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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도입되면 ‘깜깜이’ 학종 비중 커진다?

2022학년도부터 전면도입 예고된 고교학점제 둘러싼 교육현장의 목소리



고교생이 원하는 과목을 직접 선택하여 수강할 수 있는 ‘고교학점제’가 도입 첫 단추를 끼웠다. 27일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추진 방향 및 연구학교 운영계획’을 발표하며, 2022년 도입을 목표로 고교학점제 전면시행을 준비해나가겠다고 밝힌 것. 

교육부의 발표 이후 고교 교육현장에서는 고교학점제를 둘러싸고 찬반이 거세다. 입시 위주의 현 고교 교육체계를 꼬집으며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이 있는 한편,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도입을 추진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아가 대입제도는 어떻게 변화할까?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교육부 “학생들이 다양한 교육 받을 수 있는 기회 확대 돼야” 

고교학점제란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와 진로에 따라 각자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이수하는 제도를 말한다. 반드시 배워야 하는 과목은 공통 과목으로 지정하여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지만, 그 외 과목은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선택하여 수강할 수 있다. ‘학년제’가 아닌 ‘학점제’이기 때문에 누적 학점이 일정 기준 이상이 되어야 졸업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모든 고교생이 정해진 교과목을 일괄적으로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는 현 교육과정과는 매우 다른 제도다. 

이처럼 혁신적인 변화를 필요로 하는 고교학점제를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이유는 입시에 종속된 고교 교육현장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무엇보다 고교 내 교육과정의 다양성이 확대되고, 학생들은 과목 선택권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모든 학생들이 보다 다양한 교육을 제공받아 자신의 진로를 적극적으로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 교육부의 주장이다. 

일부 고교 교사들도 이러한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에 크게 공감한다. 경기도에서 국어교사로 재직 중인 장모 씨는 “현행 교육체제에서는 모든 학생이 각자의 잠재력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기 어렵다”면서 “고교학점제를 통해 교육과정과 혁신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면 모든 학생이 자신의 잠재력과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그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학부모 “대입제도의 ‘혁명적 변화’ 우려돼” 

하지만 고교학점제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학부모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내신 평가방식과 대입제도의 변화다. 학생들이 정말로 원하는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들으려면 내신 성취평가(절대평가)제 도입이 불가피하다. 이에 교육부는 “충분한 검토를 거쳐 내신 성취평가제 도입 시기와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황. 그러나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가 시행되면 대입 수시전형의 70%를 차지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이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돼버린다. 이 경우 전혀 새로운 대입전형이 생기는 등 ‘교육혁명’ 수준의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입시전문가들이 지적하면서 학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것. 

반대로 현행 내신 상대평가 체제가 유지돼도 문제다. 학생 수가 적은 과목의 경우 극소수의 학생만이 높은 성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선택 학생 수가 많아 성적을 받기에 유리한 과목으로의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고교학점제의 도입 취지 자체가 무색해진다. 목동에 사는 초5 학부모 A 씨는 “내신 상대평가도 걱정, 절대평가도 걱정”이라면서 “관련된 교육제도들이 한 번에 발표되지 않으니 한치 앞을 알 수 없어 속만 탄다”고 꼬집었다.

고교 교사들은 새로운 방식의 수업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교사가 기존의 수업과는 전혀 다른 주제의 수업을 토론 중심·학생 중심으로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 서울에서 지구과학 교사로 재직 중인 교사 정모 씨는 “수업 주제가 세부적으로 바뀔 뿐만 아니라 진행 방식 역시 변화를 요구해 솔직히 막막하다”고 말했다. 김종우 양재고 진로진학부장은 “고교학점제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고교 교사를 상대로 한 교사연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지역 간 수업의 질적 격차도 해소돼야“ 

지역별·학교별·교사별로 발생할 수 있는 수업 및 교육과정의 ‘질적 격차’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특히 도시와 농산어촌·도서지역 간 교육 격차가 더욱 확대되리라는 우려가 많다. 농산어촌·도서지역 고교의 경우 도시지역 고교와 달리 교사 수급 및 교육과정 다양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 

이에 교육부는 해당 학교에 온라인 교육과정 개설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다. 고교에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하는 등 교육과정 다양화에 힘쓰겠지만, 한계가 있다면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온라인으로라도 수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하지만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의 질적 차이 역시 존재할 수밖에 없어 보다 섬세한 대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고교학점제 도입되면 학생부종합전형 비중 증가한다? 

그렇다면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교육현장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입시전문가들은 고교학점제에 따라 내신 성취평가제가 도입되면 학생부교과전형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으며, 그 여파로 학생부종합전형의 선발비중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학생부종합전형이 현재도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으로 비판받고 있는 전형이라는 것. 학생부종합전형의 선발비중이 늘어나면 다시금 공정성 논란이 불붙고, 이에 따라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더욱이 내년 8월에는 수능 절대평가 시행 여부도 발표될 예정. 만약 수능마저 절대평가로 실시될 경우 대학에서 현행 제도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시에서 전혀 새로운 대입전형이 도입되거나, 정시에서 수능 성적 이외에 별도의 전형요소를 도입하여 학생을 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또 다른 전형요소에 대비해야하는 학생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 초5 학부모들은 내신 성취평가제 시행으로 인한 입시 변화는 물론, 수능 절대평가로 인한 대입제도 변화까지 고려해야하는 상황”이라면서 “향후 이어질 내신 성취평가·수능 절대평가 등의 발표를 꼼꼼히 확인해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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