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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캉으로 학생 머리 미는 학교

학생 인권의 최후 보루 '학생인권조례'를 지켜라!



S#1. 바리캉으로 학생 머리 미는 학교
남학생은 스포츠형 머리, 여학생은 귀밑 15cm 이하. 울산지역 한 고교의 두발규정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삭 머리와 귀밑 10cm 이하는 돼야 학생들은 교문을 무사통과한다. 이 학교 교무실에는 바리캉이 상비돼 있다. 두발 검사에서 걸린 남학생들은 바리캉으로 머리카락이 잘린다.

1970년대 고교 풍경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다. 사립 일반고인 우신고등학교에서 불과 6개월 전까지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다. 

우신고는 대외적으로 평판이 좋은 학교였다. 상위권 대학 진학 실적이 좋고 면학 분위기가 잘 조성돼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로 우신고 학생들에게 학교생활은 악몽과도 같았다. 교사가 학년실에 지인을 불러 술파티를 벌이고, 치마를 입은 여학생에게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오리걸음으로 걷게 했다. 

학생부 교사는 학생들에게 이른바 ‘군대식 다나까체’를 사용하도록 하고, 지키지 않은 학생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몸이 아픈 학생의 조퇴를 금지시키고, 심지어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링거를 꽂은 채로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도 있었다. 

학생에 대한 교사의 공갈협박과 폭행, 성희롱이 무시로 벌어졌다. 인권에 대한 수업 중 “만약 네가 XX을 당했어.” “지각생의 머리채를 잡아 X으로 X어 팔각정 앞에 걸어두면 지각생이 없어질 것”이라는 등의 폭력적인 예를 들었다. 화장을 했다는 이유로 학생을 뇌진탕이 될 정도로 때리기도 했다. 

교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남학생이 학교폭력실태조사에 그 사실을 적어냈는데, 교사는 이를 학생들 앞에서 읽게 했다. 교사가 학생을 폭행을 할 때는 폭행 증거가 남을 것을 우려해 치아교정기를 끼었는지 물어보는 주도면밀함까지 보였다. 

이런 사실은 이 학교 학생이 지난 6월 SNS를 통해 교사의 학생 폭행 사건을 폭로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논란이 거세지자 우신고 재단이사장과 교사 전원이 전교생 앞에서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사건은 가해 교사 중 10명만이 정직, 감봉, 견책, 경고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S#2. "학생인권조례는 절대 안 돼!"라고 외치는 교사들
11월 초 경남도교육청(교육감 박종훈)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발표하자 찬반양론이 극렬히 대립 중이다. 

경남교원단체총연합회는 11월 9일 보도자료를 내고 “학생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조례를 제정할 것이 아니라 현행 법규를 적용하면 된다”며 조례 제정을 반대하고 나섰다. 

경남교총은 “사람의 인권은 최상위 법인 헌법에서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초중등교육법, 국가인권위원회법 및 다수의 판례를 통해 보장된 권리인데도 새롭게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려는 것은 교육계의 혼란만 부추기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보수 성향인 경남학생인권조례반대 경남연합 역시 “학생인권조례는 인격이 형성될 시기인 청소년기에 자기절제력이 아닌 방종을 추구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며 17일 도교육청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 추진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경남연합은 “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국가인권위원회와 체결한 MOU도 폐기하라”고 주장하며 “도교육청이 조례 제정을 계속해서 추진할 경우 박종훈 교육감의 재선을 필사적으로 막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반면 진보 성향 경남교육연대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헌법이 학생 인권을 보장한다고는 하지만, 학교에는 학생들을 위한 헌법이 없다. 학생들을 위한 초중등교육법도 없고, 국가인권위원회법도 없다. 이른 아침 교문 앞, 잠도 덜 깬 채 등교하는 학생들의 발걸음을 따라오지 못한다"며 조례 제정을 찬성하고 나섰다. 

경남교육연대는 ”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학생들 가까이에 인권 보장을 위한 장치를 하나 더 만드는 일이므로 당연히 환영해야 할 일이고, 조례를 반대하는 것은 결국 학생 인권 보장을 반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단위학교의 주체는 교장이나 교감, 재단 이사장만이 아니다. 그 주체에 학생을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그것은 헌법 위반이고, 초중등교육법 위반이고, 국가인권위원회법 위반이다. 인권에 기초하지 않은 자율은 자율이 아니다. 학교의 많은 문제를 단위학교 구성원들의 의사에 따라 다양하게 결정하자. 그렇게 하자는 게 학생인권조례다. 그게 학교자율화이며 학교자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교 현장에서 교육과정 운영과 학생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학교가 학생인권을 보장하고 있지 않아서다. 학교에서는 늘 반인권적인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과 학생 생활지도가 문제였지, 학생인권이 문제였던 적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경남도교육청은 2008년부터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수차례 추진했지만, 당시 보수 성향의 교육감의 반대와 보수 정당에서 대부분의 의석을 장악한 경남도의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S#3. "성 평등주의가 청소년 가치관을 혼란시킨다"는 보수단체
20일 서울광장에서는 보수 성향 기독교 학부모 단체인 나쁜인권조례폐지네트워크 회원 10여 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에게 나쁜 인권 개념을 퍼뜨리고 있으며, 교권추락과 학생 방종을 야기하고 있다”며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기를 요구했다. 

