니다. 아이에게 시선이 안 가 있다 보니, 아이가 좋은 플레이를 했어도 눈을 마주치며 환호해 주거나, 실수했을 때 격려의 응원을 전하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의 부모들은 운동장 가까이서 햇볕을 받으며 앉아, 아이들의 플레이 하나하나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격려합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이 참여한다는 느낌, 경기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를 즐기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가족이 나를 지켜보고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을 경험하는 아이일수록 가족을 신뢰하고 자존감이 높아져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신감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물론 누구나 유명하고 인기 있는 선수가 되길 원해도,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묵묵히 때를 기다리며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에게는 기회가 찾아옵니다. 그 기회는 열정을 지닌 자에게 주어집니다. 오랜 기다림을 견딜 수 있게끔 가족이나 친구뿐만 아니라, 주변사람들의 따뜻한 격려도 필요하고요. 경험한 것을 아무렇게나 버리지 말고, 나중에 활용할 수 있도록 잘 저장해두는 것. 꿈은 거기서부터 시작될 수 있습니다.

- <우등생보다 스마트엘리트> 중에서 



<저작권자 © 에듀진 나침반36.5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언론사 주요뉴스



배너

지금은 토론중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