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에 위치한 상산고는 ‘수학의 정석’ 저자로 유명한 홍성대 이사장이 설립한 학교다. 자율형 사립고인 상산고는 매년 서울대와 의대 합격생을 다수 배출하며, 수학·과학 분야를 좋아하는 전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진학하고 싶은 학교로 꼽힌다. 

상산고의 올해 신입생 모집 평균 경쟁률은 2.09대 1. 우수한 학업능력을 갖춘 학생들과의 경쟁을 뚫고 상산고 신입생으로 최종 합격한 학생은 평소 어떠한 방법으로 공부를 하며, 까다로운 입학전형 과정을 어떻게 준비했을까? 2018학년도 상산고 신입생 모집에 최종합격한 정진원 군(서울 서일중3)에게 그 비법을 들어봤다. 

철저한 중학교 내신관리는 상산고 합격을 위한 기본 요건이자 핵심 요소다. 상산고에 신입생으로 입학하기 위해서는 첫 관문인 ‘학생부 평가’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 학생부 평가는 ‘교과 성적(400점)’과 ‘교과 외 성적(100점)’으로 구성되어 교과 성적의 비중이 매우 높다. 상산고에 합격한 정 군의 성적표는 전부 ‘A’. 정 군은 “효율성을 고려해 학습 전략을 세웠기 때문에 중학교 생활기간 동안 우수한 내신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군은 “학습의 효율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업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수학 교과의 경우 다양한 난도와 유형의 문제를 최대한 많이 풀어야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업시간에 최대한 집중해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별도의 개념정리 시간을 가질 필요 없이 곧 바로 문제집 풀이에 돌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 군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대비를 위해 3권의 수학 문제집을 활용해 시험범위에 해당하는 단원의 문제를 모두 풀며 스스로 수학을 심도 있게 공부해 나갔다. 특히 정 군은 문제집에서 틀린 문항을 별도의 노트에 옮겨 적는 ‘오답노트’를 만들지 않았는데, 이 또한 정 군이 학습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비결이었다. 

“문제집의 문항을 노트에 하나하나 옮겨 적는 것은 시간이 많이 소요돼요. 때문에 다른 과목을 학습할 시간을 뺏기지요. 틀린 문제가 있으면 해당 문항 아래의 빈 여백에 바로 오답노트를 작성했어요. 선택지를 하나하나 분석해보며, 내가 어떤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정답지의 답이 왜 정답이 되는지 그 근거를 꼼꼼히 정리했습니다. 문제집을 곧바로 ‘오답 노트’로 만든 것이 부족한 개념을 채우면서도 시간은 아낄 수 있었던 저만의 효율적인 학습방법이었어요.”(정 군) 

정 군은 중학교 진학과 동시에 상산고에 입학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의료봉사 활동을 통해 ‘의학연구원’이라는 꿈을 갖게 된 정 군. 의학연구원이라는 구체적인 진로가 정해지자 진로와 관련한 기초 역량을 기를 수 있는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학급 임원활동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고, 이러한 다채로운 활동이 자기소개서를 풍성하게 해주는 재료가 되었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인 법. 정 군은 자신이 진로와 관련해 수행해온 다채로운 활동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면접관의 시선’으로 자기소개서를 구성했다.

정 군은 “원서모집 4개월 전 자소서 작성을 시작해 일주일에 한 번씩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수정하는 일을 반복했다”며 “면접관이 ‘이 학생은 왜 의학연구원을 꿈꾸게 됐고, 어떤 활동을 통해 그 꿈을 이루고자 했는가’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해당 소재를 찾아내 초안을 작성했다. 자기소개서를 다 쓴 후에도 면접관의 입장에서 글의 요지가 분명한지 끊임없이 점검하고 수정 또 수정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다양한 방면의 역량을 고루 갖춘 인재라는 점도 인식할 수 있도록 영어 연극 동아리 활동을 적는 등 자기소개서 작성에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정 군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며 면접의 질문까지 고려해 내용을 구성했다. 자신이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본 면접관이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어떤 질문을 건넬 수 있을지를 고민한 뒤 자신감 있게 답변할 수 있는 소재만으로 자기소개서를 구성한 것.

“제가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면접 질문이 출제되므로 자소서도 전략적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동아리에서 탐구한 활동 중에는 어려운 수학·과학 개념이 활동에 활용되기도 했는데, 면접에서는 이에 대한 추가 질문이 나올 수 있지요. 그런데 제가 이 개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면접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저를 있어보이게 꾸며줄 수 있는 활동이더라도 제가 면접에서 제대로 대답할 수 없는 활동이라면 과감하게 배제했습니다. 대신 제가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있는 내용들로 자기소개서를 구성해 실제 면접에서도 막힘없이 답변할 수 있도록 전략을 세웠지요” (정 군) 

상산고에 최종 합격하기 위해서는 면접전형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상산고의 면접은 인성·독서 면접과 자기주도학습 면접 2가지 유형으로 진행된다. 까다로운 상산고의 면접 전형을 통과할 수 있었던 비결로 정 군은 “핵심단어를 중심으로 답변을 구성하는 것이 해답”이라고 말했다. 

인성·독서 면접의 경우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의 내용을 확인하는 질문이 출제된다. 정 군은 면접관이 어떠한 질문을 물어봐도 막힘없이 대답하기 위해 40개에 달하는 예상 질문을 만들고 그에 대한 답변을 준비했다. 

정 군은 “40개의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완벽하게 암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실제 면접장에서 내가 의도한 답변을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답변을 암기했다”며 “자기소개서에 ‘초신성’에 대한 이야기를 작성했는데, 초신성을 설명할 수 있는 물리학 이론, 초신성에 대해 탐구해본 동아리 활동의 과정 등을 키워드로 정리해 암기했다. 이러한 암기 방식은 면접관이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건넸을 때 상황에 맞춰 키워드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답변을 구성할 수 있어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상산고의 자기주도 학습면접은 지원자가 상산고에 진학해 수학할 수 있는 학업역량을 갖추었는가를 평가하는 면접으로, 수학·과학과 관련된 개념을 확인하는 질문들이 출제된다. 많은 학생들이 준비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면접 유형인 것. 정 군은 “평소 고난도 수학·과학 문제와 서술형 문제를 반복해서 풀었던 것이 자기주도학습 면접 준비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자기주도학습 면접은 평소 제가 학습한 수학·과학 개념을 면접관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그래서 수학·과학 서술형 문제를 여러 개 풀어본 뒤, 손으로 문제를 푸는데 그치지 않고 해당 문제의 풀이과정을 부모님께 말로 설명하는 연습을 했어요. 어려운 수학·과학 개념을 부모님이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저 만의 언어로 바꾸어 쉽게 전달하는 연습을 계속한 것이지요.”(정 군) 

▶에듀동아 김효정 기자 hj_kim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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