네트워크는 특히 조례 16조가 학생에게 종교적 이유로 서약·특정 과목 수강 등을 강요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이들은 "이 조례가 교사의 표현·종교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사실상 학생에 대한 학교와 교사의 종교 강요가 제한되는 것이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학생인권조례가 교사의 훈육수단인 체벌은 금지하면서 학생에게는 복장·두발·자율학습 등의 자율권을 주고 있어, 교사의 정당한 지도를 불가능하게 해 교권을 붕괴시킨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성 평등 이데올로기’를 전파해 청소년의 가치관을 혼란스럽게 하고 일부일처제를 전제로 한 전통 가정을 파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기자회견 뒤 서울시를 방문해 '학생인권조례폐지 주민발의안' 청구인 등록 신청을 마치고, 2~3주 뒤 청구인 등록이 완료되는 대로 서명 운동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민발의가 통과되려면 서울시 유권자의 1%(8만 5천명) 이상이 실명 서명해야 한다. 

이상의 세 장면은 모두 현재 대한민국 학생인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재에도 아직까지 바리캉으로 학생들의 머리를 미는 고교가 존재하고, 교권과 학생의 인권을 반대급부로 놓고 기득권을 절대 빼앗기지 않으려는 교원단체도 있다. 일부 종교단체에서는 인류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인 양성평등주의에 정치적 이데올로기라는 색깔론을 씌우면서 가치관의 붕괴를 논한다. 

사회가 발전하고 인권의식도 함께 높아지면서 학생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전근대적인 시민의식을 가진 이들이 수없이 많다. 그들은 청소년을 어른들의 훈육과 규제를 받아야 할 존재로만 여기며, 그들이 가진 천부인권은 애써 무시한다. 

학교와 교사, 그리고 사회 어른들 중 많은 이들이 학생에 대한 차별과 폭력, 표현의 자유 억압, 권리 침해 등을 저지르면서도 “다 너희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훈육과 규제를 더욱 쉽고 편하게 하기 위해 학생에게 인권유린을 가한다. 이 모든 것이 학생인권조례가 탄생한 배경이다. 

"학생도 사람이다.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지켜달라!"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학생 인권침해를 구제하고 인종·종교·성별에 관한 혐오·차별을 막기 위해 처음 제정해 시행해오고 있다. 현재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고 있는 자치 지역은 경기도, 서울시, 광주시, 전라북도 등 네 곳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시행하는 학생인권조례를 예로 보면 크게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 및 위험으로부터의 자유, ▲교육에 관한 권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정보의 권리, ▲양심·종교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자치 및 참여의 권리, ▲복지에 관한 권리, ▲징계 등 절차에서의 권리, ▲권리침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소수자 학생의 권리 보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조례 항목 대부분이 보편적인 인권 보장의 차원일 뿐, 학생이 대상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를 것이 없다. 

문제는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런 목소리가 커질수록 학교 현장에 그나마 어렵게 자리 잡아 가고 있는 학생 인권의 싹이 완전히 고사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학생인권조례 반대론자들은 표면적으로는 인권조례 내용을 이미 상위법에서 다루고 있어서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일견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학생인권 보장이 이미 상위법에 명문화돼 있는데도, 현실의 학교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학생인권조례에 있는 내용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 사항이며,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 4에 의해서도 완전히 보호가 된다. 하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 인권이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학교가 학생 인권을 성실히 보호할 수 있도록 실효성을 부여한 것이 학생인권조례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 이행 강제성이 생겨, 해당 자치 지역에 속한 모든 학교가 이를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헌법은 무시해 왔지만 조례는 지켜야 하는 학교의 아이러니가 학생인권조례의 탄생 배경이다. 

대법원에서는 이미 학생인권조례안이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례를 내놨다. 2015년 교육부가 학생의 두발·복장 자유화와 체벌 금지 등을 골자로 한 ‘전라북도 학생인권조례안’이 법령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한 판결이었다. 

대법원은 “전북 학생인권조례안이 헌법과 관련 법령에 의해 인정되는 학생의 권리를 확인하거나 구체화하고 그에 필요한 조치를 권고하고 있는 데 불과해, 교사나 학생의 권리를 새롭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구체적인 내용이 초·중등교육법령 등 관계 법령 규정과 일치하거나 그 범위 내에 있어 ‘법률우위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지역 일반고에 재직 중인 A교사는 “학생인권은 교권과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존중받아야 하는 것인데도, 일부 교사들이 이를 왜곡해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A교사는 “학생들에게는 천부인권이 있고, 학교에서는 이를 존중하는 가운데 훈육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학교에 남아있는 군사문화와 현대사회 가치와 맞지 않는 유교이념이 학교와 교사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학생 인권을 억압하는 데 논리로 이용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SNS 이용자 K*** 씨는 “많은 학교가 인권교육을 제대로 실천하지도 않으면서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고, 오로지 특목고, 자사고 진학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학사운영을 하고 있다. 학교를 돈벌이를 위한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일그러진 의식이 교권과 학생 인권 모두를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권과 학생 인권은 상호 배치되지 않는다. 상호 보완재여서 서로 윈윈할 수 있다. 아이를 사랑하는 교사가 아이들로부터 존경받고, 선생님을 존경하는 아이가 교사로부터 인격적으로 대우받도록 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학생인권조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선생님들이 일도 일이지만 자존감에 크게 상처를 받는 사례가 빈번한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더더욱 학교가 인권 친화적 공간이 돼야 한다. 교권이 학생 인권과 함께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논란이 전국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바로 지금이 학생 인권 문제를 다시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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