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초등

[NOW] 핼러윈·빼빼로 데이 등 ‘날’마다 답례하는 부모들



# 네 살배기 아들을 둔 워킹맘 남지윤(가명)씨는 지난 주말 핼러윈(Halloween)을 주제로 한 ‘베이킹 클래스’에 참여했다. 어린이집 핼러윈 파티 때 보낼 간식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남씨는 “핼러윈 데이를 맞아 올해는 직접 호박파이와 유령, 괴물 모양 빵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며 “매번 이런 ‘날’을 챙기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파티 답례품을 가져오는데 내 자식만 없으면 기죽을까 싶어 준비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유아를 자녀로 둔 학부모들이 핼러윈 데이를 맞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의상 및 소품 외에도 최근엔 답례품까지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 경제적ㆍ심리적으로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열흘 뒤 빼빼로 데이도 이를 부추긴다. 이처럼 과거 돌잔치나 결혼식에 온 지인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주던 답례품이 아이 생일이나 학예회, 각종 기념일까지 그 의미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핼러윈 데이의 경우 어린이들이 유령이나 괴물 분장을 하고 사탕과 초콜릿 등을 얻으러 다니는 서양 문화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이런 답례품 준비가 필수화되는 추세다. 실제로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 '핼러윈 데이 답례품'을 검색하면, 유령이나 호박 모양 과자나 떡, 젤리와 같은 간식거리와 다양한 포장용품이 쏟아진다. 심지어 이를 직접 만들어 선물할 수 있는 ‘핼러윈 데이 답례용 원데이(One-day) 클래스’까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답례품은 준비과정부터 꽤나 까다롭다. 일단 결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일수록 “아이 친구들은 물론, 그 부모까지 만족할 만한 답례품을 골라야 ‘센스 있다’는 소릴 듣는다”고 입을 모은다. 워킹맘 이주희(35)씨는 “요즘은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무작정 젤리, 초콜릿 등을 가져가면 ‘설탕 범벅’이라며 다른 엄마들 사이에서 안 좋은 얘기가 나온다”며 “예컨대 비타민 사탕, 수제 쿠키처럼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아이와 부모 모두 만족할만한 답례품을 고르기 위해 다른 엄마들의 SNS를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곱 살과 다섯 살 난 두 아들을 둔 주부 한세미(가명)씨는 “두 아이의 같은 반 친구들에게 수제 쿠키를 해주려 알아보니, 개당 3500~4000원 정도로 20여 명을 해주기엔 다소 부담이 되더라”며 “조금 괜찮은 답례품은 가격대가 상당히 올라가고, 저렴한 건 다소 부족해 보여 고민”이라고 말했다. 

챙겨야 하는 날이 점차 많아지는 것도 부담을 더한다. 매년 아이 생일부터 학예회, 밸런타인 데이(2월 14일), 핼러윈 데이(10월 31일), 빼빼로 데이(11월 11일), 크리스마스(12월 25일) 등 한 번 챙기기 시작하면 매달 준비해야 할 정도로 끝이 없다는 것. 여섯 살 딸을 둔 김영란(가명)씨는 “작년엔 아이 유치원에 핼러윈 데이와 빼빼로 데이에 선물을 모두 챙겨 보냈는데, 올해는 이번 핼러윈 파티 의상, 소품 등으로 인한 지출이 너무 커 빼빼로는 생략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답례품이 아이들 사이에서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지적한다. 답례품 준비 여부가 아이에 대한 부모의 관심이나 가정환경 등을 가늠하는 척도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 유치원생 딸을 둔 회사원 최윤미(가명)씨는 이번 핼러윈 데이에 처음으로 답례품을 준비했다. 최씨는 “처음엔 이런 답례품이 ‘남에게 보여주기식 겉치레’라고 여겨 준비하지 않았는데, 매번 유치원 행사에서 일부 원생들이 나눠준 초콜릿과 사탕 등을 받기만 하니 혹시라도 부모의 관심이 덜한 아이로 비칠까 걱정됐다”며 “이번 핼러윈 데이엔 원생 수대로 일일이 낱개 포장까지 하며 호박 모양 과자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최근 출산율 저하로 외동 자녀 가구가 증가하면서 하나뿐인 자식을 남다르게 키워 보겠다는 부모의 열망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높아지면서 작은 기념일에도 보다 특별하게 챙겨주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며 “또 핼러윈 데이 등 다양한 외국 문화가 무분별하게 전해지면서 이런 ‘날’마다 무언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이 부모들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따른 과소비와 위화감 조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전에 부모들 간의 토의를 통해 작은 것이라도 누군가 소외되지 않고 모두 함께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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