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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워진 한국사에 수험생 비상!… “5등급 받아 수능 최저 못 맞췄어요”

예비 수험생, 한국사 학습 게을리 해선 안 된다?



“한국사에서 이런 등급은 처음 받아 봐요” 

경기도 소재 일반고에 재학 중인 고3 A 군은 매 학기 내신 성적을 평균 1.6~1.3 등급을 받을 정도로 내신 성적이 매우 우수하다. 서울소재 상위권 대학의 진학을 고려하던 A 군은 지난 9월 고려대 수시모집 고교추천Ⅱ전형에 지원했다. 안정적으로 고려대에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지난주 화요일(12일) 수능 성적표를 받고 ‘멘붕’에 빠졌다. 

A 군은 △국어 1등급 △수학 2등급 △영어 1등급 △탐구 4등급 받아 고려대 고교추천Ⅱ전형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인 ‘4개영역 중 3개영역 등급 합 5 이내’를 충족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한국사에서 5등급을 받아 수시에서 탈락하게 됐다. 고려대는 고교추천Ⅱ전형 지원자에게 한국사 3등급 이내를 충족할 것을 기준으로 제시했기 때문. 

고려대 탈락 사실에 충격을 받은 A씨는 다른 대학의 수시모집 합격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다 필요 없으니 재수를 하겠다”고 나섰다. 

○ ‘확’ 떨어진 수능 한국사 1등급 비율… 1~3등급 받은 인원 전체 수험생의 35%에 불과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한국사에서 발목 잡히는 수험생들이 증가했다. 올해 수능 한국사가 다소 어렵게 출제되면서 대학이 제시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대학은 한국사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인문계열 4등급 이내, 자연계열 5등급 이내라는 다소 ‘널널한’ 기준을 제시했다. 하지만 상당수 수험생들은 이런 널널한 기준도 충족하지 못하면서 ‘한국사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 

실제로 한 온라인 입시 커뮤니티에는 “경희대, 서강대, 성균관대, 중앙대, 한국외대, 논술전형에 지원해 해당 대학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모두 충족했지만 한국사에서 7등급이 나와 전부 탈락했다.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한양대 논술전형의 응시기회가 남아있지만, 경쟁률이 너무 높아 사실상 반포기 상태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자신도 한국사 등급 때문에 수시모집에 탈락했다는 학생들의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수능을 주관했던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이번 수능 한국사 시험은 올해 평가원이 주관한 6, 9월 모의평가와 비교해도 어려웠던 수준이었다. 평가원이 평가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수능과 6월, 9월 모의평가 채점결과를 살펴보면 수능 직전에 치러진 9월 모의평가에서 한국사 1등급을 받은 인원은 18만5045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응시자의 35.96%에 해당되는 수준. 6월 모의평가 역시 1등급 인원이 11만4206명으로 전체 응시자의 21.85%에 달했다. 6월과 9월 모의평가가 치러질 당시만 해도 한국사가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에 걸림돌이 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수능 시험에서는 확연히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1등급 인원이 6만8207명으로 전체 수능 응시자의 12.84%에 불과한 것. 이는 6월 모의평가 1등급 인원의 절반 수준이며, 9월 모의평가와 비교해도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이번 수능 한국사에서 1~3등급을 받은 인원을 모두 합하면 18만6187명이 되는데, 이는 9월 모의평가 당시 1등급 인원인 18만5045명과 유사한 수치다. 즉, 9월 모의평가 때까지만 해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무난하게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수험생들은 실제 수능에서 이를 충족하지 못해 수시 합격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 한국사로 수시 탈락한 수험생… 정시에서 한국사가 미치는 영향은? 

결국 낮은 한국사 등급으로 인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수험생들은 한국사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대학의 합격에 기대를 걸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정시 지원에 나서는 상황. 그러나 정시를 노리는 경우라도 낮은 한국사 등급은 합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대다수 대학은 한국사 4등급(인문계열)과 5등급(자연계열)부터 사실상 감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대표적으로 건국대와 경희대는 한국사 등급별로 감점 폭이 상당히 큰 대학에 해당된다. 건국대는 1~4등급 이내의 학생에게는 200점 만점의 점수를 부여하지만 △5등급 196점 △6등급 193점 △7등급 188점 △8등급 183점 △9등급 180점으로 급간 점수차가 최소 3점~5점에 이른다. 경희대는 한국사 기본점수 2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4등급부터 5점씩 차등감점하고, 자연계열은 5등급부터 6점씩 차등 감점한다. 이외의 대학은 대부분 4·5등급부터 최소 0.1점~1점씩 차등감점을 실시한다.

