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역대 최대’라는 수능 결시율에 주목하는 이유는?

역대 최대 수준의 수능 결시율이 갖는 의미



지진으로 인해 원래 일정보다 일주일 연기돼 치러졌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결시율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집계됐다. 교육부가 밝힌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결시자 현황’에 따르면, 수능 원서접수 당시 1교시 국어영역에 응시하겠다고 지원한 사람은 59만1324명이었지만, 실제 응시자는 이보다 5만5936명 적은 53만5388명으로 나타났다. 3교시 영어영역 지원자는 58만7497명이었으나 결시자가 5만9203명이나 돼 실제 응시자는 52만8294명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결시율은 각각 9.46% 10.08%로 나타났다.

단순하게 보자면, 수능 원서를 낸 수험생 10명 중 1명이 수능을 온전히 치르지 않은 셈이다. 수능 결시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1994년 수능이 도입된 후 처음이다. 수험생 입장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수능 결시율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 결시율 높아진 이유? “수능 없이 대학 갈 수 있기 때문”

올해 수능의 결시율이 이토록 높게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다수의 입시 전문가들은 ‘수시 확대’ 기조를 원인으로 봤다. 수시 비중이 전체 모집인원의 74% 수준까지 확대되면서 수능을 치열하게 준비하는 수험생 자체가 줄어든 것.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수시 전형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이 결정적”이라고 봤다. 수능 점수 없이도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이 이전에 비해 넓어졌다는 것.

실제로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 대학 가운데 △광운대 교과성적우수자전형(237명 모집) △연세대 학생부종합(면접형)(260명 모집) △인하대 논술전형(562명 모집)이 올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했다. 지난해까지 이들 수시 전형에 응시하려는 수험생들은 수능을 봐야 했지만 올해는 볼 필요가 없다. 이들 수시 전형은 올해 각각 12.54대 1, 6.04대 1, 48.6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서울 상위권 대학 가운데 이미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앤 대학도 많다. 서울대부터 학생부종합전형인 일반전형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그 외에도 △경희대 네오르네상스전형 △서강대 학생부종합(자기주도형) △서울시립대 학생부종합전형 △성균관대 글로벌인재/성균인재 △중앙대 다빈치형/탐구형인재 △한국외대 학생부종합전형 △한양대 학생부종합전형 등이 수능 성적에 대한 고려 없이 학생을 선발한다. 한 때 수능과 병행해 준비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던 수시 논술전형의 경우에도 △건국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한양대 등이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 중위권 수험생, 역대 최고 결시율의 수혜자 될 수도

그렇다면 역대 최고 수준의 결시율이 향후 대입에 미칠 영향은 없을까. 일부 중위권 수험생의 경우 높은 결시율로 인해 정시 경쟁이 다소 수월해지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올해 정시모집으로 선발하는 인원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전체 모집인원의 26.3%에 불과하다. 모집인원이 줄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기 마련. 그런데 수능 성적이 필요 없는 수시 전형에 ‘올인’하는 수험생들이 늘면 상대적으로 정시모집에서의 경쟁자가 줄어들게 된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은 “수능 성적이 필요 없는 수시 전형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주로 중하위권 학생들”이라면 “이 학생들이 수시로 경쟁 무대를 옮겨가면 이 학생들과 비슷한 성적대를 가진 학생들의 정시 경쟁자는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어 “많은 대학이 정시 비중을 줄였지만, 건국대, 한국외대, 홍익대 등 정시 비중을 40% 가까이 유지하는 대학도 일부 있다”면서 “이처럼 정시모집 인원이 어느 정도 확보돼 있는 대학이라면 더더욱 상당수 경쟁자들이 수시로 빠져나간 지금의 상황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올해 ‘한국사 탈주자’는? 4교시 결시율도 주목

결시율은 12일 발표되는 수능 성적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4교시 한국사영역 결시율이 중요하다. 2017학년도 수능부터 한국사가 필수 응시영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4교시 한국사영역에 응시하지 않은 수험생의 성적은 모두 무효 처리되는데 영어, 한국사영역을 제외하고 상대평가로 치러지는 수능에서는 전체 모집단의 규모가 줄면 각 등급별 인원도 함께 줄어들기 때문.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결정적이진 않더라도 성적 산출에 활용되는 모집단이 줄면 등급, 백분위 등이 일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영향이 미미하다 하더라도 수능 성적을 소수점 자리까지 따져봐야 하는 수험생들은 한국사영역 미응시자를 달갑지 않게 여긴다. 실제로 수험생으로 보이는 한 네티즌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수능 성적 집계 시 한국사영역 미응시자를 제외하는 현재의 방식을 개선해달라’는 청원을 게재하기도 했다.

각 시‧도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영역별 결시율에 따르면, 4교시 한국사영역의 결시율은 △강원 11.36% △경기 11.5% △경남 11.37% △경북 13.14% △광주 5.61% △대구 9.29% △부산 7.6% △세종 12.23% △인천 11.14% △전남 7.56% △전북 11.65% △제주 9.31% △충북 12.17% 등이다. 서울과 충남은 영역별 결시율을 공개하지 않거나 집계하지 않았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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