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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분류

학원비가 너무해! 강남 진학상담 기준가, 1시간에 30만원

서울 수학 학원 교습비 평균 29만원…강남서초는 43만원 넘어



정부가 학생들을 입시지옥에서 해방시키고 일선 학교를 제2의 학원이 아닌 전인교육의 장으로 바꾸어가려 한다면, 기득권을 갖고 있는 일부 교수·교사·사교육 업체 등의 반발에 굴복하지 않고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일관된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관악구에 사는 회사원 김 모 씨는 고2 딸과 중2 아들을 둔 어머니다. 김 씨는 “고2 딸을 강남 단과학원에 보내는데 수학 50만원, 영어 45만원이 든다. 집 근처 학원에 다니는 중2 아들에게는 수학 30만원, 영어 25만원을 지출한다”며 “친구들은 다 학원에 다니는데 우리 아이들만 안 보낼 수도 없고, 한 달에 두 아이 영·수 과목 학원비만 150만 원이 들어서 가계를 유지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초중고 학생 학원비가 하루가 갈수록 뛰고 있다. 2년 전에 비해 올해 서울시 초중고 학생 대상 학원의 평균 시간당교습비가 7.4%나 올랐고, 이는 물가 상승률의 3배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강남 지역 학원의 교습비 증가율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의 5배에 달해 사교육비 증가의 주범임을 증명했다.

이 같은 사실은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최근 '서울시교육청 등록 학원·교습소 현황'을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사교육걱정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서울시 초중고 학생 대상 학원 및 교습소 수는 1만 1,465개로, 2015년 대비 2.7% 감소했다. 하지만 학생수 감소를 고려하면 사실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서초 지역은 총 6곳만이 문을 닫아, 학원 다른 지역에 비해 감소폭이 미미했다. 거기다 성동광진, 성북강북의 학원 및 교습소 수는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강남서초 지역 학원 수는 2,455개로 서울 전체 학원의 21.4%를 차지했다. 이는 중부 지역의 8.2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강남서초 지역 학원 수, 서울 전체 학원의 21.4%…중부의 8.2배
강남서초 지역 학원 수는 2,455개로 서울 전체 학원의 21.4%를 차지했다. 가장 학원 수가 적은 중부(298개)의 8.2배에 달하는 수치다. 

강남서초 지역의 학령기인구 감소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낮고, 학원과 교습소의 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으며, 그 감소율 역시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점 등을 볼 때 강남서초 지역의 사교육 과밀현상이 극심한 것을 알 수 있다.

2015년 12월부터 2017년 4월까지의 시간당 평균 교습비는 학원이 7.4%(859원), 교습소가 6.2%(519원) 증가했다. 교습비 증가 현상은 서울 전 지역에서 나타났다.

특히 강남서초의 교습비 인상폭이 커서 학원은 12.0%(2,218원), 교습소는 8.4%(959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지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2.4%인 것과 비교하면, 서울시의 학원 교습비 인상률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의 3배나 됐고, 강남서초 지역의 교습비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의 5배를 기록했다. 

서울 초중고 수학 학원 교습비 평균 29만원…강남서초는 43만원 넘어
단일 과목으로는 수학 과목의 월평균 교습비가 29만 1000원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강남서초의 경우 수학 교습비 월평균이 43만 3000원이나 돼, 가장 적은 동부 21만 2000원의 2배 가까이 비쌌다. 다음으로 영어 25만 7000원, 과학 20만 5000원, 국어 18만 7000원, 사회 15만 6000원이었다. 

사교육 참여율이 높고 학원비 지출이 많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주요 5과목의 올해 월평균 교습비는 모든 과목에서 2015년보다 증가했다. 최대 증가 금액 또한 수학 과목이 차지해, 2015년에 비해 2만 4000원이나 비싸졌다. 가장 적게 증가한 국어 과목도 6000원이 증가했다. 

지역별 교습비 차이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2015년과 마찬가지로 모든 과목에서 강남서초 지역의 학원과 교습소가 가장 높은 교습비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서초 지역에서 교습비가 가장 비싼 과목은 수학으로 월평균 교습비가 43.3만 원이었다. 그 다음으로 영어 40.4만원, 사회 28만원, 과학 27.9만원, 국어 27.5만원 순이었다.

