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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 ‘외면’하는 고교에서도 비교과 ‘꽉’ 채울 수 있다?

박노성 드림폴리오 입시연구소장에게 듣는 나홀로 비교과 활동 채우는 방법



《최근 온라인 입시 커뮤니티에는 학교에 마땅한 비교과 프로그램이 없어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를 포기해야할 것 같다는 수험생들의 호소가 줄을 잇는다. 실제 교육계에서 지적하고 있듯 학교별 비교과 프로그램 편차가 큰 것은 사실. 하지만 이른바 ‘학종시대’에 학교 핑계를 대며 학종 준비를 제쳐두었다가는, 대입으로 가는 문은 그야말로 바늘구멍보다 좁아진다. 

그렇다면 혼자서 풍성한 비교과 활동내역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일까? 답은 ‘아니오’다. 조금만 노력을 기울인다면 학교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입학사정관들 사로잡는 비교과 활동내역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 박노성 드림폴리오 입시연구소장의 도움을 받아 ‘나 홀로’ 비교과 활동을 채우는 비법을 살펴본다.》 

학생부종합전형이 크게 확대되면서 고교의 비교과 프로그램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목고를 중심으로 하는 상위권 고교는 교내에서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교생활기록부의 내용을 풍성하게 관리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의 고교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어 학생들은 발만 동동 구른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학교에서 챙겨준다고 학생의 비교과 활동 능력이 뛰어날까? 학교에서 챙겨준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어느 학교도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 학생의 등을 떠밀어서 수상의 영광을 안겨주지 않는다. 즉, 잘 만들어진 교내 비교과 프로그램은 무대이고, 결국 연기는 학생의 몫이라는 것이다. 

우수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갖춘 고교에 다니는 학생들 중 다수가 ‘학교에 프로그램은 많은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한다. 그런 학생들은 무대를 활용할 줄 모르는 것이다. 반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율 동아리를 만들고 스스로 행사를 기획하고 열심히 독서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런 학생들은 전공에 대한 열정으로 아예 자신에게 꼭 맞는 무대를 스스로 디자인하고 만든다. 자, 대학입장에서 누구에게 더 많은 점수를 줄까? 바로 후자다. 

한 학생 사례를 들어 혼자서도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할 수 있는 노하우를 소개하고자 한다. 김 군이 졸업한 K 고교는 이른바 ‘정시 올인’ 학교다. 교내 대회라고는 독서·UCC·포트폴리오 대회뿐. 선생님들께 비교과 프로그램 계획을 물어보면 ‘정시나 신경 써라’는 대답만 돌아온다. 그러나 김 군은 스스로 길을 찾았고 결국 연세대 경제학과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했다. 김 군의 학종 합격 ‘비기’는 무엇일까?

○ 희망 전공과 꼭 맞는 동아리 없으면 동아리 활동은 할 수 없다? 

김 군이 재학 중인 고교에는 관심 분야인 ‘경제’ 관련 동아리가 없었다. 대신 김 군은 경제와 관련한 인문·사회적 소양을 넓힐 계획으로 독서 동아리에 가입했다. 그런데 막상 가입하고 보니 해당 동아리는 사실상 ‘자습 동아리’에 가까웠다. 김 군은 스스로 이 시간을 독서에 할애했다. 3년 동안 동아리에서만 총 45권의 책을 읽었다. 특히 경제·경영 관련 독서에 큰 비중을 두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경제원론 △자본론 △군주론 △국부론 등의 경제학 관련 독서활동을 하며 전공에 필요한 기초역량을 만든 것이다. 2학년 때는 독서클럽 동아리 부장이 되어 ‘자습 동아리’에서 탈피하기 위한 독서프로그램을 만들고, 후배들에게 소개하기 시작했다. ‘영어 원서 읽기 주간’ 등을 기획하여 실행하기도 했다. 

▶Tip) 희망 전공과 꼭 맞는 동아리가 없다면 전공 관련 기초역량을 다질 수 있는 동아리에 가입하자. 단, 자신이 인문사회 계열에 지원할지 자연과학 계열에 지원할지는 미리 정해두어야 한다. 가입했다면 본연의 활동에 충실하되 동아리 부장이 되어 새로운 시도를 통해 동아리를 발전시켜보자. 

○ 스스로 동아리 만들어 자기 주도 역량 드러내라

2학년이 되자 김 군은 경제·경영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과 함께 자율 동아리를 창단했다. K 고교에서 자율동아리는 5명 이상이 모이면 결성할 수 있었다. 김 군은 동아리 부장으로 활동하며 3회에 걸쳐 교내 경제신문을 발행했다. 목적은 분기별 발생하는 주요한 경제 뉴스를 청소년 수준으로 알기 쉽게 정리하여 K 고교 전교생들이 경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 김 군과 동아리 부원들은 총 100장의 신문을 제작해 학교 정문에서 배포했다. 

▶Tip) 자율동아리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자기 주도 역량을 어필하자. 하지만 자칫 시간만 보낼 위험이 있으니 동아리 활동의 목표와 얻고자 하는 결과를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또한 활동의 최종 목표는 ‘사회 발전’을 위한 ‘행동’이어야 한다. 여기서 사회는 재학 중인 고교에 한정짓는 것이 좋다. 

