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초등

[이럴 땐 어떡하죠①] ‘입만 열면 X’ 부모에게 욕하는 자녀



얌전히 말 잘 듣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헐크’로 돌변한다. 내뱉는 말마다 놀라게 하기 일쑤다. 자녀를 키우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황당하면서도 난감한 상황에 점점 더 많은 부모가 속을 끓이고 있다. 이에 조선에듀는 교육학, 정신의학, 법학, 언어학, 청소년학 등 분야별 전문가들에게 많은 부모가 고민하고 있을 상황에 대한 조언을 바탕으로 올바른 교육법을 제안한다. 그 첫회로 부모에게 욕설을 일삼는 경우를 살펴본다.

#초등학교 4학년 지훈(가명‧남)이는 친구들과 어울릴 땐 늘 쾌활하고 활동적이라 인기가 많다. 평소 행동도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지만, 유독 엄마에게만큼은 사나운 맹수가 된다. 아파트 초입에서 친구들과 노는 지훈이와 마주친 엄마가 “적당히 놀고 들어오라”고 하자 지훈이 입에서 “개X”라는 욕설이 튀어나왔다. 엄마는 아이의 돌발 행동을 바로잡으려고 했지만, 지훈이는 더 심한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주변에 부모에게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는 자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이는 어쩌다 부모에게 욕을 하게 됐을까. 이럴 때 부모는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분야별로 조금씩 다른 측면에서 해법을 내놨지만, 자녀가 불만에 가득 찬 욕설을 감히(!) 부모에게 쏟아내기까지 부모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돌아보라는 출발점은 같았다. 교육학은 자녀가 욕설을 하게 된 배경과 당시 상황에 주목할 것을, 청소년학은 교우관계에서 비롯한 불만을 부모에게 해소하려는 점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갈등의 원인을 찾아가는 건 정신의학의 처방이다. 다양한 환경에 소속(혹은 노출)되면서 말하기 방식에 혼란을 겪고 있을 수 있다는 언어학 관점의 흥미로운 분석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각계 전문가들은 우선 비이성적인 상황을 이성적으로 돌려놓을 것을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예컨대 집안에서 아이와 마주한 상황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면, 즉시 언쟁을 멈추고 방에 들어가게 하거나 바깥에서 바람을 쐬고 오라고 해야 한다. 대신 흥분이 가라앉으면 다시 이야기 하자고 해야 한다. 전화 통화 중이라면, 마찬가지로 그 즉시 욕설을 지적하고 대화를 멈춘다. 몇 분 후 다시 전화하라고 엄중한 어조로 말한 후 전화를 끊는 게 좋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대화를 이어갈 땐 부모에게 욕설을 하는 건 잘못된 행동이라는 점을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나서 아이가 무엇에 불만을 가졌고, 왜 부모에게 욕설을 하게 됐는지에 대해서 해명과 사과를 함께 받아내야 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고해서 부모가 못들은 척 흘려넘기면 욕설의 수위는 점점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심리언어학자 전종섭 한국외대 언어인지학과 교수는 “자극-반응 관계에서 보상이 주어지면 자극은 더 강화되기 마련이다. 부모에게 욕설을 퍼부으면 보상으로 잔소리나 간섭이 일순간 멈춰진다는 일종의 ‘보상 기전’이 반복적으로 작동해 부모를 향한 폭언에 스스로 무감각해진다”고 설명했다. 부모가 자녀로부터 욕설을 듣고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는 게 아닌, 이성적 대화를 위한 규범으로 인지시키라는 말이다. 

정신의학도 단호한 대응과 더불어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심리치료, 놀이치료, 상담치료 등을 주문한다. 신의진 연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극도로 고조된 아이의 감정이 누그러졌을 때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며 “단 한 번 혹은 실수라도 부모에게 욕설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대화로 풀리지 않을 땐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병원 치료를 통해 부모와 자녀 사이에 뒤틀려 있던 문제의 본질을 발견할 수도 있지만, 병원을 방문하는 것 자체로 아이는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심각한 잘못이었는지 인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모가 평소에 자녀를 교육한다는 명목으로 욕설을 자주 했거나 가정폭력을 당할 때 겪은 울분을 욕설로 되갚아준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신 교수는 “부모에게 거리낌 없이 욕설을 퍼붓는 ‘이상 행동’이 지속될 경우 자녀가 조울병이나 비행장애 등을 앓고 있을 수도 있어 반드시 의사를 찾아 처방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럼 자녀가 욕을 하는 순간 다짜고짜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만이 최선일까. 교육학에선 아이가 욕을 내뱉은 ‘상황’을 들여다보는 게 먼저라고 말한다. 만일 부모가 전화했을 때 욕설로 응대하는 자녀가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 전화를 받았는지 확인해보라는 것이다. 도승이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청소년기 또래 집단에선 부모와 다정하게 통화를 하는 모습을 ‘약해 보인다’고 여길 수 있어서 친구들 앞에서 ‘센 척’ 하려고 더 험한 말을 하는 걸 수 있다”며 “욕설 자체를 두고 문제로 삼기에 앞서 정황을 파악하고 나서, 부모에게 욕설을 하지 말 것과 욕설이 ‘강하게 보이는 행동’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알아듣도록 타일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자칫 부모에게 상스러운 욕설을 하는 자녀를 무조건 용인하라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데, 도 교수 분석의 핵심은 자녀의 입장에서 상황을 다면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윤병훈 경동대 경찰학과 교수도 “친구와의 관계에서 해소되지 못한 문제를 부모에게 앙갚음하듯 해소하는 거라면, 평소 부모와 자녀 간 대화 시간을 서서히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먼저 부모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달라진 ‘환경’부터 챙겨야 한다. 심한 욕설까진 아니더라도 상대방을 깔보거나 비하하는 듯한 말투 혹은 모든 일에 무신경한 태도 등 요즘 자녀에게 종종 보이는 ‘불손한 언행’은 ‘레지스터(register‧인식)’의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레지스터는 일종의 기억장치다. 사회가 분화되고 다양화된 만큼 아이들은 수많은 레지스터에 노출돼 있다. 이를테면, 예(禮)를 갖춰 말해야 하는 곳이 있는 반면, 욕설이 일상화된 공간이나 집단도 있다. 전종섭 한국외대 교수는 “예전 아이들은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개별 반, 공부, 체력 등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의 레지스터를 갖고 있었던 반면, 요즘 아이들은 온라인 카페, 게임, 블로그, SNS는 물론이고 동아리, 봉사활동, 경진대회 등 다양한 오프라인 모임에도 소속돼 있다”며 “그만큼 다양한 언어 레지스터를 자신도 모르게 체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담임 선생님 앞에선 공손한 아이가 인터넷 게임이라는 공간에 들어서면 상대를 비하하거나 폭력적으로 돌변하는 것 역시 각기 다른 공간(혹은 집단)에서 특정 언어환경에 맞춰서 말하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그러나 “레지스터가 많아지는 현상을 단지 비교육적 측면만 부각해 사회규범으로 제재해야 한다는 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생긴 새로운 현상이라서 억지로 막으려 하기보단 자녀를 더 이해하고 배려하면 현명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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