반면 수학 과목 월평균 교습비가 가장 낮은 지역은 동부 지역(21.2만원)으로 강남서초 지역과 비교하면 2배 차이가 났다. 강남서초 지역 다음으로 수학 교습비가 높은 지역인 강동송파(29.3만원) 지역과도 14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강남서초 지역 ‘진학상담지도’ 분당 교습비 기준 5,000원...다른 지역은 책정도 안 돼 있어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이 조정한 분당교습비 기준을 살펴보면 강남서초 지역이 월등하게 높았다. 

초등학생의 경우 다른 지역은 분당 160~177원인 반면, 강남서초 지역은 분당 269원으로 월등하게 높았다. 또한 강남서초 지역에서는 다른 지역에는 기준조차 없는 ‘진학상담지도’ 과정의 분당 교습비를 5,000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임대료와 인건비를 고려한 현실적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매우 비싼 분당 교습비 기준을 설정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욱이 강남서초 지역의 분당 교습비는 학교급을 구분하지 않는 특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른 지역의 경우 초·중·고 학생의 교습비가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상승하도록 돼 있지만, 유독 강남서초 지역은 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강남서초 지역에서 초등학생에게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선행교육 상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울시 11개 교육지원청의 분당교습비 기준을 비교해 보면 강남서초 지역만 유독 교습비가 비싸고 선행교육이 횡행하고 있는 실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현 정부의 비전과 달리, 교육당국이 교육 양극화를 방조하고 있는데다 사교육비 부담 증가를 나몰라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네티즌들의 설왕설래도 이어지고 있다. k*** 씨는 “자식 위해서는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는 우리나라 부모들은 없는 형편에도 학원을 보내고 있다. 옛날처럼 사교육을 없애고, 학교공부로만으로 교육이 이뤄지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m*** 씨는 “학원비가 등골 뺀다. 다른 게 적폐가 아니고 국민에게 적폐는 학원비”라며 격앙된 어조로 비판했다. 

반면 s*** 씨는 “사교육 감당 못하겠으면 고졸로 기술이나 서비스직 시키면 된다. 쓸데없이 가랑이 찢어지지 말고 공부 포기시켜라”고 주장했다. 

사교육걱정은 “학령기 인구 대비 학원 및 교습소의 수와 교습비는 증가했지만, 사교육비 증가를 억제할 수 있는 1차적 장치인 ‘교습비등조정위원회’의 기능은 사실상 멈춰 있는 상황”이라며 “이대로라면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발표하게 될 ‘2017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는 사상 최대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수능을 변별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 
다수의 교육 관계자들은 “애초에 학교 수업 외에 학원 교습이 필요할 정도로 수능과 교과 난도가 높은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수학의 경우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수포자’(수학포기자)가 양산되고 있어, 수학 난도를 낮추고 학습량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갈수록 공감대를 얻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고1 학생들에게 적용될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보면 수학 과목의 난도가 여전히 높고, 수능에서도 수학 영역이 최소한 앞으로 3년 이상 상대평가로 치러지기 때문에, 그동안 수학 사교육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수능 난도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초대 원장으로 수능을 처음 만든 박도순 고려대 교육학과 명예교수조차 “현재 수능이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박 교수는 “수능은 학생의 대학수학능력을 알기 위해 치르는 것”이라며 “수능은 개인의 잠재능력을 평가한다는 의미이지, 학력을 평가한다는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수능은 입시 변별력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 많은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입시와 교육의 근본적인 대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사교육 시장의 '공룡화'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이 교육계 다수의 시각이다. 학교 수업만으로 학습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게 하고, 수능을 자격고사화해 학원 교습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입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학생들을 입시지옥에서 해방시키고 일선 학교를 제2의 학원이 아닌 전인교육의 장으로 바꾸어가려 한다면, 기득권을 갖고 있는 일부 교수·교사·사교육 업체 등의 반발에 굴복하지 않고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일관된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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