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초등

초등생, 자유학년제·고교학점제에 ‘덜덜’… ‘꿈 인강’까지?

자유학년제 대비해 각종 사교육 업체 찾는 초등생들



경기 수원시에 거주하는 초등 6학년 A 양. A 양은 최근 사물인터넷전문가라는 직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이 강의에서는 A 양 또래의 MC가 사물인터넷전문가를 하루 종일 따라 다니며 사물인터넷이란 무엇인지, 사물인터넷전문가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 사물인터넷전문가라는 직업의 전망은 어떠한지 등을 묻고 듣는다. 그렇다면 A 양의 꿈은 사물인터넷전문가일까? 답은 NO! ‘꿈’을 찾기 위해 다양한 직업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는 것. A 양이 수강해야하는 ‘꿈 인강’은 △메이크업아티스트 △홀로그램전문가 △3D프린터전문가 △콘텐츠크리에이터 △수의사 등으로 다양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학과체험 ‘인강’도 진행된다. 해당 인강에선 중학생 MC가 △항공운항학과 △자동차공학과 △뷰티산업학과 △한의학과 △곤충산업학과 등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을 따라 해당 학과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아본다. A 양의 학부모는 “꿈이 없다는 아이가 걱정돼 주변 학부모들에게 진로설정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묻자 ‘간접 경험’이 최고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면서 “하지만 아이가 진로 관련 책을 읽는 것은 지루해해 인터넷 강의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당 강의의 수강시간은 약 50분 내외로, 현재 업로드 된 모든 강의를 수강하려면 약 16시간이 걸린다. 초등생들이 이처럼 긴 시간을 투자하면서까지 ‘꿈 찾기’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

○ ‘자유학기제-고교학점제-학생부종합전형’ 시스템 속 학부모들 “중학생활이 대입에 직결”

‘꿈’까지도 선행 학습하는 시대가 왔다. 내년부터 전국 중학교에서 시행되는 ‘자유학년제’와 현 초5가 고1이 되는 2022학년도까지 도입을 목표로 하는 ‘고교학점제’ 때문이다. 

자유학년제란 1년 동안 학생 참여중심·과정중심 수업을 듣는 것은 말한다. 따라서 수업도 학생의 토론과 발표, 관찰과 실험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또한 일부 수업의 경우 학생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 역시 필수 이수 과목을 제외하곤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직접 선택해 듣는 교육과정. 두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면 학생들은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흥미와 적성’, 즉 진로에 따라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서 듣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자유학기제·고교학점제가 ‘대입과 직결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지나친 사교육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무슨 말일까? 먼저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사실상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도입이 불가피하다. 선택한 학생이 적은 과목에도 상대평가를 적용하면 일부 학생만 좋은 성적을 받게 되고, 이에 학생 수가 많아 성적을 받기에 유리한 과목으로 학생들이 몰리면 고교학점제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교육현장에서는 ‘내신 절대평가’뿐만 아니라 ‘수능 절대평가’까지 논의되고 있는 상황. 이에 내신과 수능 변별력이 약화되면 ‘학생부종합전형’만이 유의미한 대입전형으로 남게 된다. 

즉, ‘적성과 진로’를 골자로 하는 자유학기제의 확대, 고교학점제의 도입, 이에 따른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가 맞물리면서 ‘성공적인 자유학기제가 성공적인 대입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진로진학 컨설팅 학원을 운영하는 원장은 “‘흥미와 적성’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학기제-고교학점제-학생부종합전형’ 시스템에서는 자유학기제 적응에 실패하면 대입에까지 실패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스피치 학원·동영상 편집 학원까지… “바쁘다 바빠”

‘대입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초조해진 초등 학부모들은 ‘꿈 찾기’ 뿐만 아니라 자유학년제 수업 대비를 위해 사교육 업체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자유학기제 수업은 △토론과 발표 △실험과 관찰 △콘텐츠 제작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일반적. 이에 토론과 발표를 위한 스피치 학원, 실험과 관찰 이후 보고서 작성을 위한 글쓰기 학원, 영상 콘텐츠 제작을 위한 컴퓨터 학원 등을 분주히 찾는 것이다. 

실제 아이의 발표가 걱정 돼 예비 중1 스피치 겨울방학 특강에 등록했다는 학부모 C 씨. 해당 스피치 학원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마인드맵으로 정리하고,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대본을 작성한 뒤, 실제 카메라 앞에 서서 발표하고 이를 녹화해 일대일 피드백을 진행한다. 주 1회, 100분씩 4주간 진행되는 이 수업의 수강료는 29만원으로 적지 않은 편. 하지만 학부모 C 씨는 “아이가 발표수업에서 주눅이 들까 걱정이 됐다”면서 “발표에 한 번 겁을 먹으면 앞으로도 쭉 영향이 있을 것 같아 등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수행평가에 필요한 활동을 제대로 못 해내는 학생은 ‘모둠활동에서 소외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동영상 편집을 집중적으로 가르쳐주는 컴퓨터 학원에 등록했다는 또 다른 학부모는 “중1 자녀를 둔 지인이 파워포인트를 못 다루거나 동영상 편집을 못 하면 다른 친구들이 같은 모둠이 되길 꺼린다고 하더라”면서 “겨울방학 동안 동영상 편집을 배울 수 있는 학원에 미리 등록했다”고 말했다. 

아예 자유학년제 수업 방식을 빌려와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원도 있다.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한 영어학원에서는 단순히 영어 단어를 외우거나 문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원서를 읽은 뒤 △결말을 재구성해보고 △책의 내용을 영상물로 만들기 위해 스토리보드를 제작해보고 △관련 내용을 신문기사로 써보는 등의 활동을 한다. 이 학원의 원장은 “학생들이 자유학기제 활동에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예비 중학생·중학생을 대상으로 과정중심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자유학기제가 자유학년제로 확대된다는 방침이 발표된 후 특히 학부모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 자유학년제, “오히려 사교육 없이 대입 준비할 수 있는 방법” 

자유학년제·고교학점제, 무조건 중학교 입학 전 준비해야 할까? 중학교 교사들은 자유학년제 대비 사교육을 받지 않고, 중학교 진학 후 자유학년제를 통해 천천히 배워나가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자유학년제는 오히려 사교육 도움 없이 고교 생활이나 대입에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라는 것. 허정숙 경기 부천중 자유학기부장 교사는 “갓 중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이 토론이나 발표, PPT 제작이나 동영상 편집에 다소 미숙하다는 것을 교사들은 알고 있다”면서 “학생의 의지만 있다면 자유학기제 수업을 통해 이를 충분히 보완해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부천중에서 운영한 ‘창작 꿈·끼 뮤지컬’ 프로그램 총연출을 맡았던 학생은 여러 좌충우돌을 겪으며 ‘더 이상 총연출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교사들의 도움으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고, 2학년이 된 후 영어 연극 활동에서 많은 강점을 드러냈다. 많은 사람들의 개인 일정을 고려하여 단체 연습 스케줄을 짜는 것은 물론, 다른 학생들에게 보다 쉽고 즐겁게 대본을 암기하는 법을 안내할 수 있었던 것. 이 같은 자기주도능력은 고교생활은 물론 학생부종합전형 준비에도 도움이 된다. 오히려 사교육을 통해 쌓은 자기주도능력보다 학생들에게도 더욱 오래 남는다. 

변화하는 교육제도에 대한 학부모들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허 부장 교사는 “자유학년제, 고교학점제 등 학부모들에겐 다소 낯선 교육제도에 학부모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면서 “학교에서 진행되는 자유학년제 설명회 등에 참석하면 자유학기제·자유학년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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