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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앞으로 다가온 정시지원… ‘대학’과 ‘전공’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할까?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이 전하는 진로선택에 대한 조언



# 고등학교 시절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의류학과에 진학한 한 여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은 지금 공인회계사로 일하고 있다. 자연계과정을 이수하고 좋은 대학에 진학했지만 당시 선택했던 전공과 지금 하는 일은 전혀 다르다. 대학에 진학한 후 전과해 현재의 직업을 가진 학생이다. 

# 점수에 맞춰 치의예과에 진학한 학생이 있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과 맞지 않아 다시 대입에 도전하여 역사 교사를 하고 있다. 

# 홍보에 대한 관심이 많아 홍보학과에 진학한 학생이 있었다. 대학에 진학한 후 공부를 하다 보니 고등학교 시절 생각했던 것과 전공에서 배우는 내용이 전혀 다르고, 본인의 적성과도 맞지 않았다. 지금은 교육공무원이 되어 잘 생활하고 있다. 

# 최고 학부로 손꼽히는 의과대학과 모 사관학교에 중복 합격한 학생이 있었다. 누구나 의대에 진학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적성을 고려해 사관학교를 선택한 학생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수많은 학생이 진학을 희망하는 의과대학과 자유전공학부에 중복 합격했으나 경제학자가 되려는 꿈을 좇아 자유전공학부에 진학한 학생도 있었다. 

2018학년도 수능 성적이 발표되고 수험생들은 이제 정시모집 지원을 앞두고 있다. 수험생에게는 대학도 중요하고, 전공학과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대학에서의 전공을 살려 직업 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자신의 전공과 전혀 무관하게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실제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일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머지않은 미래에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즉, 무작정 대학의 이름이나 높게 평가 받는 학과만을 맹목적으로 좇는다면, 이후 밀려오는 후회와 더불어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다시 먼 길을 되돌아 가야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희망하는 전공에서 배우는 내용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괜한 시간을 허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정시지원을 앞둔 수험생들은 어떠한 요소를 고려해 대학과 학과를 선택해야 할까? 물론 지금 필자가 하고 있는 이야기가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 다만 학교 현장에 오랜 기간 몸담고 있으면서 경험한 바를 바탕으로, 몇 가지 구체적인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 

○ 대학과 학과의 서열, 내가 살아갈 길의 절대적인 기준 아니야

대학과 학과를 선택함에 있어 상당수 학생과 학부모들은 ‘평판’에 선택기준을 두곤 한다. 그런데 현재 해당 대학과 학과에 대한 평판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 또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확률이 높은 쪽을 선택하길 바란다. 

배치표상 높은 점수에 링크되어 있는 학과에 진학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적성이나 역량에 부합하지 않으면 대학생활이 매우 힘들어진다. 인문계열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경영학과만 보아도 그렇다. 가장 많은 대학에 개설된 전공이고 가장 많은 학생들이 전공하는 학과다. 그만큼 경쟁자가 많다. 경영학과를 전공으로 공부해 직업적으로 성공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즉, 아무리 사회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학과라 하더라도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부합하지 않으면 이는 수험생 자신에게 유익한 선택이 되지 못할 수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높은 서열로 분류되는 대학의 경영학과라 해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정시모집에서 1점이라도 높이는 상향지원을 하게 되면 경쟁자가 그만큼 많아진다. 예를 들어 60만 명의 수험생이 수능시험을 봤다면, 백분위 400점을 기준으로 1점당 1500명 이상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수능 점수 소수점 차이로도 당락이 엇갈리는 정시모집에서 과욕은 매우 위험하며, 그 과욕의 이유가 대학 및 학과 서열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 학과와 연계되는 직업 세계의 현실과 요구되는 역량을 고려하라 

수험생들은 전공을 택하기에 앞서 자신이 향후 나아가고자 하는 직업세계와 연관된 △적성 △인성 △체력 △창의성 △협업 능력 △인적 구성 등의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연구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으나 실제 그 세계의 삶과 환경을 접하고 나서 뒤늦게 뜻을 바꾸는 학생들이 많다. 수험생들은 전공을 택하기에 앞서 자신이 하고 싶다고 해서 장래가 다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수험생 본인이 꿈꾸는 직업과 관련된 세계에는 자신이 보지 못한 여건과 환경들이 있다. 연구원들은 어떤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며칠에서 몇 달은 집에도 가지 못하고,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못하고 실험을 관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일의 결과는 멋있어 보이지만 그 과정은 매우 힘들고 지저분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전공을 선택하기에 앞서 향후 자신이 원하는 직업세계와 관련된 현실, 요구되는 소양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많은 학생들은 언론영상학과를 선호한다. 그 이유는 기자, 아나운서, PD 등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자나 PD가 되기 위해 꼭 언론영상학과를 전공해야 할 이유는 없다. 실제로 기자나 PD는 다양한 영역의 전공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즉, 자신이 원하는 진로와 전공의 연관성을 지나치게 좁게 바라보기보다 좀 더 폭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길 바란다. 

○ 대학의 부·복수 전공, 전과제도, 해외대학과의 연계과정을 고려하라 

많은 대학들은 입학 후에도 학생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학사제도를 알아보는 것은 대입에서의 선택을 유연하게 해 준다. 예를 들어 세계화 시대에 우리나라와 교역이 많은 국가, 우리 기업들이 많이 진출한 국가 등의 언어를 복수전공하는 것은 졸업 후에 매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조건 영어만 유리한 언어가 아니다. 즉 기본적인 영어 구사 능력을 바탕으로 제2외국어에 대한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하는 것은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대학별로 활성화되어 있는 해외 대학과의 연계 과정을 통해 국제적인 감각을 익히고 다양한 사회의 문화를 경험해 보는 것도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대학원에 진학함으로써 자신의 전공을 심화하거나, 여타 전공과의 융합 연구를 통해 미래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로 거듭날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기업에서 신입 사원을 선발할 때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평가의 기준도 직무 중심으로 구성하는 추세다. 따라서 단순히 사회에서 높게 평가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학교와 학과를 선택하여 진학한 후, 앞서 언급한 프로그램들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아가는 데 분명 유리할 것이다.



▶에듀동아 김효정 기자 hj_kim86@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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