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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무사히 끝났다지만… ‘단판승부’ 수능, 이대로 괜찮은가?

수능 연기로 인해 촉발된 현 수능 제도의 문제점

경북 포항 지진으로 한 차례 연기된 수능이 지난 23일 무사히 치러졌다. 수능 연기에 따라 순연된 대학별 논술고사, 면접 등 대입 후속 일정도 하나둘씩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교육 당국의 수능 연기 발표 직후 불어 닥친 혼란에 비하면, 더할 나위 없이 다행스러운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수능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전국 단위로 치러지는 일제고사 방식의 수능이 초래하는 비효율과 사회적 손실이 이번 수능 연기 사태로 인해 더욱 도드라졌기 때문. 특히 후속조치를 마련하는 과정에서의 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대입의 주요 향방이 갈리는 현 상황에서 그 한 번의 시험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의 대책이 전무하다는 점은 현재 수능 기반의 대입 시스템이 가진 구조적 약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결과가 다행스럽다고 해서 유야무야 넘어갈 일만은 아니다. 올해 수능은 무사히 잘 끝났지만, 앞으로도 수능을 앞두고 비슷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과연 지금의 수능,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 수시 비중 크게 늘어도 여전히 중요한 ‘수능’, 왜? 

수능의 변화를 말하기 이전에 현재 대입 구조에서 수능이 차지하는 영향력부터 살펴봐야 한다. 대입은 크게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으로 나뉘는데, 수능을 주요 전형요소로 활용하는 것은 정시다. 그런데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밝힌 ‘2018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전국 197개 4년제 대학교가 2018학년도에 선발하는 신입생의 73.7%인 25만9673명이 수시모집으로 선발된다. 정시모집 선발인원은 전체 모집인원의 26.3%인 9만2652명에 불과하다. 이 정시모집 비중은 내년에 23.8%로 더 줄어든다. 수능이 대학에 진학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과거와 비교하자면 지금 수능의 위상은 얼핏 초라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은 왜 여전히 국가적 행사처럼 유난스럽게 치러지는 것일까. 수능만으로 대학이 결정되지 않을 뿐, 여전히 많은 대학이 수능을 입학 사정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수시 전형이라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전형은 수능 성적이 당락에 영향을 미친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대학의 전형 과정을 모두 통과한 지원자라고 해도 ‘불합격’하기 때문. 

특히 서울권 대학일수록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전형이 많다. 홍익대의 경우 전체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반영하는 전형의 비율이 99.7%에 달한다. 이밖에도 △고려대(86.2%) △이화여대(61.6%) △서강대(57.4%) △한국외대(55.6%) △연세대(51.0%) 등의 대학이 전체 수시 전형에서 절반 이상의 전형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한다. 결국 현 대입 구조 하에서 수능 없이는 경쟁이 가장 치열한 상위권 대학의 입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셈이다. 

○ 수능 개편 논의 꾸준해… 부담 줄이려 ‘수능 2번 보자’ 논의도

그간 수능에 과도하게 쏠린 무게감을 줄이려는 노력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대입이 결정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능을 두 번 치르는 방안도 꾸준히 논의돼 왔다.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2009개정교육과정 적용에 따라 2014학년도 수능 개편 방안을 논의하면서 수능 복수 시행을 검토했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고교 3년간 학습한 수험생의 능력을 1회의 수능으로 결정되게 하여 수험생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수험생의 당일 컨디션에 의해 대학 진학이 결정되고, ‘실수’ 여부가 당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며 복수 시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수능 복수 시행이 수험생의 부담을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이 안은 무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른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토론회에서 수능 2회 실시 방안은 재차 등장했다. 

○ 수능 비중 약화, 나아가 수능의 타당성까지 고민해야

이런 가운데 당초 올해 발표될 예정이었던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발표가 1년 유예됐다. 아직 개편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이번 수능 연기 사태를 계기로 대입에서 수능의 역할과 비중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 수능 제도의 문제점이 단순히 ‘단 한 번’이라는 횟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의 최은순 회장은 “1994년 수능이 처음 도입될 때만 하더라도 수능은 이름 그대로 대학에서 수학할만한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격고사’에 가까웠지만, 단 한 번의 수능으로 자신의 진로와 미래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수능은 대학 입학을 위한 ‘줄 세우기’의 수단이 됐다”면서 “수능이 지금과 같이 오로지 ‘시험을 위한 시험’에서 벗어나려면 다시 본래 도입 취지대로 수능을 자격고사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수능 제도의 타당성부터 재검토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수능 연기로 인한 여러 혼란은 ‘수능이 가장 공정하다’는 신화에 기반해 그 공정성의 조건을 맞추기 위해 초래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하지만 가장 공정하다고 하는 수능이 과연 대학이 선발하고자 하는 인재를 선발하는 수단으로서 가장 적절한 방식인지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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