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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

내년부터 교원 다문화이해교육 의무화… 학생 다문화교육은 어떻게?

주덕초 오미정 교사·서산석림중 조항순 교사가 말하는 다문화교육법



내년부터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원들은 다문화 이해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지난 27일 ‘다문화가족지원법 일부개정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 이 다문화가족지원법 5조 6항에는 “교육부 장관과 지자체 교육감은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교의 교원에 대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다문화 이해교육 관련 연수를 실시해야 한다”는 규정이 추가됐다. 

전 교원들의 다문화 이해교육이 의무화 될 정도로 국내에도 인종과 국적이 다양한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 중앙다문화교육센터가 홈페이지에 공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0년 0.44%에 불과했던 다문화학생 비율이 2016년에는 무려 20.2%에 이르렀다. 이에 학교 교육현장에서도 다문화교육에 대한 목마름이 큰 상황. 

그러나 다문화교육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문화교육 수업 계획 및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교사들을 위해 교육부와 중앙다문화교육센터는 매년 ‘다문화교육 우수사례 공모전’을 개최해 수상작을 발표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와 중앙다문화교육센터가 발표한 ‘제9회 다문화교육 우수사례 공모전’ 수상작을 통해 효과적인 다문화교육법에 대해 알아봤다. 

○ 주덕초 “다문화의 의미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요” 

충북 충주시에 위치한 주덕초등학교의 오미정 교사는 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4·5·6학년을 대상으로 한 동아리활동 시간에 다문화교육 수업을 진행했다.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학생들이 ‘다문화’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문화란 한국인의 입장에서 국가, 인종 등이 다른 이들과 그들의 문화를 통칭하는 말이 아니라, △국가 △민족 △지역 △언어 △종교 △계층 △세대 △성 취향 등 개인 또는 집단이 만들어내는 모든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의 집합체를 뜻하는 말임을 알려주는 것. 이런 관점에서는 누구나 다문화의 일부분이다. 학생들은 넓은 세계 안에서는 자신도 다문화학생임을, 따라서 이 수업이 비단 ‘남의 일’이 아님을 깨닫는다. 

이 수업은 매 차시마다 다문화 관련 도서를 함께 읽는 것이 특징. 문화적 차별로 어려움을 겪는 주인공의 입장에 서봄으로써 그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다. 책을 읽고 나면 너를 위한다는 의미의 ‘포유(for you) 의자’에 앉아 책 속 주인공이 되어 하고 싶은 말을 칠판에 쓴다. 가령 책 ‘피부색은 달라도 우리는 친구’를 읽고 혼혈인 타샤의 입장이 되어 “친구들아, 나는 이상한 게 아니고 다른 거야. 놀리지 말아주렴”이라고 적어보는 것. 

이주 노동자가 많은 충주 지역의 특성 상 이주 노동자에 대한 수업도 이뤄졌다. 먼저 이주 노동자의 삶을 그린 책 ‘찬다 삼촌’을 읽고, 기사와 동영상 자료를 보며 이주 노동자가 처한 상황을 알아본다. 나아가 각기 다른 모양의 블록을 받고, 이를 맞춰 노동자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의 말을 완성한다. 퍼즐을 맞추듯 블록을 맞춰 글자를 조합해내는 것. 학생들이 완성한 문장은 ‘다가갈게요’였다. 오 교사는 “블록의 색깔이 다양하듯 사람의 피부색도, 성격도, 문화도 모두 다르다는 것을, 하지만 서로 다른 블록이 모여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가 됐듯 다양한 사람이 모여 아름다운 사회를 이룩할 수 있음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것은 ‘난민 체험’이다. 교실 바닥에 스티커를 붙여 만든 구명보트 크기의 공간 안에서, 각각 △난민 △브로커 △난민 수용 찬성자 △난민 수용 반대자 역할을 맡은 학생들이 목표한 바를 달성해야 한다. 가령 난민은 제한된 시간까지 구명보트 안에 머물러 무사히 난민 수용국에 도착해야 하고, 난민 수용 반대자는 난민이 수용국에 도착할 수 없도록 구명보트 공간 밖으로 밀어내야하는 것. 학생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대화도 하고 몸싸움도 벌이는데, 이 과정에서 난민·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을 몸소 이해하게 된다. 