한국사 감점 점수가 0.1~1점으로 적긴 하지만 안도하기는 이르다. 이번 수능은 지난해에 비해 난도가 다소 쉬워 수능 동점자가 다수 배출되었으며, 영어 절대평가 도입으로 상당수 학생이 안정지원을 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즉, 예년에 비해 정시 경쟁이 매우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 소수점 차이로도 합불 결과가 엇갈리는 정시의 특성을 고려하면 아주 작은 점수 차도 무시할 순 없는 노릇이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은 “각 대학은 정시모집에서 한국사의 성적 비중을 크게 두지는 않지만 낮은 한국사 등급을 받은 수험생에게는 이러한 점수차도 정시지원 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각 대학의 국어, 수학, 탐구과목 반영비율과 영어 등급 평가방식에 맞춰 성적을 계산해보고 한국사 감점 점수를 반영했을 때 자신의 유·불 리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고려해 정시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예비 수험생, 절대평가 한국사 만만히 봐선 안돼 

이번 수능 한국사 1등급 비율이 줄어든 원인은 무엇일까? 입시전문가들은 “한국사 절대평가 시행 이후 문제의 난도가 다소 쉽게 출제되는 기조가 이어짐에 따라 수험생들이 한국사 학습비중을 크게 줄였는데, 이런 상황에서 올해 수능 문제가 다소 까다롭게 출제되자 많은 학생이 문제풀이에 어려움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모의평가에서 한국사가 쉽게 출제 되면서 수험생들은 한국사의 수능 필수 과목 지정 취지에 맞지 않게 특정 단원만 공부하는 등 편법적으로 학습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학습 패턴 또한 많은 수험생들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것. 

그렇다면 2019학년도 수능시험을 치르게 될 예비 고3 학생들은 어려워진 한국사 영역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수능 한국사 학습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올해 수능 한국사의 출제경향을 살펴보자. 정선아 경기고 역사 교사(EBS 한국사 영역 강사)는 “올해 수능 한국사가 어려웠던 것은 학생들에게 생소한 역사지식이 등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선택지의 격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기존 한국사 시험은 세종대왕의 업적을 물으며 선택지에 동의보감, 대동여지도와 쉽게 소거할 수 있는 오답을 넣고, 훈민정음과 같은 정답을 넣었다면 올해 수능에선 세종대왕의 업적에 대해 좀 더 공부해야 알 수 있는 ‘전분 6등법’과 같은 정답을 놓고, 경제사와 관련돼 조선시대에 실시된 매력적인 오답을 선지로 구성해 정답 선택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선택지가 과거에 비해 다소 꼼꼼하게 출제되는 경향은 2018학년도 수능 한국사 4번 문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고려 성종의 정책에 대해 묻는 이 문항은 오답률 53.6%를 기록해 수험생 절반 이상이 틀렸다. 해당 문항은 7월 학력평가에서는 군제도, 정부기관, 신분제도 등으로 선지가 다양해 학생들이 정답이 아닌 선택지를 소거하는 것이 다소 쉬웠던 반면, 수능에서는 모든 선택지가 통치체제로 통일되어 성종의 정책을 확실히 이해해야만 정답을 선택할 수 있었다. 



정선아 교사는 “올해 수능 한국사 문제는 한국사 교과서와 EBS 수능 특강 교재에 그 내용이 모두 담겨있었기 때문에 두 교재만 꼼꼼히 살폈어도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였다”며 “예비 수험생들은 학교의 정규수업을 집중해 들은 뒤 방과 후 학교를 활용하거나, 수능 연계교재, 인터넷 강의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등 최소 1번은 한국사를 꼼꼼하게 공부해야 다소 까다로운 선택지를 만나더라도 올바른 정답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효정 기자 hj_kim86@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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