○ 봉사활동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라 

김 군이 재학 중인 K 고교에는 마땅한 봉사활동 프로그램도 없었다. 그래서 김 군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방학 기간을 활용해 2년간 노인 반찬 배달 봉사활동을 했다. 이 과정에서 노인 복지의 현실에 관심을 갖게 됐고, 봉사를 하며 느낀 경제 문제를 교내 소논문 대회 주제로 활용하였다. 

▶Tip) 전공과 딱 맞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찾기란 쉽지 않다. 청소년자원봉사 정보를 제공해주는 홈페이지를 활용하고, 가능하면 ‘행동’이 필요한 활동 위주로 진행하자. 그리고 어떤 봉사활동이든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 군이 독거노인을 보며 경제 문제를 발견한 것처럼 말이다. 나아가 봉사를 하면서 알게 되거나 느낀 점을 독서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 혹은 소논문 활동 등 교내 활동과 연계하면 훌륭한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 소논문 활동은 자신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 

김 군은 노인 반찬 배달 봉사활동을 하며 우리나라 노인 복지 관련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시장 경제가 노인 일자리 해결에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김 군은 ‘노인 일자리 해결을 위해 보완돼야 할 경제 정책’에 대한 소논문을 작성했다. 학교에 소노문 대회가 없었기에 연말 포트폴리오 대회에 출품했다. 2학년 때는 1학년 주제를 좀 더 발전시켜 ‘사회적 경제를 위한 새로운 시장 경제 시스템’에 대한 소논문을 작성했고, 같은 방식으로 포트폴리오 대회에 출품했다. 

▶Tip) 소논문 활동은 한 마디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다. 학교에 따라 소논문 대회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소논문은 일단 작성해두면 활용할 곳이 생각보다 많다. 특히 대입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차별화 지점을 만드는데 활용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 학교가 학생부 기재에 인색하다면… 스스로 목록 만들어 관리해라 

정시에 집중하는 K 고교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생부에 풍성한 내용을 기재해주는 데 인색했다. 아무리 열심히 활동을 해도 학생부는 ‘텅’ 비어보였다. 이 사실을 안 김 군은 2학년이 되면서 자신이 했던 활동을 목록으로 만들어 관리했다. 크게 다섯 가지 카테고리(△동아리활동 △자율동아리활동 △연구활동 △독서활동 △봉사활동)로 나누고 학년별로 구분하여 빈 칸을 채워나갔다. 그리고 어떤 활동이 부족한지 한 눈에 확인해가며 부족한 활동들을 채웠다.

▶Tip) 대학은 통상 같은 고교 출신자들의 학교생활기록부를 동시에 검토한다. 지원자가 수행한 교내 활동의 양이나 질을 비교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자신이 재학 중인 고교의 비교과 프로그램의 수준이 특목고와 다르다고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 대신 학생부가 부족하다면 자기소개서에서 입학사정관을 사로잡을 수 있는 내용을 만들어두어야 한다. 위 다섯 가지 항목을 벽에 붙여놓고 빈칸을 채우는 형식으로 비교과 내용을 정리해두자. 또한 자기소개서 글감으로 활용할 계획을 함께 세우자. 

○ 교사의 도움 없이는 학생부 ‘꽉’ 채울 수 없다고? 

김 군은 열심히 비교과 활동을 했지만 교사가 학생부 관리에 힘을 쓰지 않는 학교 특성 상 학생부는 여전히 초라했다. 그러나 독서활동만은 예외였다. 교사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독서활동상황은 오롯이 김 군의 힘만으로 가득 채웠다. 고2 겨울방학이 시작되자 김 군은 자신이 한 비교과 활동을 토대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비교과 프로그램이 부족해서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도전하고, 실패하기도 했던 경험을 가감 없이 서술했다. 자신이 모든 것을 이루었으니 할 말이 많았다. 자기소개서에서 미처 전달하지 못한 내용은 면접에서 전달했다. 그 결과 당당히 연세대 경제학과 합격을 거머쥘 수 있었다. 

▶Tip) 학생부에 자신이 채울 수 있는 영역과 교사가 채울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자신이 채울 수 있는 영역에서만이라도 최대한의 성과를 보이자. 그러면 대학에서는 교사가 미진하게 설명한 다른 영역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자기소개서나 면접을 통해 더 알아보려고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에 취약한 학교는 아직도 많다. 그러나 그 취약점을 역으로 이용하면 그만큼 유리해진다. 대학에서는 같은 고교 출신의 다른 지원자들의 학생부를 함께 참고한다. 그리고 해당 고교의 비교과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고 판단하면 자기소개서 등 다른 방법을 활용해 지원자를 파악하고자 한다. 따라서 학교의 시스템만을 탓하며 준비를 소홀히 하는 것은 학생부종합전형의 본질을 잘 모르고 하는 일이다. 명심하자. 학교에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활용하지 못하면 헛것이며, 교내 프로그램이 없어도 자신이 개척하면 충분히 제 역량을 어필할 수 있다.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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