다문화를 넘어 소수자를 이해하는 시간도 갖는다. 다문화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단지 국가, 인종이 다른 집단뿐만 아니라 나와 다른 모든 집단에 대해 이해하고 배려하는 학생을 길러내는 것이기 때문. 이를 위해 학생들은 ‘차별 파리 잡기 게임’을 했다. 신체 조건에 대한 차별, 성별에 대한 차별, 연령에 대한 차별 등 수많은 차별을 파리 모양의 종이에 적어 ‘차별 파리’를 만들고, 이를 칠판에 붙여둔 뒤 파리채를 이용해 잡아본 것. 차별 사례를 직접 적어보며 수많은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배울 뿐만 아니라, 이를 실제로 ‘잡아보는’ 활동을 통해 차별이 나쁜 것임을 확실히 깨닫게 된다. 



오 교사는 “다문화교육의 핵심은 학생들이 나와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입장에 서보고 그들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이를 유도해야 학생들도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수업의 효과도 배가 된다”고 말했다. 

○ 서산석림중 “다양한 문화 가까이 접하며 이질감 없애요”

충남 서산시에 위치한 서산석림중학교의 조항순 미술교사는 미술교과에 다문화교육을 접목해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을 위해 어떤 수업을 꾸릴지 고민하던 중, 마침 석림중이 ‘다문화중점학교’로 지정되면서 미술교과에 다문화교육을 접목시킨 다소 특별한 수업을 기획하게 된 것이다. 

조 교사가 진행하는 수업 주제는 ‘다문화 지도 디자인’이다. 하필 ‘지도’ 디자인 수업을 기획한 이유는 다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에 앞서 학생들이 어느 곳에 어떤 나라가 있는지, 그 나라의 특색은 무엇인지 등 기초적인 지식부터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정 국가의 지리적 위치 또는 특색 등의 내용을 조사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해당 국가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생길 것이라고 기대한 것. 

그렇다면 수업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학생들은 먼저 지도 디자인 할 국가를 선택한다. 단, 디자인하는 국가는 석림중에 재학 중인 다문화학생들과 관계된 국가 가운데 하나로 한다. 무엇보다 같은 학교 친구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다. 

지도 디자인은 단순히 해당 국가의 지도를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니다. 그 나라의 특성과 장점을 활용해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디자인하는 것. 가령 지형이 길쭉하게 뻗어있는 베트남의 경우, 베트남의 전통 모자인 ‘농라’를 쓰고 있는 베트남 여성의 머리카락을 이용해 지도를 표현해보고, 중국의 경우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신화 속 동물인 ‘용’이나 유명한 유적지인 ‘천안문 광장’ 또는 ‘만리장성’ 등을 이용해 지도를 표현해보는 식이다. 학생들은 해당 국가에 대해 이해하게 될 뿐만 아니라 창의력도 기르게 된다.



단, 이 과정에서 교사의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다. 북한 지도를 디자인하려는 학생이 핵 도발을 하는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면 “지도자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것일 뿐, 북한 국민 모두가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해주어야 하는 것. 조 교사는 “핵 도발 또는 ‘IS’처럼 특정 이슈가 부각된 북한·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국가의 경우 학생들이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학생들이 해당 국가를 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산석림중에서는 조 교사의 수업 외에도 △다문화강사 초청강연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 △다문화 요리 체험 등 다양한 다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다문화에 대한 ‘이질감’을 허문다. 조 교사는 “편견은 무엇보다 ‘나와는 다르다’라는 이질감에서 생긴다”면서 “다양한 국가의 정보를 접하고, 해당 국가만이 가진 성격을 알아보는 것만으로 자연스럽게 거리감을 좁힐 수 있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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