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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초등

롱패딩, 초등생도 열광… “바닥에 끌려도 괜찮아요”



인천의 한 초등학교 5학년 A 양은 이미 한 달째 부모님에게 롱패딩을 사달라고 조르고 있다. A 양의 어머니가 “어울리지도 않는 롱패딩을 왜 사느냐”며 만류하지만 A 양은 “반 친구들이 속속 롱패딩을 사서 입고 있다”며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는 것. 

A 양의 키는 146cm. 최근 유행하는 무릎까지 오는 성인용 롱패딩의 길이가 일반적으로 100~120cm인 것을 감안하면 A 양이 해당 롱패딩을 입으면 패딩이 발목까지 내려온다. A 양의 어머니가 “아직 키가 작은데, 긴 옷을 입으면 보기에 좋지 않을뿐더러 길을 걷다가 옷을 밟으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주니어용 패딩’을 사주겠다”고 만류하지만 A 양은 ‘촌스럽다’는 이유로 어른들이 입는 롱패딩을 기어코 고집하는 상황이다. 

○ 초등생 강타한 롱패딩 열풍… 왜? 

롱패딩 열풍이 초등생도 강타하고 있다. 특히 초등 고학년의 경우 한 반에 10명 이상의 학생들이 롱패딩을 입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다. 일반인, 고교생들을 중심으로 퍼진 롱패딩 유행 열풍이 초등생에게까지도 번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초등생들이 ‘어린이용’으로 따로 나온 패딩을 선호하지 않고, 기어코 어른들이 입는 길이가 긴 기장의 롱패딩을 선호한다는 것. 일부 의류업체가 주니어용 롱패딩 상품을 출시하고, 온라인 쇼핑몰에선 키 150cm 미만을 위한 맞춤형 롱패딩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초등생들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키가 작은데 롱패딩 입으면 이상할까요” “롱패딩 사고 싶은데 엄마가 안 된대요. 그런데 저는 길어도 상관없으니 입고 싶어요”라고 올린 게시글이 줄을 잇는 상황. 앞서 A 양의 사례처럼 발목까지 오는 롱패딩을 입고 다니며 뛰고 놀다가, 자칫 잘못해 옷을 밟기라도 하면 위험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초등생들의 롱패딩 선호현상,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교사들은 초등생들의 ‘초미의 관심사’인 연예인의 영향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롱패딩은 장시간 야외에서 촬영해야하는 배우들, 얇은 무대의상을 입는 가수들이 많이 착용하는 한편, 외국으로 출국하는 유명 연예인의 ‘공항패션’으로도 많이 활용되는데, 해당 연예인들의 사진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며 유행되고 있다. 이에 연예인에 관심이 많고 유행에 민감한 초등 고학년 여학생 중심으로 롱패딩 열풍이 불길처럼 퍼져나가고 있는 것. 김성현 서울 한신초 수업연구부장은 “초등 고학년 여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과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옷뿐만 아니라 액세서리, 말투까지 따라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 “비싸도 ‘오빠들’이 입었던 옷”… 등골 휘는 학부모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제로 아이돌 등 유명 연예인이 입었던 롱패딩과 똑같은 종류의 롱패딩을 구매하는 초등생들도 적지 않다. 동경하는 가수와 똑같은 옷을 입고 싶어서다. 그러나 이 같은 롱패딩은 유명 브랜드의 상품이다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이 문제. 초등생 사이에서 이른바 ‘핫한’ 아이돌 그룹인 워너원, 방탄소년단 등이 입었던 롱패딩의 경우 가격이 30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이에 따라 롱패딩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추운 겨울 따뜻한 옷을 입는 게 낫다거나, 예민한 시기의 초등생들이 유행을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롱패딩 가격이 지나치게 부담스럽다는 학부모들도 있는 것. 한 학부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아이돌이 입었던 브랜드 롱패딩을 사달라고 해서 가격을 확인해봤더니 ‘후덜덜’하더라”고 토로하는 한편, 또 다른 학부모도 “유명 연예인들이 다들 브랜드 있는 제품의 롱패딩을 입다보니 아이의 눈도 높아졌는지 비싼 롱패딩을 원한다”면서 “자녀가 한 명이라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두 아이 모두 사주고 나니 거금이 들었다”고 말했다. 

○ 롱패딩은 길면 길수록 예쁘다? 친구 패딩과 길이 비교해보는 초등생들

유명 아이돌이 입은 롱패딩을 선호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성인용 롱패딩을 입게 되고, 이에 따라 초등생들 사이에선 ‘더 긴 롱패딩’이 유행하는 분위기마저 생겼다. 아이돌 그룹 워너원이 실제로 입은 롱패딩의 가장 작은 사이즈인 SX 사이즈의 총 기장은 108cm. 160cm 성인이 입었을 때 무릎까지 오는 수준이다. 키 140~150cm의 초등생들이 입으면 발목까지 내려올 수밖에 없다. 경기 남양주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6학년 B 양은 “롱패딩을 샀다고 친구에게 자랑하려고 했는데 친구의 롱패딩이 더 길어 의기소침해졌다”면서 “아이돌이 입은 성인용 롱패딩을 입는 친구들이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긴 롱패딩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더 긴 롱패딩을 찾는 현상은 ‘오빠들’뿐만 아니라 ‘언니들’의 영향도 크다. 실제로 중·고교생 또는 대학생이 운영하는 패션 블로그에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기장의 롱패딩을 입고 “롱패딩은 이름처럼 길어야 제 맛” “롱패딩 기장은 길수록 귀엽다”고 적어둔 경우가 많기 때문. 인천의 한 초등학교 5학년 A 양도 “롱패딩을 구매하기 전에 블로그에서 후기를 찾아왔는데 ‘길수록 예쁘다’라는 글이 많았다”면서 “친구들끼리 누가 더 긴 롱패딩을 입었는지 확인해보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기장의 롱패딩을 입은 친구는 다른 친구들의 부러움을 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합리적인 소비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더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무작정 ‘너에게는 안 어울린다’거나 ‘브랜드를 보지 말고 실용성을 고려하라’고 강요하면 오히려 반발심만 커질 수 있다는 것. 김성현 서울 한신초 수업연구부장는 “이미 갖고 싶은 롱패딩이 정해져있는 아이들에게 실용성을 따져보라고 얘기해도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향후 지속적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또 “규칙적으로 용돈을 주고 용돈으로 필요한 물건을 자신이 직접 사야하니 가격과 상황을 따져보며 소비하게 되고, 불필요한 소비는 절제하는 법도 배우게 된다”고 조언했다.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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